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공산품의 품목별 협상 등 가장 중요한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긴장감이 감돌던 일주일이었고, 중요한 분야에서 꽤 많은 진전도 있었습니다. 몇 가지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는 것은 계속 협상이 필요합니다.”
김한수 한·EU FTA 우리 측 수석대표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가 밝힌 5차 협상의 결과다. 양측은 지난 11월 19일부터 5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공산품의 품목별 주고받기 협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문직 상호 인정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과 분쟁해결, 지적재산권 분야도 상당부분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자동차 기술표준·상품 양허·원산지 기준 등에서는 양측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EU의 FTA 타결은 해를 넘기게 됐다. 양측은 개별 공산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고 6차 협상 전까지 서면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내년 1월까지 서면합의 조율
4차 협상까지는 공산품의 전체 개방 정도에 대한 EU 측 불만으로 품목별 협상을 못했었다. 이제부터는 양측이 지켜야 할 품목과 양보할 수 있는 품목을 가려가면서 협상할 수 있어 가지치기가 가능하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품목에 협상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산품에서 EU 측은 쌀·고추·마늘 등은 민간 품목으로 인정해 개방에서 제외해줄 수 있고, 농산물 세이프 가드·관세율 할당제(TRQ) 등에도 긍정적 반응이었다. 반면 돼지고기·와인 등 관심 품목은 한·미 FTA 만큼 개방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EU의 최대 관심 품목인 돼지고기의 경우 우리 측은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관세 철폐 입장이다.
수산물에서도 우리 측의 8개 민감 품목 가운데 고등어를 제외한 7개는 한·미 FTA 수준에서 개방해달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협정문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 EU는 외교 당국의 정치적 결정만 내려지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직 상호인정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양측의 의견이 접근한 가운데 우리 측은 건축사·수의사·엔지니어링 등을 명시적으로 넣자고 했고, EU 측은 회원국 관련 단체와 의견 조율을 거치겠다고 했다.
금융서비스 가운데 자본 이동에 대해서는 세이프 가드를 도입하자는 우리 측 요청에 EU 측이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적재산권 가운데 공연보상청구권은 우리 측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생·검역(SPS) 분야에서는 양측이 지역화 인정, 육류수출작업장 승인 절차, 검사 비용 등의 사안에서 이견을 보였다. 지리적표시제(GI) 협상에서는 지리적표시와 상표의 관계에 대해 주로 의견을 나눴다.

자동차·상품·원산지 문제가 걸림돌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자동차 비관세 문제·상품 양허·원산지 기준문제가 앞으로 협상에서 어렵고도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핵심은 역시 자동차였다. EU 측은 한국 내 판매량이 6500대 이하 업체에 대해 한국의 기술표준 적용을 하지 않고, 6500대 이상이 돼도 2년간 적용을 미뤄주겠다며 한·미 FTA 수준을 제시한 우리 측 제안을 거부했다. 수출 물량이 미국보다 훨씬 많고, 일부 업체의 한국 내 판매량은 이미 6500대에 달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측이 자동차·철강 등 관심 품목에 대해 관세 철폐시기를 단축시켜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EU 측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산지 기준에서는 우리 측이 자동차·기계·철강·비철금속·화학·의류 분야에서 EU 측의 안을 수용할 있는 부분과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을 함께 제시해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되도록 했다.
조기 타결 여부는 양측이 자동차 기술표준·상품 양허·원산지 기준 등 3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에 달려 있다. 김 수석대표는 “자동차 기술표준에 대한 공은 우리 쪽에, 원산지에 대한 공은 EU 쪽에, 상품 양허에 대한 공은 양쪽 모두에 있지만 5분의4 정도는 EU 쪽에 있다. 공을 가진 쪽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조기 타결을 위해서는 내년 1월 협상에서 대부분의 쟁점을 어느 정도 해소해야 만 2월에 전체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양측 모두 조기 타결을 희망하고 있어 다음 협상이 열릴 내년 1월까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면 교환뿐만 아니라 화상 회의, 분과별 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렇게 느끼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서 “실제로 장기화된다고 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조기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베르세로 대표는 “앞으로의 협상에 대해 비관적이진 않다”며 “여전히 조기타결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측의 정치적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내년 1월 하순쯤 서울에서 6차 협상을 열고 마지막 타결을 벌인다.
권영일 기자

자동차 기술표준은 한·EU FTA 협상에서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가 EU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고, 유럽 역시 반도체 제조 장비 다음으로 가장 많이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품목이다. 특히 EU는 한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역내 자동차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에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한수 수석대표가 “자동차(기술표준)는 끝까지 가게 될 힘든 문제”라고 전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베르세로 수석대표도 “세 가지 핵심 쟁점 모두 양측이 서로 어떻게 균형을 맞춰 합의점을 찾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통상협상에서 자동차는 늘 뜨거운 이슈다. 자동차 산업의 시장 규모도 크고 다른 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문제는 통상협상 때마다 당사국간 협상 테이블을 결렬시킬 수 있는 이른바 ‘딜 브레이커’(deal breaker)로 꼽힌다.
한·미 FTA 협상에서는 자동차 관세철폐 시기와 세제가 쟁점이었다. EU의 협상은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자동차 기술표준은 1차 협상 이후 줄곧 쟁점이 돼 왔다. 김한수 한·EU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1차 협상 후 이미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처럼 작은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유럽식과 다른 기술표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한 바 있다.
EU 측은 한·미 FTA 체결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내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것을 우려해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이 한국시장을 놓고 상호견제를 하는 셈이다. EU산은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5.4%를 차지하고 있다.
한·EU FTA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은 자동차 분야에서 10%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줄어 유럽시장에 대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EU 역시 비관세장벽이 완화될 경우 앞으로 대한(對韓) 자동차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자동차 기술표준은 상대국에 수출할 때 전조등 등 각종 자동차 부품의 규격, 안전벨트 등 안전 규격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EU는 자체 기술표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측 기술표준이 엄격할수록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당초 FTA를 시작할 때 EU는 한국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술표준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협상에서 성과가 없자 EU는 한국 독자 표준을 인정하는 대신 한국이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서는 UN ECE 기술표준을 인정해 달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미국식 기술표준을 받아들인 한국으로선 유럽식 자동차 표준을 인정할 경우 다소 혼란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차량 충돌시험의 경우, 우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면충돌 시험을 하고 있지만 유럽은 측면충돌만을 검사하고 있다.
또 우리는 차량이 벽을 들이받는 식으로 실험하지만 유럽의 경우 자동차는 가만히 있고 무거운 장애물이 차를 들이받는 방식이다. 유럽의 요구대로 하면 우리가 유럽 자동차 메이커를 위해 우리의 자동차 기술표준에 예외를 둬야 한다. 반면 유럽 역시 한국 기준을 받아들이면 이를 맞추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별도의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EU는 EU차에 대해 UN ECE 기준을 인정받은 부분은 그 기준으로 사후검사를 해주고, 동등성 인정이 안 되는 부분은 한국기준으로 해달라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 측 협상단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자동차 기술표준과 관련해 새로운 대안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김 수석대표는 “제도를 운영하는 부처, 한·미 FTA와의 관계 등을 모두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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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