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위기의 강도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 확실치 않다.
무릇 금융위기는 인류의 시장 활동과 함께 태동했다. 그리고 튤립, 목화, 곡물, 금, 외환, 부동산 등 다양한 원인 및 양태를 보여왔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금융위기는 앞으로 또 다시 언젠가 출몰할 것이지만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금융위기의 근간에는 인간의 본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는 “금융위기는 인간의 투기적 광기(speculative mania)에 의해 발발하여, 심리적 공황 상태를 거쳐 시장붕괴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도 유사한 전개과정을 보였다. 흐름은 이렇다.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맞아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모기지 증권을 파생상품으로 유동화함으로써 이익을 레버리지(leverage)시켜 투기적 광기를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의 통화정책이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신용팽창(credit expansion)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위기를 예감하지 못한 미국 경제는 한동안 활황(economic boom)의 행복감(euphoria)에 도취됐고 부동산 활황에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전염되는 사태로 번졌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의 붕괴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시장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먼저 살아남기 위한 탈출의 경쟁이 벌어졌다. 현재는 유수의 미국 투자은행 및 보험사들이 도산하는 시장붕괴의 시점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최적의 정책당국 대응 방법은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경우 거품이 빠질 때까지 그냥 놔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충격이 클 경우에는 정부가 최종대출자로서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특징은 세계적 영업망을 가진 미국 투자은행들이 취급하는 파생상품에 모든 국가들이 다 노출되어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적인 노출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은행 발행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크지 않아서 일반 투자자의 노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회사는 파생상품 영업을 하는 증권사나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 및 일부 연기금의 노출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데 미국발 위기는 간접적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유동성이 고갈된 미국의 자금시장이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의 적절한 외화자금조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미, 불안심리해소 신속·과감성 보여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양상은 과거 IMF사태 시 우리나라가 취한 방안과 거의 흡사하다. 과다하게 부실화된 금융회사를 국유화하고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전문기관 RTC( Resolution Trust Corporation)을 설립해 금융회사들의 장부에서 부실채권을 떨어내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취한 신속성과 과감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위기’란 기초경제여건(fundamental)과 관계없이 경제주체가 위기라고 생각하면서 공황상태에 빠지고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급적 미국의 영향이 국내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위기국면이 진정될 때까지 적절한 유동성 배급과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를 진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이번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산업이 목표로 삼고 있던 투자은행 모델의 위험성이 드러나게 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한국적 투자은행의 탄생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규제완화 방안을 포함했으며, 올해에는 증권사 진입이 자율화되면서 다수의 신생 증권사들이 탄생했다. 이들 증권사들이 나름대로의 투자은행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매매중개업(brokerage) 이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당수 증권사들의 도태로 증권사 간의 M&A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규제완화와 더불어 감독규율 또한 강화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창의적 영업은 권장하되 방만한 위험 수용은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감독당국의 역량강화가 요구된다.
실물 측면에서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와 더불어 세계적인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의 충격이 감지되고 있다. 만약 국내 부동산시장에 급격한 충격이 온다면 이는 부동산 담보부 가계대출 및 건설사의 PF대출의 부실화로 인해 금융회사의 부실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실물부문의 경기침체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 투자 및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경제주체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출산업을 위주로 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감안할 때 위기를 맞이한 선진국의 소비 위축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출선 다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는 격언대로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완벽한 정책은 없다. 결국은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날 때까지 경제주체의 상당한 고통분담은 불가피하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