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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오전 10시(한국시각 6월 30일 밤11시) 미국 워싱턴DC 캐논빌딩.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협정문에 나란히 서명했다. 한국과 미국이 태평양을 잇는 경제고속도로를 준공하는 순간이다. 이 관경은 바라보는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의 얼굴에는 지난 17개월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두 대표는 지난해 2월 3일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밀고 당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명식에서 “한·미 FTA는 양국의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슈워브 USTR 대표도 “역사적인 한·미 FTA에 서명하는 오늘은 두 나라는 물론 세계 무역에 있어서 위대한 날”이라며 “한미관계에 중요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4월 2일 FTA 협상을 타결했으나 미 행정부와 의회가 노동·환경 등의 요건을 강화하는 신통상정책을 채택한 뒤 미국이 한·미 FTA에 이를 반영할 것을 요구, 양국은 지난 6월 22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 추가협상을 갖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했다. 미국은 한국이 요구한 전문직 비자쿼터와 관련 협조를 약속했으며, 의약품 시판허가·특허와 연계한 의무이행을 18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노동과 환경 분야와 관련해서는 일반 분쟁 해결 절차를 적용하자는 것을 수용하되 무역·투자 효과가 입증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우에만 한정함으로써 남용을 방지키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신통상정책과 관련한 미국의 제안이 우리 측에 실질적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노동·환경분야의 경우 우리가 이미 잘 이행하고 있으며 국내 노동·환경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가 양국 의회 비준동의를 거쳐 공식 발효될 경우 한국은 중국·일본·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등 개방시대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다. 또 국가신인도도 올라가고 안보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국내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FTA 서명 후 “그간 추가협상 과정에서 신통상정책에 나와있는 노동과 환경 등 7가지 분야 이외에 자동차, 쇠고기, 쌀 문제와 관련해 단 한 글자, 한 문구도 추가로 교환된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문제에 대해 “호주처럼 우리도 FTA와는 별도로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아내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며 “호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한 뒤 10개월이 지나 ‘E비자’라는 별도 형태로 1만500개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아냈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은 국회로… 양국 의회 승인 거쳐 서면 통보
한·미 양국은 FTA 추가협상을 매듭짓고 협정문과 부속서에 서명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이제 국내에서 한·미 FTA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절차인 비준동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양국 모두 대형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내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기대하는 정부는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비준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도 하반기에 의회 비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의 경우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 투표에 참여한 의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서명 후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기간이나 통외통위 심의 기간 등에는 뚜렷한 제한이 없다. 국회 본회의를 거친 뒤에는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며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공포된다. 미국은 행정부가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상·하원이 합쳐 90일 동안 심의한 뒤 표결한다.                                        

권영일 기자



 

추가협상 주요 내용


▶ 노동·환경 분야 일반 분쟁해결절차 적용 = 노동·환경 분야에도 일반 분쟁해결절차가 적용된다. 일반 분쟁해결절차는 보상액 상한선이 없고 승소국 피해에 대한 보상에 쓴다. 의무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양국간 무역·투자에 대한 영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노동 분야는 ILO(국제노동기구) 선언에 표명된 권리(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강제 노동의 제거, 아동노동의 효과적 철폐와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금지, 고용과 직업에 있어 차별 제거)를 국내 법령 또는 관행으로 채택·유지하고 집행해야 한다.
환경 분야의 경우 양국이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해양오염 협약 등 7개 다자환경협약의 의무 이행을 위한 국내 법령과 조치를 채택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양국 간 무역·투자에 영향을 주면서 환경법상 보호를 약화하는 방법으로 환경법 적용을 면제할 수 없다.

