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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나 스타워즈 같은 SF영화를 보면 인간보다 앞선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대거 등장한다. 이런 영화에 익숙한 탓인지 외계인이 어딘가 살고 있으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하지만 아직 지구 밖에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다.
그렇다면 방대한 우주에 고등생명체는 우리뿐인가. 하지만 최근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계 가운데 우리 태양계와 가장 비슷한 행성계가 포착돼 그곳에 ‘제2의 지구’가 존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발견은 한국 천문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거둔 쾌거다.
태양-목성-토성의 축소판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5년 스위스 제네바천문대의 과학자들이 보통 별인 ‘페가수스자리 51번별’ 주변에서 처음 외계행성을 발견했다(물론 그 이전에 중성자별이란 특이한 천체에서 행성이 발견된 적은 있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밖에서 250여 개가 되는 행성을 찾아냈다. 매달 평균 1, 2개꼴로 새로운 외계행성을 포착해 낸 셈이다.
이 가운데는 겨우 10시간 만에 모성(母星)을 한 바퀴 공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행성도 있으며, 목성보다 더 크면서 질량은 절반밖에 안 나가는 행성도 있다. 또 백조자리의 HD188753이라는 세쌍둥이별 주위를 도는 행성도 발견됐다. 놀랍게도 이 행성에서는 3개의 태양이 뜨는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성을 발견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마치에이 코나츠키 박사는 이 행성을 ‘타투인’이라고 명명했다. 타투인은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으로 2개의 태양이 뜨는 신비한 행성이다.
태양계와 가장 비슷한 외계행성계는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중심인 국제공동연구그룹 ‘마이크로-펀’(Micro-FUN)이 찾아냈다. 이들은 지구에서 궁수자리 방향으로 5000광년 떨어진 별 ‘OGLE-2006-BLG-109L’ 주변에서 질량이 각각 목성의 0.71배와 0.27배인 두 행성을 발견해 ‘사이언스’ 2월 15일자에 발표했다. 특히 두 행성이 각각 모성으로부터 지구-태양 거리(AU, 천문단위, 1AU=1억4960만㎞)의 2.3배와 4.6배 떨어져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태양계 밖에서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행성이 많이 발견됐는데, 이번 발견에서는 행성 배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태양계에는 태양에서 5.2AU, 9.5AU 각각 떨어진 곳에 목성과 토성(목성의 0.3배 질량)이 태양을 돌고 있다. 새로 발견된 행성계는 모성의 질량이 태양의 절반 정도이고, 모성과 행성의 질량비, 떨어진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태양-목성-토성’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처럼 행성 배열이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행성계는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 행성계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사이언스’에 실린 해설기사에서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앨런 보스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행성계에서 모성과 행성 사이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력렌즈 이용 24시간 관측 주효
마이크로-펀은 2002년 중력렌즈로 외계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충북대 물리학과 한정호 교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앤디 굴드 교수의 주도로 결성됐다. 여기에는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연구부 박병곤 부장, 이충욱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측한 ‘중력렌즈’란 두 별이 우리 시선 방향과 나란히 놓일 때 앞별 때문에 뒷별의 빛이 휘어져 밝기가 증폭되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마치 앞별이 렌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만일 렌즈 역할을 하는 앞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때는 뒷별의 밝기가 2번 이상 밝아지기 때문에 이런 중력렌즈를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이번 관측은 남반구와 저위도 북반구 지역에 있는 여러 망원경을 이용해 진행됐다. 특히 한 지역에서 관측하다 아침이 되면 다른 지역에서 이어받아 연속적으로 관측하는 작전이 주효했다. 이번 발견에는 미국 애리조나 레몬산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지름 1.0m짜리 망원경도 크게 기여했다. 특이하게도 뉴질랜드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관측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운 덕분에 논문 저자에 포함됐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외계행성 탐색 프로젝트인 이 연구를 기관 ‘톱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연구진은 2005년 목성보다 2배 무거운 행성을, 2006년 지구보다 7배 무거운 해왕성급 행성을 각각 발견한 바 있다. 충북대 한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이달의 과학기술자’로 선정됐다.
우리 연구진은 아프리카와 칠레에 지름 2m의 광시야 망원경 2대를 추가로 확보해 24시간 관측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외계행성계 탐색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종 목표는 태양계 밖에서 ‘제2의 지구’를 발견하는 것.
이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목성급 행성을 수천 개, 천왕성급 행성을 수백 개, 지구형 행성을 수십~수백 개 발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사냥꾼’으로 나선 우리 연구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에 망원경을 띄우지 않고도 질량이 지구의 10분의 1 정도인 외계행성까지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외계생명체가 사는 제2의 지구를 찾는 일에 우리나라가 선두에 나서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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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