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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지금 여러분께서 서 계신 이곳은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 녹지원이라고 합니다.”
1월 7일 오전 10시 20분 청와대 녹지원 앞. 관람 안내를 맡은 여경(女警)의 낭랑한 설명 멘트가 마이크를 타고 찬 대기(大氣)를 가로지른다. 100명 남짓한 관람객들의 눈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또랑또랑해지며 녹지원의 명물인 높이 17m짜리 국내산 반송(수령 160년)에 머문다. 하지만 이도 잠시, 청와대에 방사(放飼) 중인 꽃사슴 8마리가 나무들 틈에서 갑자기 우르르 달려나오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관람객은 서울 목동초등학교 학생들. 이날의 첫 단체 관람객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걸까. 사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몰리며 한바탕 춤을 춘다.

면적이 3300㎡(약 1000평)에 이르는 녹지원은 대통령 부부의 산책 공간을 겸한 정원. 1968년에 조성됐으며,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등에 각종 야외행사가 열릴 정도로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어디 분위기를 따지던가! 경치 감상 따위는 아랑곳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TV로 볼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등 즉각적인 감상평을 저마다 쏟아낸다.


100년 이상 견디는 청기와
청와대 관람객은 맨 먼저 춘추관 내 영상물홍보관을 들른다. 그곳에서 4분 10초짜리 관람안내 홍보물을 감상한 뒤 녹지원을 거쳐 옛 본관터→본관→영빈관→칠궁(七宮·조선의 왕들을 낳은 친모이면서도 왕비에는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신위를 모신 곳·사적 제149호) 순으로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연찮게 이동 중인 대통령과 맞닥트려 인사와 악수, 덕담을 주고받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옛 본관터는 경무대(景武臺)터다. 일제 강점기엔 조선총독 관저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한때 이승만, 윤보선 전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되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철거돼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본관은 TV 화면을 통해 우리 눈에 친숙한 곳. 위풍당당한 북악산을 뒤로한 이 건물은 1991년 신축된 이래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고 있다. 국가와 정부를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은 곳으로, 우리 건축양식 중 가장 격조 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한식 가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지붕의 한 형태)이 인상적이다. 본관 건물을 뒤덮은 청색 기와는 약 15만 장. 이 청기와는 일반 도자기를 굽듯 진흙을 빚고 유약을 바른 뒤 하나하나 구워내 100년 이상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지녔고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믿지 못하겠다고? 해결책은 간단하다. 100년 후 다시 이곳에 와보시라!



하루 평균 1500명 관람
다음은 환영만찬 등이 열리는 영빈관 순서. 청와대 관람코스 중 유일하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1978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화강석 중 최고로 치는 전북 익산의 황등석으로 만들어진 돌기둥 18개가 떠받치고 있다. 그 중 앞기둥은 이음새가 없는 한 개의 돌기둥으로 돼 있는데 밑둥 둘레 3m, 높이 13m로 무게는 60t에 달한다. 바닥에 깔린 카펫도 502㎡(152평) 넓이의 한 장짜리로 돼 있는 등 이야깃거리가 제법 쏠쏠한 곳이 바로 영빈관이다.

청와대 관람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오전 10시와 11시, 오후 2시와 3시 하루 네 차례 이뤄지며, 하루 평균 1500명이 찾는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온 학생들, 경로대학 같은 데서 오는 노인들이 다수여서 5월과 10월은 하루 2000명을 넘어설 만큼 관람 성수기다. 날씨가 추운 겨울철엔 관람객이 하루 1200명가량으로 다소 줄지만, 가족단위 관람객을 맞는 토요일을 정점으로 꾸준히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청와대는 “올해부터는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 운영, 장애인 초청 관람행사 개최,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음성안내시스템 업그레이드, 성수기 관람객 전용 셔틀버스 확대 운행 등 다양한 개선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람 절차 및 안내는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의 ‘청와대 안내’에 들어가면 된다. 전화 문의는 02-730-5800.

혹 청와대가 이백(李太白)이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읊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여기는 딴 세상, 인간이 사는 땅이 아니네)처럼 막연히 멀게만 여겨졌는가? 그렇다면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청와대 나들이에 나서보면 어떨까. 이젠 청와대도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 공간이자 서울의 또 다른 관광명소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될 터이니….

글·김진수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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