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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이후 사회통합’ 국제심포지엄


지난해 해외로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우리의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경제상황 악화는 우리의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서민층,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가의 의료보장, 고용, 서민복지 등 사회정책이 부실해지면서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사회통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위기 속에서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의료보장, 연금, 고용, 사회복지 등 선진국들의 사회정책 성과를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5월 27일과 28일 열린 ‘경제위기 이후 사회통합과 공동번영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국제심포지엄은 외국의 사회정책 사례와 성과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극복 방안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미국 UC버클리대 닐 길버트 박사, 브루킹스연구소의 게리 버틀러스 박사를 비롯한 9명(영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일본 등)의 세계적 석학과 국내 교수진 등 전문가집단 3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5월 27일엔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위기 이후 사회통합의 정책과제를 어떻게 추진했는지가 발표됐다. 다음 날인 28일엔 경제위기 이후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정책과제 등 우리나라의 사회통합과 공동번영을 위한 대안 마련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사회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위기 과정뿐 아니라 경제회복 이후까지를 고려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역설했다.

“우리의 경우 1998년 경제위기 후 성장률은 1999년 곧바로 회복됐지만 빈곤율은 오히려 1999년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이후 지니계수 등 소득분배 지표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춰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빈곤고착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심포지엄에서는 귀담아 들을 만한 선진국의 사회정책들이 여럿 제시됐다. 특히 일본의 사례는 눈길을 끌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규안전망 수립 문제, 중·장기적으로는 초고령사회의 진전으로 인한 장기요양서비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경제위기 대응조치를 발표했다. 총 4조6천억 엔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그중 2조5천억엔은 비정규직 일용근로자 지원에 집중(신규 안전망 구축)하고, 8천억엔은 장기요양보장제도 관련 지원비로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교고쿠 다카노부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은 장기요양보장제도 관련 지원비 투입정책에 대해 “국민생활의 안전망기능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수요창출 기능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1백만명의 장기요양 케어인력 고용 창출과 의료산업부문에서 33조4천억엔의 생산유발 효과, 사회보장 적립기금 활용을 통한 5조2천억엔의 자본순환 효과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 간병 때문에 취업이 불가능했던 여성의 취업이 가능해짐으로써 얻어지는 기회비용은 2조1천억엔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페터 아브라함손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덴마크가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정부의 복지개혁정책은 한마디로 유연성(Flexibility)과 사회보장(Security)을 결합한 ‘플렉시큐리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고용과 해고가 용이하고, 동시에 실업자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한 아동 및 노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민간 대비 공공비율을 높여 여성의 사회진출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빈곤율을 크게 낮추었을 뿐 아니라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플렉시큐리티 모델은 매우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카렌 안데르손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성숙하고 포괄적인 복지국가는 경제하락 국면에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s)’를 제공한다”면서 “사회통합과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네덜란드의 접근 방식은 ‘복지에 앞서 노동’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부는 훈련과 재훈련 등 노동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변용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최근 경제위기로 빈곤층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빈곤층 지원정책 등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사회안전망 골격을 갖추고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이 1차 안전망 역할을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2차로 위험을 나누고 있다. 그 뒤엔 긴급지원제도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인 수발문제를 해결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선제적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민생안정을 위한 긴급지원대책과 휴먼뉴딜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변용찬 실장은 “이 모든 것이 취약계층에만 집중돼 사후적 대처 중심이며, 복지서비스 공급주체도 국가 주도로 국한돼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에 처한 국민들이 더 이상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체계적인 사회통합정책 수행과 모니터링을 위해 유럽연합 국가와 같은 사회통합 국가실천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훌륭한 경험들이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심포지엄의 의미를 정리했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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