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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논란거리가 돼온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해 검증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경주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방폐장 현안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3월 11일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환경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지 선정이 기준을 벗어나지 않고 적합하게 이뤄졌으며 방폐장 시공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협의회와 조사단은 “다만 방폐장 처분동굴(사일로)의 암반등급 편차가 큰 점이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유의할 부분인데, 전체적으로 위치 변경 등 보완대책이 수립되면 시공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방폐물관리공단은 이에 대해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 검증 조사에서 제시된 제언 및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안전한 방폐장을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몇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폐기물 해수 침투 가능성을 막기 위해 지하수 관측망을 광역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추가로 ‘수리 지질’의 상세 모델링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처분동굴 위치 변경에 대해선 진입동굴을 파나가면서 추가 지질자료를 확보한 뒤 적합한 설계와 시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방폐물관리공단 민계홍 이사장은 “지역 주민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안전한 방폐장 건설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또 “검증조사 결과를 적극 수용해 안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으로 방폐장 건설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앞으로 방폐장 건설 및 운영 등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방폐물관리공단은 3월 중 경주시 성동동 경주 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건설 및 지역 지원 사업 협의 및 본사 이전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 안전성 검증조사는 주민 참여를 통해 결정된 경주 방폐장 사업의 전통을 잇는 사례가 됐다. 실제로 경주 방폐장 사업은 고비를 겪을 때마다 주민 참여를 거쳐 의사를 결정해왔다. 정부는 19년 동안 9차례나 방폐장 건설사업에 실패한 끝에 2005년에야 어렵사리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당시 경주는 군산, 영덕, 포항 등과 경합한 끝에 89.5퍼센트의 주민 찬성률로 방폐장 건설사업을 따냈다. 이후 논란이 적잖았던 방폐물 처분 방식도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처분방식선정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최종 결정을 냈다.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 논란도 주민 참여를 통해 일단락됐다. 경주 방폐장은 당초 오는 6월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6월 연약 지반이 발견돼 공사 기간이 30개월 연장됐다. 그 후에도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계속 논란을 제기해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정부는 대한지질학회에 ‘지연 진상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방폐장의 처분 안전성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 합의를 위해 다시 검증조사를 진행할 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경주시의회, 시민단체, 방폐장이 들어서는 동경주지역 주민대표 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민관이 함께 갈등 해결에 나선 것이다.

협의회는 전문적이고 신뢰받을 수 있는 조사를 위해 지역 주민들이 전문가를 추천해 ‘안전성 검증조사단’을 구성했다. 사업자들이 배제된 순수 전문가들로 꾸려진 조사단이 탄생한 것. 지질구조, 수리지질, 지진공학, 터널공학, 원자력공학 등 5개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1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약 4개월간 경주 방폐장에 대한 안전성 검증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8개월간 지속돼온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기존 원자력발전소 포화 폐기물의 임시저장 및 2단계 처분시설 설치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먼저 임시저장시설의 경우 월성과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방폐물 저장능력이 지난해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울진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방폐물 1만7천4백 드럼(1드럼=2백 리터)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에 1만6천2백90드럼이 저장돼 있는 상황이다. 월성은 이미 방폐물 발생량(9천3백4드럼)이 저장능력(9천 드럼)을 초과했다.

방폐물관리공단은 경주 방폐장 준공 시기가 2012년 이후로 늦어짐에 따라 지상의 ‘인수저장 건물’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인수저장 건물은 경주 방폐장으로 반입되는 방폐물을 영구처분하기에 앞서 방폐물을 인수해 검사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저장하는 시설. 이를 위해 방폐물관리공단은 지난해 연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방폐물 처분시설 건설 및 운영변경 허가 승인’을 받고 저장시설 수요에 대비해왔다.

인수저장 건물을 우선 사용하려면 향후 교육과학기술부의 사용 전 검사 외에 경주시의 건축물 임시사용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방폐물관리공단은 협의회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3월부터 인수저장 건물의 우선 사용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주의 인수저장 건물은 4천 드럼을 상시 저장할 수 있도록 용도 허가를 받아 지어졌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임시저장 건물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설계 시공됐다는 게 방폐물관리공단의 설명이다.

방폐물 처분시설 건설사업도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본격 추진하게 된다. 방폐물관리공단은 1단계로 처분시설 공기 지연을 보완하고, 이어 2단계로 처분시설 건설사업을 조기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를 위해 협의회 위원 수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현재 방폐물관리공단은 방폐물 특성과 처분방식별 장단점을 재평가해 최적의 시나리오를 도출하기 위한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조사 및 설계에 착수할 예정. 설계 과정이 마무리되면 2013년부터 총 건설 규모 80만 드럼 중 10만 드럼의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준공하는 2단계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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