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 3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시내에 위치한 알 파이잘리아 호텔. 노무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한·사우디 경제인 오찬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단상에 선 노 대통령은 참석한 사우디 경제인들을 바라보며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 기업들은 성실함과 도전정신에 더해 세계 곳곳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과 석유화학, 발전, 철도공사 등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지 각종 행사에서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양국 에너지 협력 강화는 물론 현지 국가들이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의 한국 기업 참여를 촉구하는 ‘세일즈’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노 대통령은 에너지·자원 확보와 건설·플랜트 사업 수주를 위해 올 들어 세번째 순방길(3.24~30)을 우리 경제의 에너지원인 중동으로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3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킨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순방 도중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자원의 보고인 중동에 ‘선제 개방’ 의지를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자원·에너지 확보 경쟁 국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첫 번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3월 24일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및 건설·플랜트 분야와 교육·IT·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관계를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특히 원유 공급과 에너지 산업 투자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와 국가정보화산업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와 양국간 교역·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의 개발경험을 사우디와 적극 공유하고 교육 분야 교류도 더욱 넓혀 나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자문회의 연설에서 양국 경제협력 강화를 포함한 중동과의 실질적 교류 증진을 위해 △한·GCC FTA 체결 추진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 △한·중동 문화교류 증진 △한·중동 협력 포럼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21세기 한·중동 미래협력 구상’을 발표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과 개발경험을 중동의 막대한 자원·자본과 결합시켜 21세기 공동번영을 이룩하자는 제안이다.

쿠웨이트에서도 세일즈 외교는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3월 26일 사바 알 아흐메드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우호협력관계를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과 사바 국왕은 이날 쿠웨이트 바이얀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특히 한국이 쿠웨이트의 주요 에너지 자원 수입국이란 점을 중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비롯해 에너지 분야에서 장기적 협력의 틀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호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원유비축량 장기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을 재개하는 등 호혜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한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이 쿠웨이트의 국가발전계획 수립 및 추진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지식공유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개발전략 추진에 필요한 능력 배양을 위해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1974년 수교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카타르를 공식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3월 27일 하마드 빈 칼리파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공동관심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 왕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관계강화 방안을 위해 양국 공동위원회를 현재의 국장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증진방안을 담은‘전방위적 동반자관계 구축에 관한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특히 기존의 에너지, 건설.플랜트 분야 외에 IT.교육.의료 분야로 우호협력관계를 공고히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카타르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마드 국왕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고, 하마드 국왕은 카타르의 아시아 진출 거점으로서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제반 분야 협력의지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 3국 순방에서 플랜트와 함께 IT는 ‘제2 중동 붐’을 이끌 견인차로 각광받았다. 우선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IT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부간 채널이 구축됐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3월 25일 모하메드 뮬라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장관과 IT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사우디 양국은 앞으로 IT협력위 개최, 전문가 대표단의 교류 및 교환방문, 기술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전자정부,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IT는 쿠웨이트 IT산업 발전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쿠웨이트 두 나라는 3월 26일 IT분야 교류 협력 증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체결된 IT협력약정은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함께 나누고 쿠웨이트의 IT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한국은 장단기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쿠웨이트의 IT인력 양성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중동순방에 힘입어 우리 IT기업들의 현지진출도 활발하다. 최태원 SK회장은 3월 25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국영투자청(SAGIA) 암 압둘라 알 다바 청장과 SK가 사우디아라비아 ‘U-시티(Ubiquitous City)’ 건설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MOU는 사우디가 추진 중인 경제신도시 건설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과 운영, 도시 시스템 구축, 투자방안 등 첨단미래형 도시 건설에 필요한 종합기획 노하우 등에 관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사우디 데이터통신회사인 바야낫은 삼성전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7월부터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플랜트와 에너지부문에서도 기업들의 성과는 눈부셨다. SK건설은 3월 26일 KOC(쿠웨이트석유공사)와 GC(Gathering Center)-24 원유집하시설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규모는 6억2400만 달러 상당이다.
3월 25일 리야드에서 개최된 LG전자의 에어컨 생산공장 기공식도 비석유화학 분야에서 양국 간 처음 이뤄지는 산업협력사례다. LG전자는 이날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3500만 달러를 투자해 중동 현지에 연 50만 대 생산규모의 LG-샤키르(LG-Shaker)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한국가스공사는 3월 27일 카타르가스공사와 연간 210만 톤(2007년부터 2026년까지, 7년간 연장가능)의 장기 LNG 도입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25일 GCC와의 FTA 추진 의사를 밝혔다. 자원의 보고인 중동에 뒤늦게나마 ‘선제 개방’ 의지를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자원·에너지 확보 경쟁 국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통합을 통해 중동지역과의 지리적, 문화적 거리를 좁혀나가면서 아랍권과의 외교관계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에너지안보 문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 원유의 82%, LNG의 50%를 중동에서 도입하는 등 중동지역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등 걸프지역 6개국이 가입해 있는 GCC로부터는 원유의 68%, LNG의 47%를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은 이미 2004년 GCC와 FTA 추진에 합의한 뒤 2005년 4월부터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고, 중동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 온 일본은 물론 미국과 EU(유럽연합), 인도도 GCC와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오일달러에 힘입어 중동시장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도 GCC와의 FTA 필요성을 고조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동은 2005년 이후 고유가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연평균 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투자가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중동지역의 플랜트 발주 규모만 해도 200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근 3년간 100%씩 증가한 것이 중동의 경제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 외에도 아시아와 유럽 북미에 이어 세계 4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동지역과의 관계강화는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국력에 걸맞은 외교지평 확대와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
노 대통령은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올해 안에 GCC와 협상 개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신속 체결 의지를 밝혔다.
권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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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