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종(異種)장기이식 개척 국립축산과학원

경기 수원시에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돼지가 있다. 몸값은 약 34억원, 10여 명의 박사가 시중을 든다. 주인공은 지난 4월 3일 태어난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인 지노(Xeno)다.
‘돼지 왕자’라는 별명을 지닌 지노는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다. 지노가 있는 곳은 외부 공기가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양압(대기압보다 높은 압력) 장치가 된 특정병원균제어(SPF)센터. 그 속에 또다시 양압 장치를 한 인큐베이터 안에 지노가 있다. 가격이 2천5백만원에 달하는 인큐베이터는 병원균을 차단하기 위해 들어가는 공기가 이중으로 걸러진다. 바닥에는 고압멸균한 수술포와 수건을 깔아주고, 방사선동위원소로 멸균 처리한 사료를 먹인다.
지노를 만나기 위해 소독실을 거쳐 모자가 달린 멸균 소독복을 입고 마스크와 수술 장갑, 덧신을 착용했다. 인큐베이터 속의 지노는 인큐베이터 펜스를 넘으려고 애쓰면서 돌보는 실무관의 처치용 장갑을 깨물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태어났을 때 4백60그램이었던 지노의 지금 몸무게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5킬로그램 저울의 한계를 한참 넘었다. 7월 말쯤 특정병원균 차단 돈사가 완성되는 대로 돈사로 옮겨질 예정이다.
다 자라도 몸무게가 80킬로그램 정도인 미니돼지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고, 한 번에 5~6 마리씩 1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있어 생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면역거부반응이 심하기 때문에 그동안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였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란 미니돼지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면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돼지에게는 있고 사람에게는 없는 알파갈이라는 항원을 공격해 몇 분 내지 몇 시간 안에 이식된 장기를 죽게 만드는 반응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SPF미니돼지에서 체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 조작으로 알파갈 전이효소(α1,3-Galactose) 유전자 두 개 중 하나를 제거했다. 이를 핵을 제거한 돼지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들고, 대리모 돼지에 이식해 탄생시킨 것이 지노다.
![]()
“지노가 태어나기까지 6천여 개의 복제 수정란을 40여 마리의 대리모 돼지에게 이식했습니다. 종일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복제 수정란을 만들다 보면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할 만큼 아프고, 하루 6시간씩 서서 이식수술을 하면 땀으로 목욕을 하기도 합니다. 형질전환 복제 수정란은 대리모 돼지에게 이식한 후 임신 50일 전후에 유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멸균소독복을 입고 대리모 돼지 배 밑에 들어가서 매주 초음파 검사를 하는 등 참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수봉 과장은 지노는 연구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렇게 성공 확률이 1퍼센트도 안 되는 상황에서 태어난지라 연구진이 지노에게 쏟는 정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노는 그동안 몇 차례나 연구진을 울리고 웃겼다. 매일 두 사람이 24시간 지노를 관찰하고 생후 한 달 동안은 두 시간 간격으로 완전 멸균된 식물성 분유를 먹였다. 그런데 태어난 지 나흘째 되는 밤 11시, 형남웅 실무관이 우유를 먹이기 위해 지노를 깨웠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혼비백산한 형 실무관은 지노의 온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놀라고 당황해서 전 연구진을 비상소집하려고 할 때 지노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벌떡 일어났다.
“지금은 ‘지노의 시체놀이’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땐 정말 초주검 상태였습니다. 단 10분이었지만 지노가 깨어나고 나서 긴장이 풀려서 다들 주저앉았으니까요.”
우제석 박사는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태어나는 일반 돼지는 어미의 꿀꿀거림과 형제들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서 젖을 찾지만, 똑같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키워지는 새끼는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5년 동안 34억원이나 들여서 만든 돼지가 죽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솔직히 내 아이 건강보다 지노의 건강 상태에 더 마음을 졸였습니다.”

지노는 내년 6월쯤이면 2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노는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두 개 중 하나만 제거된 상태. 교배를 통해 2세대 이상 지나면서 두 개의 유전자가 모두 제거된 돼지가 나올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25일 지노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지노 2호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박수봉 과장은 “우리의 장기이식용 미니돼지 생산 시스템이 그만큼 안정됐다는 의미”라며 “2017년이면 영장류 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류 실험은 2005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바분 원숭이에게 알파갈이 제거된 미니돼지 심장을 이식해 6개월간 생명을 유지시킨 바 있다.
“6개월만 돼도 성공적이죠. 장기이식 대기자에게는 시간 연장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여 명. 지난해 국립의료원 발표에 의하면 장기이식 대기자 중 한 해 평균 8백17명이 사망한다. 인체 장기가 손상되어 치료 또는 회복이 불가능할 때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장기이식 희망자는 많고 기증자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장기밀매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 과장은 이종장기이식 연구는 인권침해와 사회문제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의 심장이나 신장, 간 등을 이식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닌 데다 연구비가 많이 드는 분야라 연구진이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노와 지노 2호의 탄생으로 장기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내 이종장기이식 연구의 국제적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글·이혜련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