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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수요시위를 지진 희생자 추모집회로 바꿔




“지금부터 10분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시간을 갖겠습니다.”
지난 3월 16일 정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배상 촉구 시위 피켓 대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재일동포, 일본 국민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은 피켓이 등장했다.

1992년 첫 시위가 시작된 이래 961회째를 맞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이날 수요시위는 ‘일본 강진 희생자 추모집회’로 변경, 진행됐다. 수요시위가 추모집회 형식으로 진행된 것은 1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4) 할머니의 제안으로 진행된 추모집회는 정대협 측의 간단한 성명발표와 10분간의 침묵, 그리고 묵념만으로 끝났다.

이날 할머니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분노를 잠시 접고 상처를 인류애로 감싸는 모습이 감동적이기에 앞서 존경스럽다”고 표현했다.




3월 23일 정오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962차 수요시위에선 모금함이 등장했다. 모금활동은 지난 16일 일본 대지진 추모집회에 참석했던 이용주(84), 길원옥(84), 이옥선(84), 김순옥(89), 박옥선(86) 할머니의 제안에 의해 시작됐다.

일본 미야기현에 살다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도쿄로 거처를 옮긴 재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89) 할머니 및 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최고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순덕(93) 할머니를 비롯해 길원옥 할머니와 김복동(86) 할머니가 기부에 참여 했다.

정대협에 따르면 모금을 처음 시작한 3월 18일부터 23일까지 모인 금액은 총 2백19만원이다. 4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시위와 정대협 홈페이지(www.womenandwar.net)를 통해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금된 성금은 송신도 할머니의 재판 및 복지에 힘쓰는 일본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전달할 계획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대지진은 언젠가는 복구가 되겠지만, 상처는 복구되지 않는다”면서 “근본적인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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