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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부터 기업의 부채비율, 은행 부실여신비율 등 여러 수치가 1997년 당시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과민반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양상을 주시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과장된 불안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움직임은 상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8월 말 이후 지난 10월 6일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무려 16%나 폭락했지만, 우리보다 외환보유액도 적고 경제규모가 작은 싱가포르는 2.6%, 말레이시아 2.4%, 인도네시아는 3.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의 가치는 4.2% 상승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볼 때 올해 100억 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적자가 난다고 이렇게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비이성적”이라며 “지나친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도 “시중에 달러난이 가중되면서 (외환 문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시장에 외화가 부족해서 환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일 뿐 외환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외환보유액 1997년보다 월등히 많아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한국판 금융 불안이나 제2의 환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가장 먼저 세계 6위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지적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에 그쳤고 그나마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84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397억 달러에 달한다. 더구나 이 돈 대부분은 현금화해 곧바로 사용이 가능한 자금이다. 설령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달러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창고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위험 요소로 지적하는 단기외채비율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10년 전보다 훨씬 개선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비관론을 제기하는 측은 한국의 단기외채가 외환위기 당시의 637억 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난 1천587억 달러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당시에 비해 월등히 커진 우리의 경제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단순비교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외채는 액수보다 장기외채와의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며 “1997년에는 단기외채가 700%를 넘었지만 현재의 단기외채비율은 당시의 10분의 1 수준인 70% 이하”라고 설명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 관리관도 “현재 총 외채규모가 다소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증가 속도가 크지 않아 순대외채권은 감소하고 있다”며 최근 단기외채 증가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역시 단기간 적자가 나긴 했지만 누적액수를 보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1997년 당시 누적 경상수지는 440억 달러 적자였지만 현재는 1500억 달러가 넘는 누적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연쇄부도로 외환위기를 부추기는 장본인이었던 기업과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도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400%가 넘었던 기업부채비율은 대부분 100% 밑으로 떨어져 있다. 현금보유 비중도 크게 늘어 오히려 정부가 돈을 풀어 투자를 요청할 정도다. 은행들 역시 외환위기 당시 4.5%에 달했던 부실여신비율이 현재는 0.8% 수준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현 상황을 손 놓고 구경만하 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 “전 세계적인 금융쇼크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면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고, 은행과 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부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7일 경제 관련 각 부처 장관들은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거시경제 정책협의회를 갖고 국제 금융상황에 따른 비상계획 점검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국제 금융상황을 △호전 △불안정 지속 △해결 어려움 등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나누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는 과민 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뿐 아니라 외환시장 참여자와 금융기관,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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