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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 선(한화 약 9만4000원)을 돌파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원유시장에서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찮게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로 닥쳤다.

이처럼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 팽창에 따라 석유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 인도 등의 원유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선진국들의 예상보다 높은 수요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석유 수요 증가와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정세 불안 및 국제 투기세력의 가세로 고유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가스·전력 등 공공요금 조정 불가피
특히 현 수준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새 정부도 올해 거시경제 운용의 핵심적인 변수로 국제 유가를 지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유가가 연평균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환율 요인을 배제할 때 유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 물가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가뜩이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가 올라 서민생활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률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및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더불어 국내 증시의 수급이 최근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유가 100달러’ 시대가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국내 증시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줄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더욱이 고유가는 무역수지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다. 석유 소비량이 연간 8억 배럴인 우리나라는 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무역수지가 8억 달러나 악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특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항공, 석유화학, 섬유 등 업종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때 운수업은 영업이익이 1%, 화학제품과 석유제품은 각각 0.6%와 0.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상승은 물론 석유가 모든 산업의 기초 원자재인 만큼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인해 가스·전력 등의 공공요금이 올해 들어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유류세 10% 추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경유와 등유 값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부담이 그나마 조금은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조선·해운·반도체업계는 고유가에 상대적으로 냉담한 편이다. 조선의 경우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인 데다 고유가로 심해유전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어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해운도 선박용 벙커C유 가격이 바로바로 가격할증으로 반영되는 편이다. 삼성그룹 등 반도체업계는 핵심 사업구조가 유가와 큰 관계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 다소 안정세 전망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아직 1,2차 오일 쇼크 때보다 유가가 싸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유가가 100달러에 달해도 그 영향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이전 오일파동 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절대적인 유가 수준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며 에너지효율 제고 등을 통해 나름대로 고유가에 대한 내성도 확대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세계 경제가 수년간 고유가에 적응해 온 만큼 고유가가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문배 연구위원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올 하반기부터는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과거에 비해 원유 의존도가 낮아지고 산업도 소프트하게 옮아감에 따라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버틸 만할 수준”이라며 “그러나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그때는 진정한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단기적 전망이나 대책보다는 ‘유가 100달러 시대’를 염두에 두고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업은 에너지를 줄이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임을 깨닫고 국민들도 소비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획기적인 발상과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 경제가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우리의 경기 흐름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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