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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하면 신하리 218번지. 하면과 외지를 이어 주는 현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구제역으로 기르던 젖소들을 살처분했다가 최근 재입식을 한 신우주목장이 있다.

“잘들 먹어라.”

신우주 목장주 김보영(55)씨는 아직은 축사가 낯선 송아지들에게 여물을 주고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보기만 해도 좋아요.”

김씨는 송아지들을 새로 입식한 지난 3월 24일 이후 매일 아침 6시쯤 소여물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텅 비었던 축사에 8~9개월 된 한우 송아지 암컷 13마리가 들어오면서 썰렁하던 목장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새로 송아지를 들여오기는 했지만, 착유가 가능한 젖소가 아니라 한우이기 때문에 젖소를 기르던 이전에 비해 일이 줄었다. 손을 놀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요즘 그는 인근 골프장 등을 돌며 잔디를 깎는 일도 하고 있다. 하루 일당 5만원. 많지 않은 돈이지만 사료값이라도 벌자는 심정으로 한다고 한다.

축사 뒤편에 파이프들이 솟은 흙바닥이 있다. 젖소 38마리를 매몰처분한 자리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지요.”

김씨의 부인 이명화(51)씨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듯 매몰처분한 자리를 바라보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김씨도 “나 원 참, 그런 경험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 하며 뒷짐을 지고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흙더미를 바라봤다.

지난해 12월 24일, 구제역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김씨 부부는 20년간 키우던 젖소 38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김씨는 자신의 농장이 구제역이 발병한 다른 농장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문단속 잘하고 조심하면 괜찮겠거니 했지만, 전국을 휩쓴 구제역이 김씨의 농장만 비켜 가 주지는 않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자식 같은 소들과 생이별을 했다.




외출과 외부인 접촉을 자제하며 주의를 기울였던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허탈하기도 했지만 워낙 전국의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본 탓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매몰처분을 하고 나서도 매일 다섯 시면 눈이 떠졌어요. 수십 년 해 오던 습관인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나요. 그래 축사를 돌면서 할 일이 없어 놀았지요, 그냥.”

소가 없으니 허전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제역 종식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돈도 벌 겸 상하수도 녹이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2월 14일, 매몰처분 석 달여 만에 구제역이 진정국면을 보이면서 가평군에 내려졌던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가평군은 3월 15일부터 군내 농가들을 대상으로 재입식 접수를 시작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3월 19일부터 농가에 입식되는 송아지들이 도착했다.

김씨는 소 키우는 일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재입식 절차에 따라 농장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소독했다. 인근 부대 장병들도 가평군 내 농장을 돌며 소독과 청소 작업을 도왔다.

소독을 마친 뒤 군청 방역담당 직원들로부터 위생점검을 받았고,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직원들이 직접 나와 추가로 점검을 마친 뒤에야 재입식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 농장은 3월 23일 한우 송아지 10마리, 24일 3마리 등 총 13마리를 들였다.

김씨는 “젖소를 들이고 싶었지만 구제역 이후에 초임 만삭 젖소의 두당 가격이 4백만원 이상으로 올라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소들을 묻고 엿새 뒤 정부에서 나온 보상금은 마리당 1백만원이었다.

정부가 책정한 보상금은 마리당 2백50만원이었지만, 김씨는 발병 신고 등이 늦어 보상금 지급 기준에 따라 60퍼센트 감액된 1백만원씩만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젖소는 초임 만삭인 소를 기준으로 임신 횟수와 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이번 구제역 파동을 소와 돼지 등 가축류 3백47만여 마리가 한꺼번에 살처분을 당하다 보니 돈이 있어도 젖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젖소 송아지를 들일 수도 있지만, 2년은 키워야 착유가 가능하다.


김씨는 “이제부터”라고 다짐했다.
“그래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지요. 이번에 다들 어려운 일 있었잖아요. 그래도 소 키우는 사람은 ‘제 업이다’ 생각하고 소를 키우는 거지요.”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고병원성조류독감(AI) 이 휩쓸고 간 축산업을 되살리고 새로운 청정축산 이미지를 확산하기 위해 3월 21일부터 ‘청정(CLEAN)축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국내 축산농가들이 구제역으로 인한 상처를 딛고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재입식 요령’을 담은 동영상 CD 1만장을 제작해 매몰 농가와 관련단체를 대상으로 배포했다. 이 CD는 가축을 다시 입식하기 전에 참고해야 할 내용과 절차를 시연 장면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문의 농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02-2080-7486·livestock.nonghy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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