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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독수리가 드디어 한반도라는 둥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5월 25일 인도네시아와 총 16대 4억 달러 규모(약 4천4백억원)의 T-50 수출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스웨덴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됐다. T-50은 2013년까지 인도네시아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일명 골든이글(검독수리)이라고 불리는 T-50은 KAI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함께 지난 1997년부터 10년에 걸쳐 2조1천억여 원을 들여 개발한 고등훈련기. 최초의 초음속 훈련기로 다목적 레이더(EL-2032)와 위성·관성항법장치(GPS/INS), 통합형 피아식별장치(IFF), 일체형 조종간(HOTAS) 등 최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명품’ 항공기다.

뿐만 아니라 공대공미사일(AIM-9)과 공대지미사일(AGM-65), 합동직격탄(JDAM) 유도폭탄 등 4천5백36킬로그램의 무기를 탑재하면 경공격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당초 T-50은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에 최대 1천 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 정부도 T-50 수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T-50 구매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8년 폴란드 방문 시에도 이 대통령은 T-50을 열심히 세일즈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작년 G20정상회의 때 우리 정부가 싱가포르를 초청국에 포함시켰던 것은 싱가포르에 T-50을 수출하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T-50의 수출이 좌절되면서 대당 2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 공군이 요구하는 고급 사양을 무리하게 적용하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졌고, 때문에 이탈리아의 M-346 등 경쟁기종에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T-50 수출은 운전면허시험장에 그랜저 자동차를 팔려고 하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가격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김홍경 KAI 사장은 “비행기 성능만 보면 우리가 경쟁기종보다 앞섰지만, UAE 때에는 UAE 정부가 요구한 산업협력에서, 싱가포르 때에는 금융조달 측면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T-50 수출을 위해 계속 노력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T-50, 러시아 야크-130, 체코 L-159B 등 3개 기종을 훈련기 사업 후보로 선정했다.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 직후에 웬 휴양지 방문이냐”고 비판했지만, 이 대통령은 다른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인도네시아 방문을 밀어붙였다. 이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탱크를 비롯한 육상 무기와 잠수함, 훈련기 등에 있어서 한국과 공동 생산 등을 하고 국방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인도네시아군은 과거부터 러시아와 밀접한 협력관계에 있었던 탓에 러시아 무기체계도 다수 사용하고 있던 터였다. 때문에 야크-130이 T-50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렵 야크-130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자연히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러시아 훈련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서울을 방문했다. 이때 특사단 숙소에 외부인이 침입하는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T-50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12일 KAI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돼 5월 25일 계약 타결에 이르렀다.

T-50의 수출 성사에 따르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김홍경 사장은 “T-50 1대 수출은 중형자동차 1천 대를 수출하는 것에 상응한다”고 말했다. T-50 16대 수출은 중형자동차 1만6천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셈이다. 또 미화 약 6억5천만 달러에 상당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7천7백여 명에 달하는 신규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

항공기는 자동차보다 10배가 넘는 25만~30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T-50에 들어가는 중소 부품생산업체들에 돌아가는 혜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홍경 사장은 “중소 협력업체 70개사에서 1천7백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수출액 4억 달러의 약 38퍼센트인 1억5천만 달러 정도가 협력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의 표본인 셈이다.

부가가치율도 높다. 항공산업은 완제품이 고가인 반면 기초원자재 투입 비중이 낮아 부가가치율이 44퍼센트에 달한다. 고(高) 부가가치 제품의 ‘대표주자’인 자동차(25퍼센트)의 2배 가까운 수치다. KAI는 T-50의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가 1억7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30년까지 1천대 이상을 수출한다는 목표 아래 록히드마틴사와 공동마케팅팀을 설립, 폴란드·미국·이스라엘 등에 T-50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글·배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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