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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일. 새해 첫날 산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립공원의 적지 않은 변신을 목격했을 것이다. 입구에서 받던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것.

‘국립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 입니다’라는 현수막의 글귀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입장료를 걷던 매표소가 탐방객의 쉼터 역할을 하는 ‘시인마을’로 변신한 것도 눈에 띄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지 40주년, 국립공원관리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창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걸맞은 뜻 깊은 변화가 시작된 지 벌써 한해가 다 돼간다.

매표소는 오랜 기간 동안 산행, 탐방에 부담을 줬던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매표소가 심신의 피로를 풀어 주고, 산행객들과 탐방객들에게 서정을 가득히 담아주는 시인마을로 변신했다.

시인마을에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들로 가득 채워졌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세상을 노래한 우리의 유명 시인 100명의 시 500편을 모아 10권의 시집으로 만들어 비치하고 탐방객들이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75곳에 설치 … 탐방객 63만 명 다녀가
이 시집 속에는 우리 금수강산의 바람소리며 새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가 스며 있다. 시집 제목은 ‘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다. 지난 10월 말 현재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운영 중인 시인마을 75개소에 탐방객 63만 여 명이 다녀갔다. 탐방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집을 골라 본 후 국립공원을 나올 때 가까운 시인마을에 반납하면 된다.

시집을 펼치면 아름다운 자연과 시가 하나 되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것이 단순히 풍광을 즐기고, 신체를 단련하는 수준을 넘어 진한 감동을 주는 새로운 국립공원 문화가 만들어지는 기틀이 세워진 것이다.

새로운 국립공원 문화는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일부 잘못된 탐방문화를 바로 잡을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복욕을 우선하는 탐방문화도 그 중 하나다. 산에 간다는 겸허한 자세보다는 정상을 밟아야만 하겠다는 정복욕이 앞서는 경우가 흔하다.

산에 다녀 온 다음날은 최고봉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 감동과 느낌, 그리고 교감은 화제에서 한참 뒤로 밀린다.

새로운 탐방문화의 정착이 절실한 이유다. 대자연속에서 자연의 소리에 진정 귀를 기울이며 그런 문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국립공원은 문화·역사·생태를 체험하면서 자연과 동화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자연을 관찰하고, 문화유적을 둘러보고, 새소리, 풀냄새, 계곡물소리에 한발 가까이 하고, 선인들의 숨결을 느끼는 것, 이 모두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길은 몸도 편해지고 마음도 편해지는 길이어야 한다. 거기에 시집 한권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가슴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징수 인력 대국민서비스에 투입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공원관리의 고유 업무를 미루고 징수 업무에만 매달렸던 인력들을 현장에 재배치함으로써 국립공원 관리의 틀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됐다. 고객들과의 주요 접점 지역에 분소를 신설한 것은 현장 중심의 서비스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해상·해안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분소 12개를 신설했다. 산악공원에서도 탐방로 곳곳에서 현장거점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립공원 탐방객들께서는 언제라도 불편이나 어려움을 직원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한려해상,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웬만한 섬에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상주하면서 국립공원관리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인원이 생태모니터링, 순찰 등 공원관리 고유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원들이 탐방객과 함께 선진국형 국립공원 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또 수많은 탐방자원을 갖고 있는 국립공원에서 탐방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시급하다. 공원 내방객 여러분의 불편 사항 제보와 조언은 한 단계 성숙한 공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공단에서는 이를 위해 자연 해설 프로그램이 활성화하는 한편 전국의 자연환경해설가들과 공단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이제 탐방객들은 국립공원의 숲과 계곡, 바다에서 알찬 자연해설을 들으며 생생한 자연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탐방객 있는 곳에 직원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국립공원이면 도서벽지, 산간오지가 따로 없이 현장 중심의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토의 핵심보전지역이다. 2006년 지리산 등 10개 국립공원의 모니터링 결과 전국토의 6.6%에 지나지 않는 국립공원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57%가 살고 있다. 국립공원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마지막 안식처다. 유명사찰과 국보 등 유구한 전통문화유산도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의 연구결과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65조 원에 이른다. 보존가치는 58조 원이며 이용가치가 7조 원이다. 국립공원은 경제 가치를 보더라도 엄격히 보전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국가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최근 2004년 설악산에 이어 지리산 등 4개 국립공원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카테고리Ⅴ에서 Ⅱ로 변경, 인증을 받았다. 단순한 경관보호지역에서 명실상부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국립공원(보호지역)으로 격상된 것이다.


국민도 이젠 팔 걷고 나서야
지난 7월, 공단은 새로운 비전으로 ‘자연보전과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세계일류의 공원관리 전문기관’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다짐도 국립공원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한 예로 입장료 폐지 후 북한산국립공원은 몸살을 앓고 있다. 10월 말까지 탐방객수가 전년대비 무려 104%가 증가했다. 등산객의 폭증에 따른 탐방로 훼손은 물론 샛길들이 거미줄처럼 생겨나 서식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서울의 녹색허파 북한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팔 걷고 나서야 할 때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도 주민들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국립공원 관리를 국민과 함께 한다면 내년 봄에는 지리산국립공원 산자락에서 반달가슴곰 가족이 마음껏 뛰놀고 국립공원계곡에서는 열목어와 쉬리가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자산인 국립공원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주인 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자연은 꼭 보전해서 후손들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후손들에게 빌려 왔기 때문이다.  

오영상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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