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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법관에게 추월 되면 바로 다음날 사표를 내겠다는 평소의 ‘공약’을 지킨 겁니다.”
이동명(54) 전 의정부지방법원장은 5월 20일 경기도 의정부 지방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27년의 법관생활을 마친 뒤 “이제야 ‘말빚’을 갚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말빚’을 갚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나 자신도 궁금했다”면서 5월 17일부터 시행된 전관예우금지법의 첫 적용자가 된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5월 6일 이홍훈 대법관 후임(오는 6월 1일 퇴임)으로 사법연수원 12기인 박병대 대전지법원장이 임명제청되자 몇몇 고위 법관이 세대교체의 물꼬를 터주기 위해 용퇴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연수원 11기인 이 전 원장이 가장 빨리 용퇴를 택했다.
이 전 원장은 “대법관 인사 결정 소식을 들은 뒤 두어 시간 ‘번뇌의 구덩이’에 빠져 고민하다 용퇴를 결정했다”며 그렇게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인 9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표 수리 시기는 법원의 판단에 맡겼다고 한다.![]()
경기고,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 고법, 서울 지법, 민사수석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며 신망을 쌓아온 그에게 현재 많은 사법연수원 제자들과 배석 판사들이 왜 이렇게 빨리 떠나느냐고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온다고 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 법관생활은 끝나지만 사법부는 영원하고 더욱더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전 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퇴직을 신청한 김영준 전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함께 지난 5월 18일 퇴직 발령이 났다. 이들은 각각 마지막으로 근무한 의정부지법·지검과 대구지법·지검 사건을 1년간 맡을 수 없다.
이 전 원장은 “사법계의 전관예우 문제는 사건 수임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전관예우를 과대포장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관’에 대해 가깝게 대하거나 예의를 갖출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현역 법관은 전관예우를 해주기 위해 판결을 뒤집는 결정에 대해 불명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 원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관예우란 말이 생겨난 사법계보다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에서 보듯 금융 등 다른 분야의 비리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관 재직 당시 그가 담당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서울고법 판사 시절의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사건과 금성사 역사교과서 수정 관련 사건이라고 한다. 키코사건에서는 ‘금융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제출한 키코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좌파적’ 결정을 내렸다. 금성사 교과서 수정과 관련해서는 저자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좌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법파”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멋지게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난 1월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법조인 불자모임인 ‘서초반야회’ 활동으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제공을 하는데 이 같은 봉사가 그에게는 ‘멋진’ 일이다. 오는 6월 서초동에서 갖게 될 변호사 사무실 개업식에서도 화환 대신 쌀을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기증할 계획이다.
로마 정치인 키케로의 말에서 비롯된 좌우명에 따른 삶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옳은 일을 할 때와 그른 일을 할 때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항상 옳다고 여겨지는 일만 한다면 더 가난해지거나 덜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국 더 행복해질 것이다.”
글ㆍ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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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