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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하는 의혹은 ‘역시’ 없었다. 정부가 5월 25일 발표한 한·미 FTA 협상 내용은 지난 4월 2일 협상타결 직후 국회와 국민들에게 공개한 ‘한·미 FTA 분야별 최종협상 결과’ 보고서와 비교할 때 핵심 사항에서는 크게 새로운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이날 한·미 FTA의 국·영문본 협정문과 부속서, 부속서한 등 2700쪽 분량의 자료를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농림부, 산자부,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 등 7곳의 홈페이지를 통해 일제히 공개했다. 미국도 동시에 협정문을 공개했다. 공개 자료에는 한글본과 영문본이 모두 포함됐다. 여기에 협정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280쪽의 상세 설명자료와 36쪽 분량의 주요 용어집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협상기간 중 주고받은 문서 등은 양측이 차후 다른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할 때 협상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발효 후 3년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공개된 협정문 내용 가운데 새로운 것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조항이다. 상대국의 제품 수입이 급증할 경우 발동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에는 ‘동일상품 재발동 금지’ 조항이 새롭게 등장했다. 물론 일부 농산물 등에 적용하는 특별 세이프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우리의 대미 공산품 수출이 많기 때문에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편서비스의 경우 국제특송 시장의 개방폭이 커진다. 현재 무역관련 서류 등만 다룰 수 있는 것을 국제서류로 대폭 확대하며, 국내 특송도 앞으로 우편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 독점의 범위를 중량, 가격 등 객관적 기준으로 축소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농협, 수협, 새마을 금고에 대해 발효 3년 내에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체국보험에 대해서는 변액보험, 퇴직연금보험, 손해보험 등 새로운 상품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영화관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영화 촬영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양국은 한글본도 영문본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을 협정문 마지막 장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가 맺은 기존 FTA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문본을 우선시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번 한·미 FTA 협정문에는 이 같은 문구 자체가 없기 때문에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협정문은 최종본이 아니다”며 “오는 6월 30일 본서명 이전까지 양국간 법률 검토와 법제처의 검토를 추가적으로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캡션 : 정부는 한·미 FTA의 국·영문본 협정문과 부속서, 부속서한 등 2700쪽 분량의 자료를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농림부, 산자부,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 등 7곳의 홈페이지를 통해 일제히 공개했다. 일반인들도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다.

                                   한준규 기자 



향후 일정은


최종문안 일부 문구·내용 수정될 수도

양국은 우선 이날 공개된 협정문을 기초로 최종 법률 검토를 위해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워싱턴에서 대표단 협의를 갖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장을 수석대표로 외교통상부ㆍ재정경제부 관계자 등 8~9명이 대표단으로 구성돼 협상에 참여한다. 미측은 또 섬유양허안의 기술적 부분에 대해 협정문 공개 직전인 5월 24일 문제를 제기하며 협의를 요청해 워싱턴에서 이에 관한 기술적 협의도 갖기로 했다.

섬유제품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이 각각 한국은 10단위, 미국은 8단위로 다르게 규정한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이를 논의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섬유 이외의 다른 분과에서는 더 이상 협의가 없으며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협상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재협상이 있더라도 양측은 조속히 마무리한 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6월 30일(미국 시간) 워싱턴에서 한·미 FTA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6월 말 협정문에 서명하면 바통은 양국 국회로 넘어간다. 우리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 한·미 FTA 비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올 하반기에 의회 비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준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국회 통외통위와 한·미FTA특별위원회는 비준 동의권 행사를 위해 이번에 공개된 협정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역시 협정문 서명 후 FTA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이행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며, 90일 이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내에 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대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비준안 처리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치른 뒤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배기량  기준부과 자동차세 도입 않기로
 
관세철폐 즉시 대상품목에서 3000cc이하 승용차는 물론 5~20톤 트럭새시와 모터사이클 등이 포함됐다. 특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과 원산지 적용 규정도 관심을 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적잖이 줄게 됐다. 특소세율의 경우 차량가격을 기준으로 △800㏄ 이하 면제 △800∼2000㏄ 5% △2000㏄ 초과 10%인 현행 3단계 세율이 △1000㏄ 이하 면제 △1000㏄ 초과 5%의 2단계로 축소된다.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현행 △800㏄ 이하 1㏄당 80원 △800∼1000㏄ 100원 등 5단계에서 △1000㏄ 이하 80원 △1000∼1600㏄ 140원 △1600㏄ 이상 200원으로 바뀐다.

