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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6천9백여 개에 이른다. 자신의 언어를 가진 민족 중 2백40개 민족만이 문자가 있다. 그나마 현재 지속적으로 사용 중인 문자는 30개 정도다. 문자가 없는 언어는 점차 소멸될 수밖에 없다. 언어가 사라지면 민족도 사라진다.
한글은 ‘훈민정음’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우수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영국 리스대학 제프리 샘슨 교수는 그의 저서 <세계의 문자체계>에서 한글이 “세계에서 사용되는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체계”라고 말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다이아몬드 교수도 “세종대왕이 만든 28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라고 격찬했다.
자신들의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은 좋은 표음문자가 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도 편한 한글을 이들과 나눔으로써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동안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학계에서는 한글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중국 헤이룽장성 유역의 오로첸족이나 태국 치앙마이의 라오족, 네팔 체팡족 등 소수민족에게 한글 전파를 시도해온 것이다. 하지만 비체계적인 전파방법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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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의 부퉁섬에 사는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할 표기문자로 받아들인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물론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만나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훈민정음학회 소속 교수들의 노력이 컸다.
학회 부회장인 한국외대 전태현 교수가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 사연을 학회 구성원들에게 전했고, 서울대 이호영 교수와 훈민정음학회 이기남 이사장이 지난해 7월 타밈 바우바우 시장과 찌아찌아족을 만나 한글을 사용하도록 여러 차례 설득했다.
바우바우시와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자 훈민정음학회는 한글을 가르칠 교사를 초빙해 한국어 연수와 교과서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7월 21일 완성된 교과서를 토대로 찌아찌아족 밀집지역인 소라올리오 지구의 초등학생 40여 명과 고등학생 1백40명은 한글을 배우고 있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에게 보급된 ‘바하사 찌아찌아1’이란 제목의 교과서는 ‘부리(쓰기)’ ‘뽀가우(말하기)’ ‘바짜안(읽기)’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글자가 한글로 표기돼 있으며 교과서에는 찌아찌아족의 언어와 문화, 부퉁섬의 역사와 사회, 지역, 전통, 설화 등의 내용과 함께 한국 전래동화인 <토끼전>이 수록됐다.
교과서 제작을 주도한 서울대 이호영 교수는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하면서 비문화 민족에서 문화 민족으로 발돋움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한글이 일상생활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계기로 한글 학계 등 민간단체와 정부가 협력해 한글이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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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드라마, 영화 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은 친숙한 나라입니다. 또 경제적, 인적 교류도 활발해 찌아찌아족 가운데는 한글과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해 12월 한글을 배우기 위해 영어 교사들이 방한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건강 문제로 한 달 만에 돌아갔지만 아비딘 씨는 남아서 한국어 연수를 받으며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 <바하사 찌아찌아1>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소라올리오 지역의 까르야바루 초등학교에선 주 4시간씩, 제6고등학교에선 주 8시간씩 학생들에게 한글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찌아찌아족이 쓰는 한글 중 특이하게 한국에서는 사라진 ‘순경음비읍’을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혹시 기존 한글과 다른 한글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현재 찌아찌아족이 쓰는 한글은 우리가 쓰는 자음과 모음이 그대로 사용됩니다. 그중 언어체계에 따라 모음은 5개만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는 15세기에 사라진 ‘순경음비읍(ㅸ)’을 사용합니다. 찌아찌아족이 순경음비읍을 쓰는 까닭은 V와 W에 가까운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표음문자를 확정지을 땐 미리 음소를 분석해 필요한 문자를 정합니다. 음소 분석이 끝나고 확정된 표음문자는 변형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글 세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찌아찌아족을 시작으로 한글이 세계로 진출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일단 한글이 완벽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현지 한국어 센터 건립, 한국어 교재 개발, 한글 교사 육성 등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글 세계화’란 말도 좋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그 나라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문자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한글 나눔’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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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알파벳, 아랍어 등 여러 표음문자 중에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