▶ 복제약 시판허가·특허연계 18개월 유예 = 부속서한을 통해 복제약 시판허가·특허연계 이행의무를 협정발효 후 18개월 동안 유예한다. 양국은 WTO(국제무역기구)의 ‘지적재산권협정과 공중보건 선언’상 의무를 확인하고 FTA의 의약품 관련 조항이 각 당사국이 이 선언에 따른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 필수적 안보 예외 등 규정 명확화 = 당사국이 필수적 안보 예외조항을 원용할 경우 투자자 대 국가간(ISD) 및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 패널 또는 중재판정부는 이 예외 적용을 수용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정부조달과 관련, 당사국이 정부조달 참여 기업에 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물품, 또는 서비스 공급국의 노동법령 내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항만안전은 양국 해운서비스 유보안에 항만활동 관련 조치들이 필수적 안보 예외의 적용 대상임을 확인했다. 투자는 서문(preamble)에서 미국은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가 동등한 수준의 투자보호를 제공받음을 선언적으로 규정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축산업에 종사하는 황해모(49·충북 괴산군 연풍면) 씨는 요즘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그는 한·미 FTA가 진행 동안 걱정 속에서 살았다. 협정이 발효되면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산 쇠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영농이 타격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잇단 피해 대책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부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보는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 대해 생산 감소액의 85%를 7년 동안 현금으로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또 올 하반기 중 지방세법을 개정해 축산농가의 부담으로 지적돼온 도축세가 폐지되고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송아지 생산 안정 기준가격도 기존 130만 원에서 155만 원으로 오른다. 게다가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전면 실시되고 100㎡ 이상의 음식점에서도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6월 28일 국회 한·미 FTA 체결대책특위 회의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FTA 국내보완대책을 보고했다. 매출액이 25% 이상 감소하는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는 구조조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한·미 FTA 국내보완대책’은 농업과 수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지원과 함께 산업별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의 소득기반 확충방안 등 FTA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종합적인 ‘3각 해법’을 담고 있다. 한·미 FTA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기존 제도 등의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보완대책은 지난 4월말 완성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와 5~6월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된 이해단체, 관련 전문가, 국회를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 직접 피해 지원 = 우선 직접 피해지원은 농업과 수산업을 중심으로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또 피해보전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의 지원방식을 현실에 맞게 개선했다. ‘FTA 농어업 특별법’의 피해 품목 소득보전 지급요건은 현행 가격기준에서 생산액 기준으로 바꿔 재배면적 변화 등도 반영했다. 피해 품목은 현행 시설포도와 키위에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는 품목’으로 확대했다.

폐업하는 농업인에게는 5년 간 폐업지원금을 지원하고, 폐업지원금을 지급받는 농어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1년 간 월 30만~60만 원의 농어민고용촉진장려금을 준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농업분야와 동일한 기준으로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도를 실시하되 최근 5개년 중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가격의 8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에만 피해보전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 산업별 경쟁력 강화방안 = 한·미 FTA로 피해가 예상되나 품질 차별화, 생산비용 절감 등 경쟁력 강화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력 강화방안이 추진된다.

농업은 한육우·돼지·닭·감귤·사과·포도·채소·인삼·식용콩·감자·목재 등이 주요 지원대상이다.  정부는 우선 피해가 예상되는 한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한우브랜드 출하비율을 현재 32%에서 2017년까지 60%로 끌어올려 수입산과의 품질을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감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에 우량묘목장 2개소를 신설하고 비가림 재배면적을 현 5%에서 2017년 38%로 확대하는 등 전업농을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개·보수키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농업전문 PEF(사모펀드)를 조성해 농업과 농업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농지은행에 8년 이상 임대 위탁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율을 60%에서 9~36%로 낮춰주기로 했다. 이는 임대차 거래 투명화를 유도하고 대규모 영농을 촉진한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수산업 분야는 명태·민어·고등어·오징어·넙치·볼락·뱀장어 등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생산·유통설비 현대화를 통한 품질 고급화, 생산비절감 지원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추진된다. 제조·서비스업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이 FTA로 인해 매출액이 25% 이상 감소할 경우 구조조정자금 융자 등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 적용 대상을 현행 51개에서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서비스업종’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약 분야 피해가 큰 점을 감안해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R&D) 지원을 2012년까지 혁신신약 595억 원(2007년 현재 102억 원), 개량신약 150억 원(17억 원), 바이오의약품 150억 원(108억 원)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근로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직지원 비용의 66~75%를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전직지원제도를 활성화해 100%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용유지지원금 가운데 기업이 업종을 전환하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할 경우 임금의 최대 75%를 1년 간 지원할 방침이다.









● 농어촌 소득기반 확충 =
농어촌 소득기반 확충지원을 위해 농어촌 재래시장 현대화사업 국비지원 한도를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높이고 지자체의 진흥지역 해제권한을 1만㎡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어촌 지역의 소득원이 농어업 외에도 제조업, 물류, 관광산업 등으로 다변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농어촌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게 기본목표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농어촌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 지원제도 운영기간을 2009년에서 2016년까지로 연장하고 지급대상도 ‘창업 후 3년 미만’에서 ‘7년 미만 기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농업의 체질 개선 작업도 적극 추진된다. 전체 농가의 50%에 이르는 고령농 중심의 농업기반을 규모화를 이룬 전업농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경영이양직불제를 논과 밭 등 모든 농지로 확대하고 지급기간도 70세까지 최장 8년 간 지원에서 75세까지 10년 간 지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 재원, 중기재정계획서 수용 = 정부는 FTA 피해 관련 각종 대책을 위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농업에 119조 원, 수산업에 12조4000억 원의 투융자금 재원을 마련키로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 “앞으로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확정 가능한 것은 확정하고, 추가 소요되는 부분은 수치를 제시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보완대책에 포함시킨 내용은 예산당국과 협의를 거쳐 중기 재정계획과 그 이후의 예산운용과정에서 반영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권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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