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20년 경력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오세건(44)씨는 남들처럼 출퇴근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 동료 안마사 5명과 함께 3월부터 (주)MPC의 정식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과 소속감을 얻은 것이다.
오씨는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해서인지 몸도 훨씬 개운하고 건강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낮에 일하니까 좋다.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놀아주니 정말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동안 안마시술소에서 손님을 맞거나 호텔이나 가정집으로 출장안마를 다닐 때는 주로 밤에 일하고 오래 대기하는 등 생활이 불규칙했다. 새벽에나 집에 들어가 밥 먹고 제대로 잠도 못자고 나오기 바빴다. 장이 나빠지는 등 건강문제로 고생도 많았다.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10년 이상 경력자들이어서 모두 오씨와 같은 역경을 겪어온 사람들이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정식직원이란 것도 뿌듯하다.
텔레마케터 전문회사인 (주)MPC는 지난해 회사 휴게실에 마사지 공간을 만들고 노동부의 헬스키퍼 사업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안마사 2명을 시험고용했다. 안마사들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하루 종일 전화로 고객을 상대하느라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인 텔레마케터들에게 20분 정도 안마서비스를 제공했다.

규칙적 출퇴근, 낮에만 일해 기뻐
10월부터 올 2월까지 운영한 결과 직원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기 때문에 어깨와 목이 뻣뻣하고 아프다던 직원들이 “너무 시원하고 개운하다”며 좋아했다. 시험고용을 거친 뒤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시각장애인 안마사 6명의 헬스키퍼 정규직 채용을 결정했다.
(주)MPC 인사담당 조정란 이사는 “텔레마케팅 업무특성상 직원들이 정신적 긴장과 업무스트레스 등을 자주 호소하는데, 생각보다 안마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복리후생 차원에서 회사 전체에 확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당한 정규직원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한 처우를 제공하는 등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안마사들은 오후 1~8시 직원들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콜센터에는 460여 명의 텔레마케터가 근무하는데 교대로 20~30분 씩 안마를 받으며 뭉친 근육과 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박승옥 총괄센터장은 “텔레마케터들은 고객만족을 목표로 일한다. 반대로 안마서비스의 고객은 텔레마케터들이다. 내부 고객인 텔레마케터들의 만족도가 높으니 시너지 효과로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에도 능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서 예산 지원 … 상당한 효과
외부에서 안마 한번 받으려면 5만 원은 내야 하는데 무료로 직원들에게 30분 정도 휴식을 주는데다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주니 인기가 만점이다.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기 돌아가도록 분배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웃고 대화하면서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박 센터장은 “회사에도 좋고 사회· 문화적 변화를 위해서도 이런 사업이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에 따르면 2004년부터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은 2%이상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별다른 근거 없이 사회적 편견으로 장애인 고용을 기피해 왔다. 장애인을 수용하려면 특별한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근로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등 핑계를 대기 일쑤였다. 법을 어기고 1인 당 월 50만 원 정도의 의무고용 부담금을 내면 그만이어서 장애인 의무고용을 규정한 법률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2004년 기준으로 1.26% 수준이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을 기피해 30대 기업집단은 0.97%에 불과하다. 그만큼 장애인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헬스키퍼 사업을 본격화했다. 정부 예산을 지원하여 기업과 연결해 안마사를 파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기업이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정식직원으로 채용하는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오세건 씨는 “버젓한 일자리를 알선해준 공단이 너무 고맙다”면서 “동료 안마사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설사 소득이 줄더라도 헬스키퍼 같은 일자리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른 기업들이 이들에게 기회를 넓혀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글 김병훈 기자 사진 박준우 기자
| 헬스키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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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키퍼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헬스키퍼’는 기업이 직원의 건강관리와 피로회복, 질병예방 등을 위해 마사지 시설을 설치하고 안마, 마사지, 지압 등에 국가자격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채용하여 안마 등을 시행하는 제도이다. 일본의 경우 헬스키퍼 제도를 도입, 대기업에서 약 250여 명의 안마사를 고용함으로써 직원의 복리후생과 장애인 고용률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여기에 취업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원들의 교류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직장인들은 해고의 불안과 일의 고밀도화 등으로 마음과 몸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이것이 쌓이게 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예가 적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대한안마사협회가 2006년 11월 총 306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53.9%가 헬스키퍼라는 직업을 알고 있었으며 48.9%가 헬스키퍼로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하는 근무형태의 1순위(76.5%)로 회사에 직접 고용되는 형태를 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당당한 소속감과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현재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전국에 6800명이 활동 중이다. 장애인공단 이효성 중증장애인연구팀장은 “헬스키퍼를 고용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효과와 더불어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회공헌의 역할까지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기업들의 관심을 기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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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