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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일본 열도에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1백2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2기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사업에 일본이 우선협상권을 획득한 것이다.
전달인 9월 요르단 원전 사업을 수주한 데 이은 성과였다. 현재 일본은 터키와도 원전 수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원전 1기와 UAE 원전 사업에서 러시아와 한국에 패해 자존심을 상한 일본이 ‘원전 강국’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셈이었다.
일본은 해외 원전 사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기술적으로도 전통적인 원전 강국이어서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본의 강력한 무기는 따로있다. 바로 금융이다. 일본은 원전, 고속철도, 플랜트 등 해외 인프라 건설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베트남 원전 수주에서도 일본의 수출금융이 빛을 발했다. 건설 대금의 85퍼센트를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베트남으로 날아가 790억 엔의 차관 제공을 약속한 것도 주효했다.![]()
일본은 해외 건설 수주에 나서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엔 규모의 민관합동 인프라스트럭처 펀드를 조성하고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하는 등 공격적인 수출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금융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일반화된 금융기법이다.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수출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국내 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수입업자에게 수입대금을 대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금 문제를 해결해 줘 수출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출금융은 해당 국가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건설 사업 수주에서도 수출금융은 기술과 경험, 재무능력등과 함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의 도움 없이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다른 인프라 사업에 비해서 규모가 큰 원전 사업의 경우 금융의 역할은 더욱 크다.
대형 건설 사업에선 공사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시에 지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기간’ 금융이라는 점에 있다. 그 기간 중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래서는 기업이 수주에 나서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특히 후진국 공사의 경우 기업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금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해외수주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발주국에 대출 등 금융지원을 통해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이는 기업은 물론 발주국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풀리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더 좋은 금융 지원을 약속하는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출금융이 해당 사업의 기술이나 경험 못잖게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이유다.
하지만 수출금융은 민간의 상업은행이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다.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 결국 수출금융은 대개 국가 금융기관이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미국은 수출입은행(EXIM Bank)이 이 업무를 맡고 있고 한국은 수출입은행이 수출금융을 관장하고 있다.![]()
수출금융 사례는 숱하게 많다. 일본은 파푸아뉴기니의 LNG프로젝트, 칠레의 구리 광산 개발 사업, 베트남의 고품위 무연탄 장기 수급 계약 등의 사업에 수출금융을 지원했다. 2009년 일본 JBIC의 수출 금융 규모는 3조3천6백51억 엔에 달한다.
미국도 보잉사의 항공기 수출 등에서 막대한 수출금융을 실시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은 사우디의 정유설비와 싱가포르 석유화학설비 등을 지원했다. 1999년 이후 수출입은행은 34건에 100억 달러의 수출금융을 제공했다.
원전 수주에서 수출금융은 다른 분야보다 더 중요하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큰데다 투자자금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발전을 통한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BOT(수익형 민자 사업) 방식의 사업이 늘고 있어 금융 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수출금융이 요구되는 이유다. 기술이나 경험만으로는 경쟁국을 따돌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원전 사업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다. 화석 연료의 고갈과 가격 상승, 환경문제는 청정에너지를 요구했고 산업화되고 있는 신흥국들은 대규모 전력시설을 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이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외면받던 원자력발전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430기의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는 1조 달러에 달한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원전 건설 능력이 있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이 원전 수주에 국가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베트남 원전의 건설 대금 1백 퍼센트를 지원할
계획이고 프랑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계은행의 원전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의 20퍼센트인 80기의 원전을 수주해 세계 3대 원전 강국이 된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출금융을 강화해야 한다.
노승재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조사역은 <세계 원전 시장의 최근 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도국 원전사업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재원의 원활한 조달은 원전 사업의 수주, 수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최근 개도국이 공급자의 재원조달의 조건으로 원전을 발주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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