자동차 원산지 판정비율은 ‘순원가법’(순원가에서 역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 기준)과 ‘집적법’(인도가격에서 〃)을 적용할 때에는 35%, ‘공제법’(인도가격에서 역외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55%로 결정됐다.
 



 
원료 공급 부족  인정받으면 역외조달 가능

원사 기준과 관련해 공급이 부족한 원료의 역외조달도 허용하기로 했다. 2억SME(m2) 상당까지 역외조달을 허용하되 원료공급을 인정받는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제공키로 한 ‘경영 정보’의 세부 항목이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경영진 명단과 근로자수, 기계대수 등은 물론 기계 가동시간, 제품 명세, 생산 능력, 납품기업 명단, 미국 바이어 연락처까지 제공해야 한다. 미국이 사전 예고 없이 현장 실사를 원할 경우 이 또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한 섬유분야에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나라는 이에 상응하는 범위 안에서 섬유 의류 상품의 추가적 양허를 제공하기로 했다.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횟수 1회로 제한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30개 민감품목을 제외한 분유, 치즈 등 낙농제품과 닭고기, 오이, 양배추 등 기타 농축산물은 특별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상품분야의 양자 세이프가드를 적용받는다. 발동 횟수는 1회이며 일단 발동하면 수입이 급증하더라도 추가 발동을 할 수 없다.
쇠고기의 경우 현행 40%의 관세가 15년 내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은 발효 첫 해 27만 톤을 시작으로 해마다 6000톤씩 늘어난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삼겹살, 갈비, 목살 등 일부 품목만 세이프가드가 적용된다.
오렌지는 감귤 출하기에는 현행관세 50%를 유지한다는 예외조항을 인정받았다. 다만 무관세 쿼터를 2500톤부터 시작해 매년 3%씩 늘린다.
 


 
신약의 최저가격 보장 미국 요구 수용 안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비윤리적 영업행위를 처벌하기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의료기기 가격산정이나 급여와 관련된 주요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특허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가치를 약값에 적절히 인정한다는 문구도 새로 포함됐다. 신약의 가치를 약값으로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 협상단은 미국이 요구하던 ‘신약의 최저가격 보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을 의약품 분야의 최대 성과라고 강조했다.



 
투자자·국가제소 대상에 투자계약 포함

투자자·국가제소(ISD)의 대상에 투자계약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가 외국인투자가와 맺은 투자계약상의 의무위반도 ISD의 대상임을 규정한 것이다. 현재 인천 제2연륙교 건설사업이 이런 형식에 해당된다. 정부가 간접수용 범위에서 배제를 추진했던 부동산정책은 ‘부동산 가격안정화정책’이라는 표현으로 포함됐다. 정부는 이날 협정문과 함께 낸 자료에서 △ 분양가상한제 △원가공개 △ 토지·주택거래허가제 △개발부담금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강화 등이 부동산가격안정화정책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IMF 외환위기와 같은 긴급한 시기에 해외로의 송금을 1년간 금지하는 ‘단기 세이프가드’를 도입한다. 하지만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산을 몰수할 수 없고 이중이나 다중의 환율제도도 적용하지 못한다. 또 미국의 상업적·경제적·재정상의 이익에 불필요한 손해를 피하도록 명시한다. 다만 경상거래나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이나 송금에는 단기 세이프가드가 적용되지 않는다.



