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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이하 신종플루)가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리게 될까. 5월 27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신종플루 사망자는 멕시코가 83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10명, 캐나다 1명, 코스타리카 1명 등 총 95명이다. 감염환자가 나온 국가만도 5월 27일 현재 51개국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신종플루는 그동안 다소 주춤하는 듯했다. 지난 5월 2일 첫 신종플루 환자가 확인된 이래 19일까지 4명의 환자밖에 발생하지 않아 소강 국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신종플루 감염은 23일부터 크게 증가해 29일 오후 현재 확진환자가 총 35명으로 늘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 등 위험지역에서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할 예정이어서 신종플루의 국내 확산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지난 23일 이후 서울 강남 C어학원 외국인 영어강사 중 22명에서 신종플루가 집단 발병한 것은 입국과 이후 점검과정에서 감염자를 걸러내는 데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입국 당시 공항에서의 발열 감시와 검역질문서 작성, 이후 전화 모니터링 등 단계별 검역과정에서 감염자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모두 65명인 영어강사 일행(인솔자 1명, 운전자 1명 제외) 중 최초 감염환자로 추정되는 23세 미국 여성은 입국 당일인 16일에 이미 증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여성은 공항의 발열감시기를 무사히 통과했으며 검역질문서 답변을 통해서도 의심증상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잠복기를 고려해 입국 5일째 실시하는 전화 모니터링에서도 이 환자는 걸러지지 않았다.
더욱이 강사 일행이 묵은 곳은 서울 강남지역에 자리한 3백5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이어서 집단 감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1주일간 이곳에 머물면서 자유롭게 외출해 지역주민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접촉자 중 신원 파악이 가능한 인물은 추적조사를 할 수 있지만 신원이 불분명한 접촉자는 추적조차 어렵다.
더욱이 외국어 강사 중 32명은 5월 22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구, 춘천 등 지역사회에서 하루 정도 체류했기 때문에 이들 중 잠복기 환자가 있을 경우 전국적으로 신종플루가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다면 검역과정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신종플루 집단 발병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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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국인 강사 확진환자들이 실제로 배치된 지역은 서울 도봉, 성북, 마포구를 비롯해 경기 부천, 대구 등지다. 이들은 이동수단으로 지하철과 KTX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와 광범위하게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이들에 의한 2차 감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신종플루의 잠복기가 최장 7일인 점을 감안하면 2차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대책본부는 지역사회 확산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예방에 치중하고 있는 방역대책을 치료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시점에서는 해외 환자 유입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지역사회 유행이 확산할 경우 이들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보건당국은 또 신종플루의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해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유학생 등 예비 입국자 대상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위험지역 여행자들에 대해 의심증상을 신고해줄 것을 강조했으나 앞으로는 해외여행 여부와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발열과 급성호흡기 증상(기침, 목 통증, 콧물 등)이 나타나면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것을 당부했다.

또 의료기관에도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환자에 대해 보건소에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건당국은 이와 함께 방학을 맞아 해외유학생 등이 대거 귀국할 것을 고려해 미국과 캐나다 현지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의심증상 발생 시 보건소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입국 시 주의사항’을 홍보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종플루 환자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의료기관과 각급 학교를 통한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의회, 내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 개원의협의회 등 유관단체와의 회의를 통해 신종플루 능동감시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은 급성 발열호흡기 질환자의 진료 건수를 관내 보건소에 매일 신고하게 된다.
보건당국은 또 학교에서의 집단 발병을 조기에 인지하기 위해 1백80개 지역 교육청별로 초중고등학교의 결석자 현황을 매일 집계, 분석해 특정지역에서 결석자가 급증할 경우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은 “신종플루는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추가 환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독성 면에서 일반 독감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확산된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예방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것보다 폐렴 예방주사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다만 암 투병 중이거나 간경화,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전염병에 취약하므로 조심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방역체계는 체계적으로 잘 운용되고 있다”며 “의료도 세계적 수준이므로 손을 자주 씻는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발병 시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간다면 이번 신종플루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영번(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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