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서브프라임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가리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은 미국의 금리정책에서 비롯됐다.
우선 미국의 초저금리가 주택 수요를 부추겼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벤처거품 붕괴를 수습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줄기차게 금리를 내렸다. 연 6.5%였던 은행 간 단기차입 금리를 1.0%로 떨어뜨렸다. 기대와 달리 금리인하는 기업투자보다 주택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값싼 돈이 넘쳐나면서 주택 수요가 늘었다. 집값이 뛰었다. 저소득층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에 나섰다.
서브프라임 부실은 금융의 증권화를 통해 전 세계 금융회사로 확산됐다. FRB는 서브프라임 규모가 약 1조3000억 달러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3% 정도라고 집계했다.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관련 주택담보대출이 말 그대로 대출에서만 끝났다면 파장이 그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대형 투자은행들에 판매했다. 투자은행들은 이 채권을 다른 채권이나 대출과 섞어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바꿔 팔았다. 리스크가 큰 이 채권을 포함한 파생상품은 수익률이 높았고, 투자처를 찾아 몰려다니던 헤지펀드, 보험사 등 전 세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부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빚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 서브프라임 부실의 토양이 됐다면, 금리 인상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FRB는 2003년을 기점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꿔 금리를 17차례 올렸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였다. 은행 간 단기차입 금리가5.25%로 높아졌다. 30년 만기 모기지론의 평균 금리는 2003년 5.4%대로 사상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점차 올라 지난해엔 6.8% 대까지 기록했다. 그러자 서브프라임을 대출받은 가계의 이자 연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집을 팔아 빚을 갚는 길도 막혔다. 2004년 말 10.8%였던 서브프라임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2.3%로 올라갔다.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는 20%로 높아졌다. 대출이 부실해지자 이를 바탕으로 발행한 채권과 그 채권을 편입한 파생상품 가격이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고 몇몇 헤지펀드는 청산에 들어갔다. 이는 신용경색과 세계경기 침체의 우려를 낳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를 다소 길게 짚었다. ‘자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으로 몰리면 그 자산의 값이 높아진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는 언젠가 멈추고 자산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선다. 상승폭이 클수록 하락 속도가 빠르고 폭도 깊어진다. 경제에 주는 충격도 커진다.
따라서 유동성이 주요 원인이 돼 자산 가격이 오른다면 정책당국은 이를 적시에 제어해야 한다. 적시라 함은, 자산 가격이 너무 오르기 전을 말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결과적으로 때를 놓친 금리인상이 원인이었다. 일본도 버블을 방치하다가 1980년대 말에야 금리를 올린 탓에 10년 불황에 빠졌다.
반대로 자산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았는 데도 금리를 높여 대응하는 것은 병이 생기기 전에 환자를 수술하는 격이다. 특히 경기가 부진한 데도 금리인상 처방을 내린다면 부동산뿐 아니라 경기마저 잡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제 국내에서 벌어진 부동산거품 논란을 들여다보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2002년에 한 연구소에서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저금리 때문에 80년대 후반 일본처럼 버블에 근접했다”며 “금리를 올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가 걱정한 것과 달리 당시 주택 가격은 버블에 근접한 수준이 아니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2002년 10월 당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년 전보다 약 24% 상승했다. 이듬해 10월까지 1년 동안엔 약 11% 상승했다. 올해 7월 시세는 2002년 10월과 비교해 34% 정도 상승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엔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국내 부동산 버블을 키웠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가격도 버블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버블이었다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 벌써 무너지지 않았을까. 이 주장은 또 부동산 버블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금리인상만 고려한 한계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금리보다는 세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같은 미시적인 제도로 안정시키는 편이 더 적절하다. 게다가 이 연구소는 경기라는 변수를 빼놓았다. 국내 경기는 2002년부터 하강기에 접어들었다. 금리를 올릴 계제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2005년 10월부터 콜금리를 올렸다. 3.25%였던 콜금리 목표를 8월들어 5%로 높였다. 다행히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상이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어우러져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집값 안정을 위한 손쉬운 처방으로 금리인상만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컨대 부동산 가격은, 경기가 과열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거시변수인 금리보다는 부동산과 관련한 미시적인 대응으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이란 ▶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sub prime mortgage loan)을 줄인 말. 주택담보대출을 뜻하는 모기지 론은 3등급으로 나뉜다.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서브프라임, 그리고 그 중간 단계인 알트A다. 서브프라임은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프라임보다 2~4%포인트 높다. 주택담보대출 기간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이다. 변동금리 방식의 비율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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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