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4시 경기 의왕시 포일동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회의실. 농어촌공사 노사 양측이 ‘공사 정원 15% 감축’이라는 인력 구조조정안을 놓고 마주 앉았다. 이날 회의의 두 주역은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과 김종석 노조위원장. 분위기가 험악할 법한 사안이 걸린 협상장이었건만, 의외로 차분함 속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농어촌공사 노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지 22일 만에 구조조정 대타협을 이뤘다.
사실 중대고비가 된 것은 전날 치러진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원 찬반 투표였다. 농어촌공사의 구조조정은 ‘피치 못할 사안’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긴 했지만 노조원들의 반대가 드셀 경우 향후 인력 조정은 난감한 상황에 놓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구조조정 찬반투표에서 놀랍게도 96%(해외근무, 병가, 출장 등으로 빠진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 투표)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투표자 5171명 중 찬성 4031명(77.6%), 반대 1082명(20.9%), 무효 58명(1.5%)으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높은 지지율은 그동안 일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사토론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덕분이다. 또한 남아 있는 직원들이 일부 부담하게 되는 퇴직자 위로금 규모를 늘렸으며, ‘1직급 승진 퇴직’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 방안이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안에는 남은 직원들의 고통분담 범위가 당초 제시됐던 ‘전 직원 2008년 임금인상분 반납, 2급 이상 간부직의 12월분 급여 10% 반납’에서 한층 확대되어 2급 이상 간부직 급여 반납률이 30%로 늘어났으며 3급 이하 일반직도 12월분 급여 5%를 반납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 결과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명예·희망퇴직 등을 통해 총 602명을 감축했다. 2008년 인력 감축 목표(590명)와 비교하면 계획의 102%를 이룬 셈. 2011년까지 844명을 감축키로 한 당초 계획에 따라 나머지 242명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사는 앞서 2000년에도 800명을 줄이는 등 공사 출범 이후 최근까지 2418명을 감축한 바 있다.

농어촌공사가 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쇄신안을 발표한 데 대해 공사 내외부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공사 내부에서는 “다른 공기업이 10%인데 우리는 왜 15%냐”는 불만도 있었고 다른 공공기관으로부터는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사실 농어촌공사는 2000년 출범 이후 늘 공기업 개혁 대상에 올랐다. 자체 사업이 적어 대부분 예산을 정부자금에 의존하는 데다 최근 신규채용이 없어 직원 평균연령 44세로 사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힘든 시기에 노사가 합심해 공공기관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농어촌공사를 극찬했고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이 인력 감축 계획을 잇따라 발표, 농어촌공사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모델이 되고 있다.
농어촌공사 측은 “인력 구조조정은 ‘경영선진화’의 일부분”이라며 마치 ‘구조조정이 경영선진화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지난해 발표된 경영선진화 방안에는 구조조정 외에도 능력을 중시하고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인사제도 혁신이 포함돼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5일 주요 부서장 83%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경력이 3~5년밖에 되지 않은 신참 2급 팀장에게 보직을 부여함으로써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또 행정·기술직 간 교차 인사로 ‘소통 부재’ 인사장벽을 과감히 걷어냈다. 22개였던 부서도 17개 부서로 간소화하고, 66개 지역본부는 36개 팀으로 개편했다. 향후 지사도 93개에서 70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 채용을 늘려 여성 고용률은 현행 10%에서 15%로, 장애인 고용률은 2%에서 3%로 확대한다.
또 정부 의존을 줄이고 자립형 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자산 매각, 민간과 해외투자 유치, 지방자치단체 사업 투자 등을 통해 정부 재정 부담을 6000억 원가량 줄여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어촌뉴타운 건설, 5대강 수계 통합 등 신규 국책사업에 4조 5607억 원을 투입하며, ‘동북아 경제 중심지역’으로 육성할 새만금산업단지 등 자체 산업에도 3조 3023억 원을 투자한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83개 신·재생에너지 구축에도 1조 2816억 원을 쏟을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김종필 전략기획팀장은 “경영선진화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 작업을 지난해에 마치고 올해는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두면서 시스템 정비, 상시퇴출프로그램 운영 같은 ‘소프트웨어’ 실행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지사장 팀장학교를 운영하는 등 인적 역량 강화와 인재 발굴을 위한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재정 자립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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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