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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 이건웅(가명·61) 씨는 올해 하반기에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도심 재개발지역에 빌딩을 신축하려고 준비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주차장법을 개정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건설사와 상의해 지하층의 건축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하 2~4층에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굳이 3개 층을 주차장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꼭 필요한 주차시설만 만들고 나머지는 음식점 등 판매시설과 창고시설로 전환해 임대하기로 했다. 그로서는 수익시설이 늘어나 건축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씨의 경우처럼 주차장법 개정으로 대도시 도심 상업·업무지역에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주의 건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 도심지역의 차량진입을 억제해 교통혼잡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주차장 설치기준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한 주차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2월 20일 입법예고, 4월 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도심 주차장 상한선을 현실화해 도심 교통유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주차상한제란 교통이 혼잡한 도심지역에서 부설주차장 설치 최고대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주거용 건물을 제외한 상업·업무용 건물에 적용된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심지역에서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주차상한제를 실시하는 경우 설치기준(건축면적 150㎡당 1대) 범위 내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 그 사이에서 부설주차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서울에서 연면적 1만 5000㎡의 빌딩을 건축할 경우 설치기준은 100대지만 상·하한 규정에 따라 50~60대의 주차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주차상한제 시행지역의 주차장 최저 설치기준이 폐지됨으로써 자유롭게 주차대수를 정할 수 있게 됐다. 즉, 주차장 없는 건물의 건축도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장애인 및 긴급자동차 등을 위한 최소한의 주차공간은 확보해야 한다.



또 지자체가 설치기준 대비 상한선을 너무 높게 책정(서울 부산 60%, 대구 80%)해 주차장 축소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점도 개선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교통혼잡특별관리구역에서는 설치기준의 50% 범위 내에서 상한선을 설정하도록 했다.

교통혼잡특별관리구역의 지정기준은 일정한 구역을 둘러싼 편도 3차로 이상 도로 중 적어도 1개 이상 도로의 시간대별 평균통행속도가 시속 10㎞ 미만인 상태가 평일 하루 평균 3회 이상 발생할 경우다.

아울러 주차상한제 대상지역도 상업지역 위주에서 준주거지역으로까지 확대해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행지역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의 조례 위임범위도 확대된다. 지자체가 조례로 세부 시설물별 설치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효율적인 주차장 행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화물차의 일시 주차가 빈번한 집배송시설과 자가용 주차가 많은 공항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 지역은 현행법상 동일하게 150㎡당 1대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주차수요 특성이 다름에도 운수시설로 분류돼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불합리한  규정을 바꿔 설치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법 개정의 취지다.

국토해양부 도시광역교통과 송석호 사무관은 “서울을 포함한 7대 광역시의 주차상한제 대상지역을 상업지역(105k㎡)에서 준주거지역(56k㎡)으로 확대하면 대상지역이 기존보다 53%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자율적인 활성화가 미흡할 경우 도심혼잡구역에 대해 주차상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주차장을 축소하게 되면 실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1997년 주차상한제 도입 이후 5456면의 주차장이 줄어 연간 487억 원의 교통혼잡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시 전체 혼잡비용의 0.8%를 차지하는 것이다. 도심 주차장 1면이 줄어들면 연간 900만 원의 교통혼잡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 건축주의 건설비용 인하효과도 있다. 국토해양부가 2007년 준공된 도심 빌딩의 지하주차장 건설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1면당 2000만~4000만 원의 공사비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물산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지하 4층, 지상 26층 업무용 빌딩을 짓는 데 총공사비가 3300억 원이 소요됐다. 이 가운데 지하주차장 건설비는 386억 원으로 전체 건설비용의 12%에 달한다. 또 대우건설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지하 5층, 지상 35층 업무용 빌딩을 짓는 데 3400억 원이 들었는데 287억 원(8%)이 지하주차장 건설비로 쓰였다. 지하주차장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전체 공사비의 5~10%는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김정태 머니투데이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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