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여러 의제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는 ‘개발’ 의제와 함께 우리나라가 최초로 제안하고, 반대하는 국가들을 설득하며 이뤄낸 ‘1백 퍼센트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외개방도가 높고 국제결제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많은 국가들이 건실한 국내 경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택시장 부실화 같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문제로 외화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 차원의 보호막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건전한 국가들이 자기 책임이 아닌 외부요인으로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우 선제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더 큰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기업에 비유하면,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갑작스러운 현금 부족으로 흑자 도산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나라가 처음 이 의제를 제안했을 때 다른 나라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문제 있는 국가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의제로 오해했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제기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다룰 것임을 천명한 후 우리나라는 G20 내에 전문가그룹을 설치하고 영국과 공동의장을 맡았다. 또 사무관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각급 담당자들이 주요국 파트너를 만나고 설득했다. 아울러 제기되는 모든 의문사항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 학계, 언론계 등 국제금융계 오피니언 리더 등에게 일일이 보내며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마련키로 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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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난관은 많았다.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쟁점별로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었다. 재원 조성에 많이 기여해야 하는 국가들은 엄격한 조건을 붙여 지원하기를 원했고 잠재적인 수혜 국가들은 가능한 한 조건 없이 지원받기를 원했다.
선진국들은 일부 신흥국들의 과도한 외환보유고 축소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해당 신흥국들은 금융안전망 논의가 외환보유고 축소 논의로 연결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양측 관계자를 만나서 설득하고,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중재안을 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마침내 지난 8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예방적 신용라인 개설제도를 개선하는 첫 단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존 IMF 대출제도는 각국 내부 문제로 야기된 위기를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 설계됐다.
위기의 원인을 해결한다는 논리로 구조조정 등 가혹한 조건이 붙었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지 않는 한 IMF 자금을 지원받기를 꺼려했다. IMF 자금을 쓰는 데 따른 ‘낙인효과’ 때문이었다.
따라서 건전한 국가들이 위기 징후에 노출될 경우 선제적으로 신용라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했다. 이는 좀 더 큰 차원에서 본다면 IMF의 임무와 역할을 ‘사후 위기 해결’ 중심에서 ‘사전 위기 예방’ 쪽으로 재정립해나가는 것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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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우선 런던 G20 정상회의 때 엄격한 자격 테스트를 통과하는 우량국가들을 대상으로 도입된 탄력대출제도(FCL)의 대출 한도(각국 IMF 지분의 10배)를 폐지하고 자금 인출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등 금융안전망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였다.
탄력대출제도의 자격 요건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건전한 국가들을 위한 예방대출제도(PCL)도 신설함으로써 금융안전망의 수혜국을 대폭 확대했다. 예방대출제도는 개방정책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많은 신흥개도국들이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우리의 이해관계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글로벌 이슈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다.
그런가 하면, 동일한 위기상황에 노출된 다수 국가들에게 동시에 탄력대출을 제공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는 IMF 대출의 낙인효과 때문에 먼저 자금 지원을 신청하기를 꺼려해 위기대응 기회를 놓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국가 차원을 넘어선 큰 규모의 위기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앞으로 중점을 두고 논의해야 할 과제에도 합의했다. 정상들은 전 세계적 규모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좀 더 조직적이고 제도화된 대응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등 지역 안전망들의 위기 예방 기능을 발전시키고 IMF와의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해나가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가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G20 내에서 계속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융안전망 의제가 ‘코리아 이니셔티브’로서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과는 지금 당장은 큰 배의 방향타를 약간 튼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훗날 새로운 목적지를 지향한 패러다임 변화의 시초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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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