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 7월 15일 부산 사상경찰서 주례지구대. 인근 마트로부터 “만취 여성이 우리 종업원에게 난동을 부린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만취해 난동을 부린 이가 낯익은 남모(37·무직) 씨인 것을 알았다. 남 씨는 수시로 술에 잔뜩 취해 지구대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이웃들에게 시비를 걸어 인근 주민의 원성이 자자했다.
남 씨의 난동으로 112 신고가 접수된 게 이날 하루만 무려 7건에 달했다. 게다가 남 씨 본인이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고, 자신이 임신한 상태라고 주장해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부산의료원 응급실에 남 씨를 일단 입원시킨 경찰은 다음 날 술에서 깬 남 씨를 설득,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도록 했다.
지난 7월 23일 만취해 정신을 잃고 길가에 쓰러져 있던 박모(52·무직) 씨도 부산 연제경찰서 토곡지구대의 도움으로 부산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다음 정신병원에 입원, 알코올중독을 치료 중이다. 알코올중독 치료 경력이 있는 박 씨가 다시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고 말썽을 빚어 박 씨의 보호자와 이웃들이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 씨의 아들(27·대학생)은 “아버지에게 알코올중독 치료가 재차 필요하기는 했지만 본인이 거부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경찰이 적극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술만 취하면 이웃이나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알코올중독자들에 대해 일시적인 보호조치나 규제 대신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알코올중독 치료가 시행된 것은 지난 7월 15일~10월 15일 부산지방경찰청이 시범 실시한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이 부산시의사회, 부산의료원, 119구급대와 합동으로 시행한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프로그램’은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중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행동장애 증상’을 보여 응급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본인 또는 보호자 동의하에 부산의료원 응급실로 이송, 치료와 보호를 하고 술이 깬 다음 귀가시키거나 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했다.
3개월 동안 시범 운영된 이 프로그램에 따라 모두 20명이 치료보호를 받았고, 이들 중 알코올 의존성 정신질환을 가진 10명은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와 같은 알코올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시범 실시된 것은 가족이나 이웃에게 반복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알코올중독자들로 하여금 전문 의료진의 근본적인 치료를 받게 하고 재활훈련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인권침해 우려를 없애기 위해 부산지방경찰청 상황반에서는 대상자를 엄격히 선정하고, 소수로 제한했으며, 반드시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지켜왔다.
‘상습 주취 소란자’란 △술에 취해 수차례 통고처분·즉심회부됐거나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입건된 전력이 있는 사람 △상습적으로 가정폭력 등 난폭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응급치료가 필요하나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 △상습적으로 술을 먹고 이웃주민들에게 행패, 난동을 부려 잦은 민원의 대상이 된 사람(112신고 또는 일반신고) △상습적으로 술을 먹고 지구대에 찾아와 아무 이유 없이 업무를 방해하고 주취 소란, 난동을 부리는 사람 △만취해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입을 염려가 있는 사람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구대 업무 중 주취자 처리 비중은 연간 26.6퍼센트에 이르며, 처리 비용도 약 5백억원이 소요된다. 또 공무집행방해범죄의 51.1퍼센트가 주취에 의해 발생하며, 순찰차 등 기물파손 건수도 1천2백 건에 이르고 있다. 심한 경우 만취자가 경찰관을 살해하는 경찰 위해 사건도 잇따라 주취자는 경찰력 무력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정규열 생활안전계장은 “프로그램 대상자 10명 중 9명이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이들에겐 최장 3개월까지 국비로 치료보호와 입원치료를 받게 해주었다”며 “11월 초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경찰청에 제출해 공청회 등을 거친 다음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성폭력 범죄 재범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최장 15년까지 치료감호를 실시하는 치료감호제도를 도입,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성폭력 범죄자 치료감호를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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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치료감호’는 심신장애나 약물, 알코올중독자를 대상으로 치료감호를 받도록 규정했지만 최근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치료감호 범위에 ‘소아성기호증 등 정신성적 장애를 가진 성폭력 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치료감호에 포함하는 것으로 일부 내용이 개정돼 지난해 6월 개정안이 공포됐다.
개정된 치료감호법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시설 일부를 성폭력 범죄자 전담 치료·재활센터로 운영해오고 있다. 정신성적 장애를 가진 20대 성폭력 범죄자가 지난 5월 4일 처음 입소한 이래 이곳에서 현재 치료감호를 받고 있는 인원은 9명. 이 밖에도 정신성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판명된 채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12건 더 있어 이들도 재판이 종료되면 이곳 치료감호소에 수용될 예정이다.
최대 1백명 수용 규모인 이곳 치료감호소에는 전문의와 간호사 등 11명의 전문인력이 배치돼 집단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충동·분노 조절 등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재범 위험성이 높은 반면 치료효과도 높다는 것이 정신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치료감호소를 운영한 미국의 문헌 연구에 따르면 치료받은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은 치료를 받지 않은 범죄자에 비해 10퍼센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성폭력 범죄 교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성폭력 범죄자 전문 치료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링가 주립병원의 치료 프로그램도 5단계로 구성돼 평균 5년 1개월이 소요된다.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의료부 오민영 사무관은 “외국 사례들을 봐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는 3~5년은 시행해야 행동에 변화를 보이는 가시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난다.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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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