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지난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농협이 금융 해서 몇 조 원씩 벌어 사고나 친다”라고 농협중앙회를 강하게 질책한 뒤 농협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내친 김에’ 수협에 대한 개혁에도 착수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때문에 허겁지겁 개혁에 착수했다’는 비판은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농협 및 수협 개혁이 탄력을 받았으면 하는 기대가 높다. 그만큼 오래된 난제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농업계가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사기업이 되어버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총자산의 대부분은 신용사업(금융업) 부문에 몰려 있다. 농산물 판매와 유통, 마케팅 등 경제 부문에 들이는 돈의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실제로는 도시인을 상대로 금융사업을 벌여 잇속을 챙기는 ‘공룡 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신·경 분리’, 즉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을 분리해야 농협이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제값 받기 등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부터 나왔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농·수협, 농어민에게 돌려줘야”
비리와 방만한 경영도 문제다. 특히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주무를 수 있는 농협중앙회장은 민선으로 중앙회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현재 4대 최원병 회장 직전인 3대 정대근 전 회장까지 1~3대 회장이 모두 구속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과 2대 원철희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정 전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를 현대차에 팔면서 3억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 회장은 그 뒤에도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당시 50억 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중앙회장뿐 아니라 농협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253건으로 피해액이 335억 원이다. 이 중 횡령·유용이 111건(213억 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으로는 중앙회가 3조 6100억 원(2008년 기준)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조합지원자금 등으로 일선 회원조합 등을 장악하고 있고, 밖에서는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에서 농협 개혁안을 번번이 묵살해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최근 국민의 개혁 필요성 여론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않으면 농협 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이 아니라 생산자 조직인 농협을 정부 주도로 개혁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합당한가라는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농협이 공익적 성격이 강한 데다 농협 조직 스스로 개혁에 나설 동력이 약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 농협에 대한 포괄적 감독 권한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수협 개혁은 농협보다는 정부가 나서야 할 당위성이 뚜렷하다. 매년 순이익을 1조 원 이상 내는 농협과 달리 수협은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는 2001년 1조 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일선 수협들에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 2516억 원이 투입됐지만 수협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2007년 수협 회원조합 자기자본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전국 94개 일선 수협 중 절반이 넘는 49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이 가운데 32곳은 출자금을 다 까먹고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상태. 전남 완도군 수협의 경우 부실 규모가 1000억 원을 넘는다.
완도군 수협을 포함해 자기자본 비율이 마이너스 20%에도 못 미치는 회원조합 7곳은 오래전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진 상태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미적거림으로 인해 이들 일선 수협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은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수산업 분야가 농업보다 더 어려운 데다, 수협 자신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탓도 있다.

농협, 회장 권한 축소 등 2단계 개혁
정부의 농협 개혁 구상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현재 활동 중인 농협개혁위원회가 2009년 1월 3일까지 내놓을 농협 개혁안을 바탕으로 농협법 개정안을 만들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1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작업이 핵심이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장을 통해서만 경제, 신용 등 주요 사업부문 대표를 추천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이사진 30명 중 10명의 사외이사도 회장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각 사업부문 대표 임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사실상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실무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비리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개혁위원회의 농협법 개정안 방향은 농협중앙회장의 가장 큰 권한인 인사추천권을 없애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사추천권이 없어지면 농협중앙회장은 사실상 명예직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실질적인 의결기구로 만들고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키워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견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 개정 작업이 완료되면 2단계로 2009년 4월부터 신·경 분리 작업에 착수해 하반기 중 관련 내용을 담은 새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신·경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정부의 개혁 계획과 별도로 농협중앙회도 인력 감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2010년까지 자회사 및 손자회사 25개 중 9곳을 청산 또는 매각하는 내용의 자체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정부는 수협에 대해서는 지도·경제 사업 부문을 통합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하고 중앙회장은 대외 활동만 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부실이 심한 일선 수협 7곳 중 완도군 수협은 2009년 초까지 사실상 청산하며, 다른 6곳은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글·장강명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