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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양측은 2년 2개월을 끌어왔던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종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2007년 5월 양측이 첫 협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EU 교역관계에서는 농업 부문의 민감성이 한미 FTA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되어 신속한 타결이 전망됐다. 그러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냉동 삼겹살 수입 등 몇 가지 쟁점 때문에 타결이 지연됐다.
지난 4월 초에 타결에 접근하는 듯했으나 관세 환급, 원산지 표기 방식 등의 쟁점에 대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또다시 지연됐다. 그러던 중 올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회의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고, 마침내 7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EU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총리가 한·EU FTA 협상의 합의 종료를 선언했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한·EU FTA 협상 타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FTA 허브’로 자리 잡게 됐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지를 대외만방에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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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EU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넓힌 것은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해가려는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EU FTA는 ‘매우 높은 수준의 FTA’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5~7년에 걸쳐 대부분의 상품관세를 철폐하고, EU는 5년 내에 모든 상품관세를 철폐한다. 유럽의 관세 철폐로 한국 상품들은 EU 시장에서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자동차, 가전제품 등 EU의 평균관세율이 10퍼센트 이상인 상품은 관세 철폐로 해당 제품들에 대한 대(對)EU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수출의 증대는 해당 제품의 국내 생산을 늘리게 되며 국내 생산의 증가는 고용 증대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FTA 협상 타결 이후 제도 개선, 경쟁 심화 등으로 생산성 증대도 예상된다. 특히 한·EU FTA의 관세 철폐 일정은 한미 FTA보다 더 빨라 단기적으로 상당한 경제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미 FTA에 준하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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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는 부품소재산업에서 대일본 의존도를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구조상 부품소재에서 일본과 EU는 대체관계에 있어 한·EU FTA가 발효되면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하던 부품소재의 수입처가 EU쪽으로 상당부분 전환되고, 대일 무역적자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EU에서 수입된 좀 더 싼 값의 부품소재를 활용하면 국내 제품의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 약화는 한일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접근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국내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있다.
한·EU FTA 발효에 따른 소비자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FTA가 발효되면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럽의 질 좋은 낙농제품, 와인류, 삼겹살 등을 좀 더 싼값에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실질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한·EU FTA는 한미 FTA의 비준을 촉진할 수도 있다.이번 한·EU FTA 타결로 EU 업체들의 한국시장 선점을 우려하는 미국업계를 자극할 수 있어 결국 한미 FTA 비준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한·EU FTA가 우리나라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유럽산 냉동 삼겹살이 대거 수입되면 국내 삼겹살 생산이 위축될 수 있고, 기계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럽산 고급승용차, 명품 등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다. EU가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법률서비스 같은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한·EU FTA 발효 이후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 뒤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 그 후속대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이 그 산업 종사자들이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칫 EU의 상품들이 시장지배자로서 자리 잡게 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이 적정한 경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쟁정책을 활용해 FTA 타결에 타른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EU FTA는 우리에게 큰 기회이자 도전이다. 우리가 EU라는 거대시장으로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시장을 EU 측에도 열어줘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이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간다면 미국이나 EU를 넘어 더 넓은 시장이 우리 앞에 열릴 것이다.
글·성한경(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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