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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반환 철저한 실무 협상을”




 

지난 5월 10일 놀라운 소식이 터져 나왔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사실상 불법·무효”임을 선언하는 한일 양국 지식인들의 목소리였다.

한일강제병합 1백 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백13명이 이날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날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국 측 지식인 1백9명은 ‘한국병합 1백 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한일병합이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측 지식인 1백4명도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양국 지식인들은 이 선언에서 “1965년 한일기본조약 2조의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원천 무효(already null and void)’라는 구절에 대해 양국 정부가 유지해온 해석의 차이를 비교한 뒤 조약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라는 한국 측 해석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것은 기본조약상에 나오는 ‘이미’라는 시점의 문제였다. 한국은 ‘조약체결 당초’부터 불법·무효라고 보았고 일본은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때’부터 무효가 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들 한일 지식인은 선언서에서 “병합의 역사에 관하여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과 왜곡 없는 인식에 입각해 뒤돌아보면 이미 일본 측의 해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병합조약 등은 원래 불의부당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한일 지식인들의 선언 동참은 계속됐다. 양국 지식인들은 지난 7월 28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측 5백87명, 일본 측 5백31명 등 총 1천1백18명이 지식인 선언 서명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에도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였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 간 나오토 일본 총리에게 ‘한일강제병합일인 8월 29일에 사과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8월 10일. 한일 지식인 선언을 발표한 지 정확히 석 달째 되는 날,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올해를 “한일관계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해”라고 담화를 시작한 간 총리는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이러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여기에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이어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봉환 등 인도적 협력을 이후에도 성실히 실시할 것”이라며 “또한 일본 통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되어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가까운 시일에 인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사과 담화에 대해 강제병합의 불법성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문화재 반환과 관련해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 것”이라며 “일본의 문화재 반환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10만7천8백57점. 일본에만 6만1천4백9점이 있다. <조선왕실의궤> 등 각종 도서와 전적류, 서화, 도자기, 고려 불화, 불상과 금속공예, 가야 금관 등 고분 출토품과 토기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환하겠다는 <조선왕실의궤>는 현재 일본 왕실도서관인 궁내청 쇼로부(書陵部)에 소장돼 있다. 이곳엔 조선 의궤, 제실(帝室)도서 등 우리의 조선왕실 도서 6백39종 4천6백78책이 있다. 이 가운데 의궤는 81종1백67책이다.

일본에 있는 문화재가 모두 약탈된 것만은 아니다. 궁내청 도서 가운데 반환 대상이 되는 것은 6백61책. 목록을 조사한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조선총독부 기증’이란 도장이 찍힌 79종 2백69책, 대한제국의 ‘제실도서지장(帝室圖書之章)’이란 장서인이 찍힌 제실도서 소장본 38종 3백75책, 조선 초기부터 왕실에서 소장했던 ‘경연(經筵)’ 인(印)이 찍힌 3종 17책”이라며 “이 책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기 때문에 반환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곧 양국 간 문화재 반환 관련 실무 협상이 시작된다. 서둘러 특정 문화재를 지목하고 대응하다 보면 의궤 정도만 돌려받고 나머지는 영영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우리 문화재가 언제 어떤 경위를 거쳐 얼마만큼 불법 반출됐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글·이광표(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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