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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 정력 떨어지고, 수명 짧아지고, 암 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제22회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내놓은 주제는 ‘흡연경고 그림(Tobacco Health Warning)’이다. WHO는 세계 금연의 날을 기념해 발간한 소책자 <진실을 보이고 생명을 구하라 : 건강경고 그림 사례(Showing the truth, Saving lives: The case for pictorial health)>를 통해 담뱃갑에 게재하는 건강경고는 어떤 금연정책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뱃갑에 표기하는 경고는 흡연이 건강에 심각하게 해로운 요소라는 공공의 인식을 높인다는 것이다.

WHO는 전체 흡연자의 절반 이상이 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며, 이러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국가들은 담뱃갑에 이러한 경고를 전혀 혹은 거의 게재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일반 대중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흡연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WHO는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2009년 조사에서 흡연자의 37퍼센트만이 흡연이 장기적으로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17퍼센트만이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2004년 조사에서는 내과의사의 95퍼센트가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심장병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66퍼센트에 그쳤다. 흡연은 암보다 심장병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다.

WHO는 특히 담뱃갑의 흡연경고 그림은 비용에 비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흡연경고 그림은 문맹 흡연자들에게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 이미지나 브랜드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흡연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정부가 금연에 들이는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WHO는 흡연경고가 담배를 끊게 하거나 간접흡연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등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싱가포르 흡연자의 28퍼센트는 흡연경고를 본 다음 흡연을 줄였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우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은 지 6개월 만에 무료전화를 통한 금연희망자가 9배 증가했다.

 



갈수록 많은 국가들이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올해 금연의 날을 기준으로 할 때 캐나다, 브라질, 싱가포르, 태국, 베네수엘라 등 23개 국가가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세미나, 금연·건강박람회 등을 개최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김일순) 주최로 5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22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과 세미나에서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금연 유공자와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병원 및 사업장을 선정해 시상한다.

올해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병원으로 선정된 곳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국군부산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춘천병원, 국립마산병원, 원주기독병원 등 6곳.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안에서 담배를 팔지 않을 뿐 아니라 병원 내외부를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날 기념 세미나에서는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서홍관 박사가 ‘담배의 진실, 제대로 보여주자’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하며 ‘담배포장에 숨겨진 전략(김대현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담뱃갑 표기의 허와 실(신호상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담배회사의 판매 및 후원활동이 소비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조형오 동국대 광고학과 교수)’ 등 발표·토론이 이어진다.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열리는 제22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 금연·건강박람회에서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건강관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주최로 국회 직원과 민원인 등을 대상으로 금연침 시술, 금연·건강 상담과 함께 금연을 홍보한다.

 



한편 올해 말부터 16개 종류의 공중이용시설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20퍼센트까지 낮추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 중인 ‘금연2020’계획에 따르면 대형 건물, 공연장, 학원, 대규모 점포, 숙박업소, 학교, 실내체육시설,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교통시설, 목욕장, 게임방, 대형 음식점, 만화방, 정부청사, 보육시설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16종류의 시설이 금연구역이 된다.


개정법이 당장 적용되는 곳은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이다. 대형 건물은 전체 면적이 1천 제곱미터 이상일 때, 실내체육시설은 1천명 이상 수용시설에 대해, 공연장은 3백 석을 넘을 경우 전면 금연구역이 된다. 주점이나 음식점은 면적이 1백50제곱미터 이상일 때 적용된다. 그러나 대형 건물에 입주한 주점은 업소 면적이 작아도 대형 건물 전역이 금연구역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보건복지가족부 구강생활건강과 이선규 사무관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연 관련 9개 법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16종류의 시설 가운데 일부만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연2020’ 계획은 앞으로 편의점이나 소매점의 담배 진열 판매를 금지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성인도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렇게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는 것은 최근 흡연율이 상승 조짐을 보인 데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흡연 규제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비판 때문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내외 금연정책을 비교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 건물 내 흡연이 훨씬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교육시설, 정부시설, 사무실, 식당, 술집, 건강관리시설, 기타 사업장 등 7개 시설 전체가 전면 금연구역이다. 담뱃갑에 적힌 경고문구도 호주와 뉴질랜드는 ‘담뱃갑 크기의 60퍼센트 이상’으로 넣을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0퍼센트 이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흡연경고 그림 게재는 필수 사항은 아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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