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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때 아닌 식량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 일대의 식량난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식량난은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쌀 생산국조차 식량문제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4월 4일 ‘쌀 위기, 아시아 강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요 쌀 생산국에서조차 식량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신들은 방출 정부미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친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홍콩 등지의 서민들 모습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원유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주름살이 진 세계 경제에 아시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몰아닥친 식량난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근본 원인은 역시 주요 곡물가격의 가파른 오름세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쌀은 작년에 33%나 오른 데 이어, 올 1분기에만도 42%가 더 뛰었다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30억명 가량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상황에서 쌀값은 더 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쌀값 폭등과 관련해 뤼수롄(呂秀蓮) 대만 부총통은 “쌀값 폭등이 고유가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올해 세계 쌀 생산이 작년에 비해 1.8%(1200만t) 늘어난 6억8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수출은 3.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주요 쌀 생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이집트,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 통제를 강화해 가격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9000만명이 하루 3만3000t을 소비하는 필리핀은 최근 베트남과 가까스로 150만t의 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체결 직후 베트남의 쌀 수출 통제 발표로 안정적인 쌀 공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수입선 찾기에 골몰하는 한편, 위기 타개를 위한 아세안정상회담 개최까지 제기했다. 아세안은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의 하나인 필리핀과 세계 최대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이 함께 들어 있는 협력체다.

5월 말까지 인도로부터 40만t의 쌀을 긴급 수입키로 한 방글라데시 역시 그동안 식량 확보대책에 소홀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경제학자 자이드 바크트 교수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개입이 너무 늦었고 또 그 규모도 미미하다”며 “시장가격보다 절반 가까운 가격의 싼 정부미를 사기 위해 1km 이상 줄을 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쌀 비축량이 비교적 충분한 말레이시아 역시 단기간에 품귀가 올 것으로 보지 않고 있지만, 장기 대책엔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쌀 소매가를 올릴 계획이 없지만 비축량 유지를 위한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쌀뿐 아니다. 밀 역시 1년 사이 가격이 배 이상 뛰었고 옥수수와 콩도 같은 기간 70% 가까이 올랐다. 식량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면 사회불안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졸버트 죌릭 세계은행(IBRD) 총재는 “식량 위기로 인해 전 세계 33여개 빈국 또는 개도국에서 폭동 등 사회 불안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식량가격 폭등=사회불안 고조
실제로 정부 비축미가 4000만~5000만t으로 추산돼 비교적 쌀 자급자족이 원활한 것으로 평가돼 왔던 중국 역시, 쌀 파동을 우려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나서서 “비축미가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민심을 다독거렸을 정도다. 캄보디아는 훈 센 총리가 3월 26일 쌀 수출을 2개월간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동시에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미를 방출키로 했다.





세계 2위의 쌀 경작국인 인도도 수출용 향료쌀 바스마티의 최저 수출가를 인상한 데 이어, 여타 쌀 수출은 전면 중단했다. 그런가 하면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쌀 수출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은 내리지 않았지만, 조만간 중단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행히 유엔과 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해결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4월 14일 “세계에서 많은 지역의 긴급한 식량 요구에 대처하고 기아 사태를 피하기 위한 단기적인 비상조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식량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국제 식량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긴급식량원조 기금으로 2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긴급식량원조 기금은 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의 식량지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IBRD 역시 죌릭 총재가 이달 초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해 제시한 ‘신뉴딜 정책’을 공식 승인하고 그 일환으로 식량 폭동으로 정부가 와해된 아이티에 추가로 10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키로 했다.


몽골 할흐골 농지 서울 크기의 6배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로부터 자유로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쌀을 제외하곤 식량자급률이 형편없다. 전체 식량자급률은 25.3% (200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26위다. 언제든지 식량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그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몽골에 대단위 농지 임대사업을 벌이기로 했다는 낭보가 들린다.

한·몽 양국은 이달 말 최종 실무협의를 갖고 몽골 할흐골 지역에 대한 ‘농촌 마스터플랜 지원사업’ 규모와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제협력단(KOICA)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200만 달러를 무상원조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크기의 6배에 이르는 3000㎢의 할흐골 지역은 인근에 바이르 호수와 할흐 강이 있고 연간 강수량이 270㎜에 달해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의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관개시설만 확충하면 밀 기준 1㏊당 1.2t인 현재 수확량을 1.7t까지 끌어올릴 수 있단다. 농지 임차료는 1㏊당 76센트에 불과하고, 임차기간은 50년(추가 50년 연장 가능)에 이른다.
최근 고조되는 식량안보 위기와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세계 각국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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