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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호>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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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대타협이 노사관계에서 이뤄졌다. 충돌 직전의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아슬아슬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던 노사정이 9월 11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 로드맵)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목표로 노사정위원회가 2003년 9월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이 3년여간의 진통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등을 조건 없이 3년간 유예키로 하는 등 주요 쟁점에서 한발씩 양보하는 한편 직권중재제도 폐지, 대체근로 도입 등 국제규범에 맞는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업그레이드됐다.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2003년 9월부터 입법화가 추진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등 3개 법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제도 폐지, 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부당해고 등 노동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총 34개의 과제가 망라돼 있다.

 

국제수준의 합의내용
직권중재제도 54년 만에 폐지=1953년 만들어진 직권중재제도가 54년 만에 폐지(2008년 시행)된다. 현행법은 전기·수도·철도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쟁의는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조항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해 국제기준에 위배된다며 노동관계법 개선을 권고했다.
노사정 대표들은 이에 따라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파업 중에도 필수공익 업무는 수행하도록 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는데 합의했다. 또 필수공익사업에 혈액 공급, 항공, 증기·온수 공급, 폐·하수 처리업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취약 근로자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 부당해고를 한 사용자에 대한 벌칙조항(현행법에는 5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삭제하고 이행 강제금 및 구제명령 불이행에 따른 처벌 등을 통해 부당해고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등 구제의 실효성을 높였다.
또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근로자는 원할 경우 직장에 복직하는 대신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영상 정리해고를 해야 할 때는 현행 60일인 사전 통보기간을 기업규모 등에 따라 60~30일로 완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3년 내 동일업무 재고용 의무화= 현행법에는 경영상 문제로 해고된 인력을 우선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노사정 대표들은 ‘3년 이내 동일업무 재고용 의무’로 강화해 경영정상화의 성과를 해고 근로자와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동 분야 공약사항이기도 한 노사관계 로드맵은 노사관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에서 34개 과제를 마련해 노사정위원회에 회부하면서 닻이 올랐다.

 

핵심쟁점 막판 양보로 타결 끌어내
그러나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노사가 대치하면서 2년간의 논의시한이 지나 2005년 9월 다시 정부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2004년 6월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구성되면서 한때 로드맵 처리 방향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비정규직안 갈등에 묻혀 표류하고 말았다.
하지만 1997년과 2001년 두 번이나 5년간 시행이 연기됐던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내년부터 자동 시행되는 관계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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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다시 열렸고 탈퇴했던 민주노총이 6월에 합류하면서 로드맵 협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노사정은 지난 8월 10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논의 지연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최종 논의시한을 9월 4일로 미루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노총이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로드맵 관련 발언을 빌미삼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 중이던 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의 철수와 로드맵 협상 거부를 선언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9월 2일 한국노총과 재계가 핵심쟁점인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5년 유예키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한 ‘5년 유예 수용’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고, 한국노총은 9월 7일 ‘조건 없는 3년 유예안’을 다시 정부에 제시했다. 공을 다시 넘겨받은 노동부는 핵심쟁점인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노사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국노총이 제안한 ‘3년 유예안’을 수용할 뜻을 밝혀 10년간 끌어온 마라톤협상이 결실을 맺었다.

정부가 막판에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도입의 3년 유예를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것은 개혁보다는 노정 관계의 파국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 복수노조 허용안에 대해 1년 유예 뒤 시행에 무게를 뒀으나 법 시행에 따른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노사관계 안정 등을 고려해 한국노총의 ‘조건 없는 3년 유예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는 정부의 개혁 이미지를 살리는 동시에 노동계의 현실적인 주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경제단체 “노사관계 합의 도출 환영”
노사관계 로드맵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제단체들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라고 높게  평가하는 등 환영했다.
노사 문제를 전담하는 재계 대표 조직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경제의 어려운 현실에 비춰 첨예한 문제를 둘러싼 대립의 장을 펼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노사정 모두가 한발씩 물러나 힘들게 대타협에 이르게 됐다”며 “대타협 내용이 향후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도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함께 사측을 대표한 대한상공회의소는 “그동안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문제와 관련, 노사 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마지막까지 노사 합의정신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준 점을 높이 평가하며 정부 입법안이 노사정 합의의 기초 위에 마련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합의안은 노사관계 현실을 최대한 감안하고 경제·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고심의 산물이라고 보며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에서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게 된 것도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와 복수노조 유예는 합의도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이번 결정보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사정 야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기(11월 중순)에 맞춰 총파업을 통해 노사정 합의 무력화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그동안의 대결적 노사관계가 대화와 타협의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되는 역사적 계기로 지난 3년 동안 노사와 참여정부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노력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차질 없는 입법화, 그리고 유예기간으로 잡은 3년 이내에 노사가 복수노조 설립이나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에 대비한 준비를 마쳐 2010년 시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권태욱 기자

 

Q&A | 노사 로드맵 이것이 궁금하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벌어지면…

 노동부는 9월 11일 노사정 대표들이 전격 합의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을 합의안대로 14일 입법예고했다. 노동부가 밝힌 입법예고안을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Q.직권중재제도 폐지로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A.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필수공익사업장에서도 파업이 가능해진다. 대신 필수사업에는 외부인력 대체근로가 가능하며 대다수 국민의 생명, 안전, 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는 필수유지업무로 규정돼 파업 중에도 계속 수행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 규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Q.필수유지업무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A.업무수준과 대상 직무, 필요인원 등을 노사협정으로 체결해야 한다. 노사협정안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사업주는 이 협정에 따라 파업 때 근무자를 지명해 업무를 계속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Q.부당해고에 대한 금전보상제는 무엇인가.
A.부당해고 판정시 원직복직 대신 해고기간의 임금 상당액과 위로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원직복직이 근로자에게 효과적인 구제수단이 되지 못하다는 측면을 인정했다. 보상금은 해고의 부당성 정도와 근로자 귀책사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한다.

Q.이행강제금 납부와 형사처벌은 이중처벌이 아닌지.
A.이행강제금은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우선 따르도록 해서 근로관계를 신속히 회복시키자는 취지다. 이후 해고 등이 정당하다고 확정되면 환급해준다.

 

잠깐만

핵심 유예사항 해설

 △복수노조 허용 = 현행법은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중복되는 복수의 노조가 하나의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내용의 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상의 혼란이 가중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규 노조 설립과 기존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둘러싸고 노노 간 및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의 합병·분할 등의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서는 사실상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교섭상의 혼란이 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997년 기업 단위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정 당시 부칙에 명시했다. 그러나 2002년 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정위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단일화를 반대하는 가운데 단일화할 경우 노조자율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고, 반면 경영계는 반드시 단일화가 필요하며 과반수대표제를 주장해 결국 교섭창구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 = ILO와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법으로 관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노조 규모에 관계없이 유급의 조합활동 시간을 보장받는 외에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원을 당연시하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과다한 유급 전임자의 인정을 강요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형성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같은 불합리한 노조 전임 관행을 개선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촉진하기 위해 전임자 급여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2002년 한국노동연구원과 ILO의 공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유급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는 166~179명으로 일본 500~600명, 미국 800~1000명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전임자 급여 지원이 중단될 경우 영세한 노조는 그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규정 삭제를 요구했다.
경영계는 노조 업무만 하는 전임자 급여를 사용자가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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