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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올해 들어 국민들을 걱정시키고 결국에는 경악시킨 안양 초등생 실종사건의 용의자인 정모 씨는 지난 수년간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말미암은 외로움이 끔찍한 범죄를 유발했다고 결론짓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 한 축이 됐다고는 볼 수 있다.

사실 외로움이 유발하는 심리적 이상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고립돼 있다고 생각하면 대인관계에 점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현대인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일 때문인 경우가 많아 정서적 교감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 풍요 속의 빈곤인 셈이다.

외로움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감기에 더 잘 걸리고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에이즈로 발병될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으로 고립된 아이들을 20년간 추적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았다. 외로운 사람들은 암에도 잘 걸리고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도 더 낮았다. 외롭게 사는 것도 서러운데 왜 몸까지 병약해질까.

최근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외로움이 어떻게 몸의 병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미국 LA 소재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스티브 콜 교수팀은 지난해 생명과학 저널인 ‘게놈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외로운 사람들은 백혈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보통 사람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보고했다.

인체의 게놈에는 약 2만5000가지 유전자가 들어 있다. 유전자는 일종의 제조설명서로 제품을 만들라는 신호가 오면 제조설명서(유전자)대로 특정 제품(대부분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부른다. 인체를 이루는 200가지가 넘는 세포가 모두 동일한 게놈을 가지고 있지만 피부세포와 간세포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띠는 이유가 바로 발현되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염증 유발 유전자 발현 높게 나타나
연구자들은 2만 가지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볼 수 있는 유전자칩을 만들어 보통 사람과 외로운 사람의 백혈구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 1%에 해당하는 209개 유전자 패턴이 확연히 달랐는데 외로운 사람은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높은 걸로 나타났다. 반면 염증을 억제하는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보통 사람에 비해 낮았다. 한마디로 외로운 사람들은 면역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현대사회는 얼마든지 혼자 살 수 있지만 아직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가 안 된 뇌가 위기로 해석해 심신에 이상이 생긴다. 사람의 뇌는 사회적인 관계를 생존의 문제로 판단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수렵채취인의 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절 홀로 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신신경면역과 요아힘 바우어 교수는 2005년 펴낸 저서 <공감의 심리학>에서 “개인이 공동체에서 의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배제되면 예외 없이 질병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목숨마저 잃을 수가 있다”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겠지만 개인주의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주의가 오래된 서구사회를 보면 차선의 해결책을 볼 수 있다. 바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려 동물’이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로 애완동물, 특히 개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데 잘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나은 측면이 있다. 실제 ‘애완동물 요법’(pet therapy)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외로운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

그런데 외로움은 또 다른 외로움을 부를 수 있다. 일 때문에 애완동물을 집에 혼자 둬야 할 시간이 많은 경우 애완동물이 외로움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처럼 사회성이 강한 동물인 개는 혼자 오래 방치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혼자 있어도 스트레스를 덜 느끼는 고양이를 키우는 게 낫다.
 

일본 독신자들에게 애완동물 로봇 인기
최근 일본에서는 독신자, 특히 50대 이상 여성들이 장난감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주로 봉제인형인데 내부는 전자회로가 장착돼 있다. 그 결과 생명체처럼 접촉 방식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말을 걸면 대답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결국 인형을 통해 어린이나 동물을 대할 때와 비슷한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애완동물 로봇도 인기인데 ‘꿈 병아리’란 로봇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삐약거리고 날갯짓을 한다. 여건상 애완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인기인 이유다.

이런 현상은 일면 서글픈 측면도 있지만 우리 뇌의 구조를 고려할 때 홀로 우두커니 앉아 TV를 보거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 것보다 정신 건강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일본에서는 이런 애완 로봇을 수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전자기술이 더 발달하면 훨씬 실제 생물체에 가까운 로봇들을 경제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가 되면 21세기 초는 인류가 가장 외로웠던 시절이라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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