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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역사적인 ‘2007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공동선언의 가장 핵심적이고 진전된 합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서해지대)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만 남북 어민과 기업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평화 번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개성공단에 이어 남북 경제 협력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줄 ‘해주 경제 특구’ 개발이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남북은 지난해 12월 29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열린 서해지대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해주 경제 특구를 개성공단과 연계해 발전시킨다는 계획으로 올해 1월 31일쯤 특구 건설을 위한 현지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서해 공동어로·평화 수역 설정
양측은 또 올 상반기에 서해지대 추진위원회 2차 회의를 비롯, 해주항 개발협력, 공동어로협력, 한강하구협력 분야의 분과위원회 회의를 각각 열어 △특구 규모 및 개발 방법  △사업계획 확정 △시범단지 조성 △법·제도적 장치 완비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분과위 회의에서는 해주 특구 시범단지 조성, 해주항 부두 개보수와 단계별 확장, 한강하구 골재 공동채취 사업 등의 구체적인 착수 시기와 사업 계획을 논의하게 된다.

서해 공동어로 설정과 운영에 관해서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공동어로 수역과 평화 수역이 설정되는 데 따라 공동어로를 실시하기로 하고 분과위원회에서 서해 공동어로와 관련한 구체적인 문제와 수산자원 보호와 활용, 서해 수산물 가공·유통·수산 분야 기술 교류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1∼12월 열린 총리회담, 국방장관회담, 경협공동위에 이어 서해지대 추진위가 안정적으로 출범해 정상 선언 이행의 틀이 완비됐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해주 특구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남북 간 긴장 완화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남북이 두 차례 무력 충돌을 벌인 서해상을 평화 수역으로 정하고 남북 어선이 공동으로 고기를 잡기로 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해주는 인천과 인접해 있고 항구를 끼고 있어 물류 이동 측면에서 개성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해주 특구는 남북 간 물류 비용을 줄이고 경제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한반도 경제 공동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주 직항로 운행시간 16시간 단축
해주 직항로를 이용하면 항로 운행 시간은 최대 16시간이나 단축돼 해상 물류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주 특구를 1650만㎡(500만평)으로 개발할 경우 인건비와 재정 수입 등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 경제 효과는 33억 달러, 기반 시설 조성과 신도시 건설 등에 따른 간접적 효과는 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인천~개성~해주, 나아가 남포항까지 남북의 배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약 28억 달러 가치에 해당하는 한강 하구의 모래를 채취해 공단 조성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뿐만 아니라 해주 인근에서 진행 중인 흑연 및 석회석 광산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이 의류나 가방 제조 등 경공업 위주였다면 해주 특구는 중공업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해주항을 경제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물류 센터 및 배후 공단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주 특구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꼽힌다. 민간 선박이 인천~해주 직항로를 통과할 경우 NLL을 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해지대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도 남북은 NLL과 관련한 이견 탓에 핵심 의제였던 서해 공동어로 설정 및 운영에 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공동어로 수역과 평화 수역이 설정되는 데 따라 (공동어로를) 실시하기로 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부 사업 중 해주 경제 특구 건설, 해주항 개발 등을 NLL 문제와 직접 관련 있는 공동어로·평화수역 운영 등과 분리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공동어로 수역 및 평화 수역 설정은 장성급 군사회담에 맡긴 채 당분간 서해지대 추진위에서는 NLL과 관련한 남북 간 입장 차에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하자는 구상인 것이다.

1차 회의 합의서에도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이 반영됐다. 남북은 공동어로·평화 수역 운영,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에 대해서는 ‘분과위를 내년 상반기 중 가동시킨다’는 것 외에 뚜렷한 세부 이행 계획을 문안에 담지 못했지만 해주 특구 및 해주항 개발을 위한 공동 조사를 올 1월 31일께 실시한다는 계획에는 합의했다.

북측은 회담 초반 ‘공동어로 수역 및 평화 수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머지 다른 사업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해주 공동조사 계획에 합의한 데서 보듯 ‘가능한 일부터 하자’는 남측 입장에 일단은 호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측 구상은 NLL과 결부된 공동어로 및 평화 수역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돌린 채 해주 특구 및 해주항 개발에 속도를 냄으로써 우선 서해에서 신뢰를 구축한 뒤 남은 과제들을 해결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NLL 문제는 숙제로 놔둔 채 긴장의 지대를 평화의 지대로 만드는 협력 사업은 계속하자는 것”이라면서 “협력 사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고 긴장이 완화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NLL 문제도 해결될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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