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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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는 말 그대로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직원들 차가 30m 정도 떼밀려 갔죠. 제 생애 그런 바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우리나라 순간풍속으로는 최고 기록인 초속 60m를 기록했죠. 지금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도 서쪽 끝자락인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고산기상대. 깎아지른 절벽과 쪽빛 바다가 만나는 해발 72m 남짓한 수월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바람이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지만 고산지역은 그 중에서도 바람이 강하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과 해안 절벽에서 밀어닥치는 바람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이면 평균 풍속이 초속 20~30m를 넘나든다. 어지간한 태풍 수준이다. 기상관측상 폭풍으로 분류되는 초당 풍속 13.9m가 넘는 날이 연중 71일에 달할 정도다.
황창연 대장은 “우리나라 풍속 역사상 1위(60m/s)와 3위(56.7m/s)를 모두 고산기상대가 갖고 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고산기상대가 문을 연 것은 1987년 12월15일. 1988년 1월1일 지상기상관측으로 업무를 시작한 뒤 고층기상관측(1988년 5월1일), 레이더기상관측(1991년 1월1일) 등으로 업무를 확장해 나갔다. 또 1992년 12월 제주고층레이더기상대로 명칭을 변경한 뒤에는 자외선관측, 국지예보, 산성비관측 등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6월 현재의 명칭인 고산기상대로 개명한 뒤부터는 황사관측과 파고(波高)관측도 하고 있다. 해수면에 전파를 쏘아 파도의 높이·방향·속도·주기 등을 측정하는 레이더식 파고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산기상대에만 있다.
전국적으로 고층기상관측, 레이더기상관측을 하는 기상대가 몇 개 더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곳은 전국 38개 기상대 중 고산기상대가 유일하다. 그런 만큼 장비도 전국 기상대 중 가장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고산기상대가 우리나라 기상관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남서해안 최서단에 위치한 고산기상대는 남서해안에 접근하는 모든 기상현상을 최초로 관측합니다. 위치상으로 우리나라 날씨의 척후병인 셈이죠. 황사가 가장 먼저 관측되는 곳도 이곳입니다. 고산기상대에서 황사가 관측됐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황사영향권에 들었다는 이야기죠. 또한 고산기상대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 잡아 태풍 감시에 절대적 역할을 합니다.”
백령도기상대를 비롯한 전국 주요 기상대를 골고루 돌며 근무하다 고산기상대로 전근 왔다는 안연식 예보사의 설명이다.
강태진 부대장은 “지리적으로 더 남쪽인 서귀포에도 기상대가 있으나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고산기상대에만 기상레이더가 있기 때문에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상레이더는 직경 3.6m의 레이더로부터 빗방울에 전파를 쏴 강우지역·강우량·이동방향·이동속도 등을 원격 관측하는 장비. 고산기상대로부터 반경 240km 범위의 기상현상을 샅샅이 파악한다.
고산기상대의 또 다른 중요한 업무는 ‘라디오존데(Radiosonde)’를 띄워 올리는 것이다. 라디오존데는 고층(30km) 기상을 자동 측정하는 장비다. 이 장비를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9시 지름 1.5m의 대형 수소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올려 보낸다. 집중호우·태풍 등으로 기상이 안 좋은 날에는 새벽 3시와 오후 3시에 한 번씩 더 띄운다.
[B]남·서해안에서 접근하는 모든 기상현상 가장 먼저 관측[/B]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재미있죠. 풍선을 올리는 일이 말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풍선이 안 날아가 풍선을 들고 뛰어야 합니다. 바람을 등지고 수소 풍선을 올려야 하니까요. 초속 20~30m 강풍을 뚫고 장정 두 명이 감싸안기도 힘들 만큼 거대한 풍선을 들고 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고층기상관측 업무를 담당하는 안연식 예보사는 “가장 힘든 것은 태풍이 불거나 집중호우가 내려도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라디오존데를 띄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전 9시와 오후 9시에 고산기상대에서 라디오존데를 띄운다는 것은 전 세계 기상대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존데가 송신하는 지상 30km 지점의 기압·기온·풍향·풍속은 일기예보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항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 밖에도 고산기상대는 자동기상시스템(AWS)를 이용해 측정한 풍향·풍속·기온·기압·일조량·일사량·자외선 등 11가지 데이터와 비의 산성도 등을 시간대별로 측정해 실시간으로 제주지방기상청을 경유해 서울 기상청으로 보낸다. 또한 지난 연초부터는 ‘선택집중기상지원제’를 도입해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고산기상대 직원은 고작 14명. 청원경찰 3명을 뺀 11명의 직원 중 대장을 제외한 10명이 2일3교대로 근무한다. 기상관측은 업무 특성상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동안 잠시라도 날씨 감시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황창연 대장은 “남들은 주5일 근무다, 연휴다 하지만 이곳 예보사들한테는 남의 일일 뿐”이라며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다행히 직원들이 잘 이해해 줘 고맙다”고 말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최첨단 태풍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일하는 고산기상대 직원들에게 지난 봄 희소식이 날아왔다. 이미 2001년으로 내구 연수가 지나 노후한 기상레이더 교체 예산이 비로소 확보된 것이다.
황 대장은 “새로 교체될 기상레이더는 직경이 8.5m나 되는 S-band 레이더”라며 “관측 범위가 현재 240km에서 480km 이상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기상관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새 레이더 설치를 위한 건물을 증축 중인 고산기상대는 내년 3월부터 새 기상 레이더로 관측을 시작한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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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