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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오후 국방과학연구소 창원 기동시험장. 세계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한국군의 차기전차 ‘XK2’(일명 흑표) 3대가 늠름한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냈다.
이날 기동시험장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과 방산업체 로템 연구원들이 XK2 전차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었다. 전차와 전차간의 구축된 디지털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가 가능한지를 실험했다. 인터넷으로 전차간의 소통이 이뤄지면 적과 아군의 위치를 포함한 전장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통합전투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드디어 1번 전차에서 우렁찬 엔진소리가 들리자 나머지 2대에서도 굉음이 쏟아졌다. 1번 전차 포수석에 앉아 있던 백주현 연구위원(전투지휘통제시스템 담당)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백 연구위원이 시스템 가동을 위한 스위치를 켜자 잠시 후 노트북 화면에 두 대의 전차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미래 전장 환경에 전천후 적응
전차장 자리에 있던 석호동 1체계 개발본부 책임연구원(사격통제기술 및 전자장비 담당)이 조준경으로 목표물을 조준하자 목표물의 위치좌표가 자동으로 측정되면서 이 데이터가 전차 3대에 연결된 노트북 화면에 모두 나타났다.

석 박사는 “XK2 전차에는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가 내장된 디지털 데이터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며 “어떤 지형에서도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포함해 전장 상황을 지휘통제소(C4I)와 공유할 수 있는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도록 설계됐다”고 자랑했다.

XK2 개발을 진두지휘한 김의환 전차체계부장은 이날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이번 차기 전차 개발은 우리나라 지상 무기 개발기술이 선진국 이상이라는 것을 세계에 인식시켰으며 향후 자주국방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의미를 두었다.

XK2 전차를 개발한 전차체계부의 연구원은 모두 23명. 연구진을 총지휘하며 XK2 전차를 개발한 김 부장은 1979년 서울대 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사했다. 입사 후 5년 동안 국내 최초 한국형 장갑차인 K200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갑차는 말레이시아에 수출됐고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전투지원 장비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수입한 K1전차의 성능을 개량해 한국형 전차로 탈바꿈한 K1A1전차 개발에도 참여했다. 

김 부장과 함께 XK2 전차개발에 참여한 금동정 체계1팀장은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20대 박사로 김 부장이 차기전차 개발을 위해 스카우트했다. 강원석 체계2팀장은 자주포개발 등에 참여한 베테랑 국방과학연구소 사람.
전차체계부는 체계설계 종합팀과 위치기반정보시스템(ILS)개발팀으로 구성됐으며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우수한 연구진들이 이번 차세대 전차 개발에 참여했다.







15년 만의 결실 … 2011년 실전 배치
 
국산 전차개발은 한국전쟁 당시 괴물 같은 소련의 T34전차 앞에서 불가항력으로 밀려야 했던 쓰라린 경험에서 출발한다. 전후 미국의 M47과 M48을 도입해 쓰던 육군은 1992년 미국의 M1(에이브럼스)전차를 토대로 설계한 K1전차의 일부 생산기술과 105mm 강선인 주포를 미국의 120mm M256 활강포로 개량하는 K1A1사업을 통해 국산전차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K1으로는 한국적 산악지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육군은 이에 따라 1998년 국산전차 개발계획을 세우고 국방과학연구소가 그 역사적 임무를 맡게 됐다.
연구원들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전차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능력으로 개발할 것인가에 주력했다. 성능과 모양, 이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실제 전장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에 몰입했다.

설계경험이 없는 개발팀은 외국 선례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전차개발의 세계적인 흐름 파악과 선진 제작기술 습득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래 전차에 대한 개념 연구는 3년에 걸쳐 마무리됐지만 설계와 시제품 제작도 전인미답의 길이라 쉽지 않았다. 각종 자료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제작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김 부장과 연구팀은 이후 XK2 시제품 수십 대를 운영하며 기술적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갔다. 이 같은 연구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세계 최고 위력을 자랑하는 120mm 활강 전차포,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해 사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추적장치, 적이 발사한 미사일을 도달하기 전에 무력화시키는 능동방호장치 등 수십 종의 핵심 구성품과 운영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김 부장은 “2007년 3월 2일 한국은 드디어 주력전차 독자 개발국이 됐다”며 “선진국의 전차들과 비교해 볼 때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향후 수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XK2 전차는 내년 8월까지 육군의 운용시험을 거쳐 2009년 양산에 들어가 2011년 실전 배치될 계획이다. 

글 권태욱 기자 사진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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