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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가 울고 갈 추위로 기온이 뚝뚝 떨어지던 1월 셋째주.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의 여주군청 1층 출입구에 설치된 무균소독실은 이곳이 구제역 전장(戰場)임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여주군청에 도착했다. ‘수도권 남부 축산벨트’ 방문의 출발지로 여주를 택한 것이다. 이 지역은 사람과 차량 왕래가 가장 많은 데다 축산농가가 밀집돼 있어 소에 이어 돼지에 대한 구제역 추가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김춘식 여주군수 등 군청 직원과 방역 관계자들이 유 장관을 맞이했다. 유 장관 일행은 무균소독실을 통해 지난해 12월 23일 설치 된 여주군 비상상황실로 들어섰다.
신륵사와 세종대왕릉 등 역사적 명소로 유명한 여주군은 한우 1만8천3백여 마리, 젖소 1만1천2백여 마리, 돼지 19만여 마리 등 22만1천5백여 마리를 사육하던 도내 5위권의 축산 지역이었다.
여주군은 지난해 12월 23일 경계를 맞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취병리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유 장관의 방문지역 중 상황이 가장 나빴다.
여주군의 구제역 피해 상황을 보고하는 목소리는 비장했다.
“한우 1천8백99마리, 젖소 9백27마리, 돼지 6만7천6백7마리 등 총7만5천3백3마리를 매몰 처분했습니다.”
이는 여주군 전체 사육가축의 33.9퍼센트에 이르는 규모다. 여주에서는 매몰처분과 방역, 예방접종 등에 하루 평균 3백50여 명의 공무원과 소방관, 군인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춘식 여주군수는 구제역이 비켜간 마을 사례를 전하며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고했다.
“흥천면 북대리, 북내면 상교리 같은 지역의 경우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이 철저하게 자치 방역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소독기를 설치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군수인 제가 방문해도 악수조차 하지 않더군요.”
여주군은 유 장관에게 ▲매몰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의 조속한 지급 ▲이동제한 지역 내 가축 출하 ▲전 가축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 등을 건의했다.
유 장관은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백신이 확보되는 대로 보급할테니 적극적으로 돼지 자가접종을 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의 부탁이 이어졌다.
“소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은 어느 정도 마쳤으니 이제 돼지를 지켜야 합니다. 농가 단위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모두 지치고 힘들겠지만 축산농가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불어 넣어 주십시오.”![]()
유 장관은 이어 여주군청을 출발해 이천시청으로 발길을 옮겼다. 42번 국도를 따라 이천시청으로 향하던 유 장관은 여주와 이천 경계지역 방역초소에 잠시 멈춰 강추위 속에서 방역활동을 펴고 있는 초소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분무기로 분사되는 소독약 사이로 비상등을 들고 차량 서행을 유도하던 육군 3901부대 임용혁(21) 병장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2교대로 근무한다고 말했다.
이천에서 구제역 방제에 동원되는 군인들만 하루 평균 약 4백명.
육군 7군단과 항공작전사령부, 3901부대 1대대가 고군분투하는 공무원들을 도우려고 팔을 걷어붙여 50일 넘게 투입되고 있다. 역시 1층 출입구에 무균소독실이 설치돼 있는 이천시청의 구제역 상황 보고 또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명품 쌀로 이름 높은 이천시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가축 사육 지역이기도 하다.
돼지 사육 마릿수에 있어 도내 1위(37만2천5백여 마리)이고, 젖소는 도내 2위(2만2천2백여 마리), 한우는 도내 4위(1만8천여 마리)로 총 41만3천8백여 마리의 가축을 기르고 있었다.
이천시는 지난해 12월 27일 첫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온 이후 모두 7만8천1백19마리를 매몰처분했다. 그나마 소 4만7천1백여 마리에 대한 백신접종을 모두 마쳐 한숨을 돌렸다. 이제 돼지에 대한 자가접종 차례였다.
조병돈 이천시장 등 이천시 관계자들은 지난 1월 14일 설성면 행죽리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AI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철새의 분변이 고병원성 AI의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병원성 AI에 대비한 방역 강화도 강조했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축산농민들 스스로 내 농장은 내가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만이 구제역으로부터 우리 축산농가를 지킬 겁니다.”![]()
“가축 한 마리라도 지켜내 주십시오”
유 장관의 이날 마지막 행선지는 용인시 백암면사무소였다. 백암면사무소에 도착한 오후 4시 즈음 짧은 겨울 해가 면사무소 건물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용인은 유 장관이 방문한 ‘남부 축산벨트’ 중 가장 늦은 1월 5일 구제역 확정판정을 받았 다. 소 1만6천6백여 마리, 돼지 25만5천5백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용인은 이날까지 소 2백26마리, 돼지 2만6천1백16마리에 대해 매몰처분을 했다.
용인시청이 아니라 백암면사무소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한 것은 용인의 구제역이 백암면에서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인근 원삼면과 양지면 등 백암 인접지역으로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0년, 2002년에 이어 3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용인지역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듯 항공방제까지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유 장관은 비상상황실에서 보고를 들은 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김학규 용인시장, 김종억 백암면장, 축산농가 관계자 10여 명과 면장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 나오니 빈 축사를 지키는 축산농가의 아픔이 절실합니다. 매몰처분에 가슴 아파하고 과로에 쓰러지면서 방역에 나서는 우리 공직자들의 수고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직자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유 장관은 예방백신을 맞은 소의 항체가 형성되는 향후 2주가 고비라고 강조했다.
“설까지 모든 우제류 가축에 대한 예방접종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지켜내면 구제역은 한고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리라도 살려서 지켜내야 합니다. 행여나 시가보상 때문에 방역에 소홀히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유 장관이 과천정부청사로 돌아가는 길목 용인시에서 내건 구제역 플래카드가 겨울바람에 펄럭였다. “구제역! 방역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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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