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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관들의 무술이나 사격 훈련은 일반 상식과는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무술 연마는 나를 보호하고 적을 제압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경호관의 무술훈련은 국가원수를 대신해 죽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사격 자세도 은폐물을 최대한 이용하는 군인이나 경찰과 달리, 경호관들은 똑바로 선 채 어깨를 활짝 벌려야 한다. 자신의 몸을 경호를 위한 방패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관들의 시범훈련을 관람한 이명박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인사말을 통해 “경호관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직무에 임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경호관은 경호 근무자 외에 대부분 새벽 6시면 연무관에 들러 체력단련을 한 뒤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걸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경호관들에게 체력단련은 기본이다. 경호처는 모든 경호관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반의 준비가 돼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혹독한 측정을 실시한다. 이 때문에 경호관들은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연무관에 들러 ‘죽는 훈련’ 혹은 체력단련을 한 시간씩 한 뒤에야 출근한다.

한 경호관의 이야기다. “경호 업무는 1년 365일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잠시라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록 비번이라 할지라도 이동거리와 시간을 감안해 연락이 오면 금세 달려갈 수 있는 곳에 머뭅니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죠. 주말에도 휴가를 내야 쉴 수 있습니다.”

주말에도 휴가를 내야 제대로 쉴 수 있다? 경호관들이 얼마만큼 긴장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지가 ‘주말 휴가’에서 잘 드러난다. 언제 어디서든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경호관들과의 이날 만남 역시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100m 이내인 곳에서 이뤄졌다.





‘대통령 경호’ 하면 일반인들은 TV 화면 등을 통해 접하는, 대통령 주변에서 동행하며 신변 안전을 지키는 경호관의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경호 업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훨씬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뤄진다. 폭발물 탐지나 식음료에 대한 검측과 검식 등 안전관리는 기본. 경호 취약요소나 위해요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경호팀에 전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경호관 취재 과정에서 경호팀의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잠시 시청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그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는 선발대가 먼저 출동한다. 출동 전 회의에서는 경호 전반에 걸쳐 사전 조율을 통해 각자 임무를 부여받는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두 번 세 번 네 번씩 행사장 곳곳을 직접 돌며 철저히 점검한다. 손과 발로 직접 행사장을 확인해야 된다는 점 때문에 경호관들 사이에 선발대는 ‘손발대’로 통한다.?

밤늦게까지 점검이 이뤄지고 나면 경호팀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체 ‘중간고사’를 치르기도 한다. 경호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얼마나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지를 점검받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경호구역에 대해서는 나무나 돌의 위치는 물론 빈 공간에 무엇이 놓여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답변하지 못하면 ‘지적’받기 일쑤다. 다시 점검하고 숙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임무를 숙지해야 하다 보니 초보 경호관의 경우 경호 준비가 끝날 무렵이면 자신의 임무가 적힌 노트가 너덜너덜해진다고 한다.

경찰 등 유관기관, 행사 관계자 등과의 경호 관련 협의도 끊임없이 이뤄진다. 경호처 자체 인력만으로는 완벽한 경호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호관은 “완벽한 경호를 위해서는 경호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협조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져야 빈틈없는 경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호관은 해당 기관과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호 업무 특성상 경호관에게는 체력, 무도, 사격 등 대통령 신변 경호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 외에도 ‘소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인성’은 채용 단계에서 가장 철저하게 점검하는 항목 중 하나다. 경호관 후보자 개개인이 살아온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이뤄진다고. 물 샐 틈 없는 경호는 경호관 채용 과정에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국가원수 가장 가까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경호관들은 경호도 중요한 외교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외국 경호관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숙지하는 것도 경호관들이 겸비해야 할 중요한 소양이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경호안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대규모 국제행사 경호안전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헝가리, 카자흐스탄, 베트남, 중동국가 등 외국의 경호기관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경호팀의 선진 경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카타르와 베트남 경호요원들이 우리나라에 파견돼 연수를 받기도 했다.

오는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경호안전통제단’을 꾸린 경호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인 다자간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일찌감치 ‘손발대’ 역할에 나선 것이다. 경호안전통제단의 한 관계자는 “양 기관의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경호안전 활동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며 “제주도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 속에서 완벽한 경호안전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완벽하고 세련된 경호업무 수행으로 각국 정상들에게 선진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기를 기대해본다.

글·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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