 
양국,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추진권한 인정
 
두 나라는 통신분야와 관련,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추진권한을 인정했다. 다만 무선분야에선 범위를 효율적 주파수 활용, 글로벌 로밍보장, 법 집행 등으로 제한했다.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상대국 사업자에게 상호접속·전용회선·전주·관로·도관의 이용 등에서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 양국 무선분야의 지배적 사업자는 예외지만 SK텔레콤은 상호접속 의무를 갖는다. 또 지배적 사업자가 독점력을 통해 얻은 초과이윤을 다른 통신시장의 자회사나 계열사 등에 보조하는 ‘교차보조 행위’는 금지됐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무관세 관행을 유지했다. 또 CD 등의 전달매체에 담긴 오프라인 디지털 콘텐츠 제품도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우정분야의 경우 무역관련 서류에 한정됐던 국제특송은 국제서류까지 확대됐다. 부속서한에는 “우편법 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민간 배달 서비스의 범위를 증대하기 위해 우정당국의 독점에 대한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속서는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문서”라고 설명했다.



 
영화관서 촬영 시도 처벌 대상에

양국은 우선 영화관에서 비디오카메라 등을 이용해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물론 촬영 시도 행위까지도 ‘미수범’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 몰수를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만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었다. 양측은 또 대학가의 서적 불법복제, 배포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세관에 저작권 침해우려 물품이 수입신고될 경우 직권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권리자에게 통보될 수 있도록 관련 저작권을 세관에 등록하는 ‘저작권 침해물품 세관 신고제도’도 새로 도입키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라인에서의 지적재산권 침해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침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권리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보다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부속서를 통해 역외가공지역 지정 가능

부속서를 통해 ‘역외가공지역’(OPZ)을 지정할 수 있도록 우회하는 방식으로 규정됐다. OPZ 지정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진전 △OPZ 지정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OPZ 내 일반적 환경기준, 근로기준과 관행, 임금, 경영·관리관행 등을 설정했다.
이 가운데 최대 논란거리는 역시 ‘근로기준과 관행, 임금, 경영·관리관행’ 등이다. 사회주의 북한의 특성상 이런 기준의 충족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는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국제노동기구(ILO) 미가입국임을 고려해 ILO규정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우리측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또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할 때 양국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부분은 역외가공지역과 관련해 협정문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양측 정부가 책임지고 입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내용이다.

 





“지난 10년 간 국내에서 발동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는 마늘 등 농산물과 관련된 2회에 불과했습니다. 세이프가드 횟수 제한은 (공산품 대상 세이프가드 발동도 제한하기 때문에) 국내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는 5월 25일 외교통상부에서 한·미 FTA 협정문 공개 설명회를 갖고, “FTA 발효 이후 관세철폐 과정에서 교역이 늘어날 때마다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게 되면 FTA 체결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산물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횟수 제한은 미국 측의 공산물 관련 세이프가드의 발동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공개된 협정문은 최종본인가.
△ 그렇지 않다. 양국 대표단이 5월 29일부터 6월 6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추가적인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기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이 재협상 관련 제안을 할 가능성은 없나.
△ 협상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 5월 마지막 주는 미국 의회가 휴회한다.
따라서 통상에 관한 미측의 중요한 결정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영문 협정문만 국회 열람에 제시한 이유는.
△ 국회에 제출할 당시 국문 협정문은 열람할 정도로 상세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 공개가 부적절했다.

양자 세이프가드 재발동 금지는 우리측에 불리한 것 아닌가.
△ 세이프가드의 발동횟수 제한은 우리나라에 오히려 유리하다. 대미 공산품 수출이 많기 때문이다. FTA 발효이후 관세철폐 과정에서 교역이 늘어날 때마다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게 되면 FTA 체결의 의미가 퇴색된다.

지난 4월 발표한 80쪽짜리 설명자료에 해당 내용이 빠진 이유는.
△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축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위주로 요약한 것이지 의도를 갖고 빠뜨린 것은 아니다. 협상 전체 내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협정문은 물론 상세 설명자료를 함께 봐야 가능할 것이다.

미측이 최근 섬유분야 관세분류와 관련한 기술적 협의를 요구했다는데.
△ 미국이 제기한 부분은 국제공통품목분류표(HS) 기준이 미국과 한국간에 다소 다르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공개하겠다.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 환경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 국제 규범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이나 기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식되는 관념적인 기준을 참작하라는 것이다. 이는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ILO 미가입국임을 고려해 ILO규정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우리측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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