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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호>한·미 FTA 5차협상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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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통상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진실의 순간은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패를 모두 보여주면서 협상 타결 여부나 협정의 수준을 결정하는 시기를 말한다.
한·미 FTA도 그 때가 왔다. 미국은 올 연말까지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을 최종적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년 1월 중 열리는 6차협상에서는 우리 측이 미국의 관심사인 자동차와 의약품 등 분야에서 히든카드를 내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와 관련해 “서로 풀 것은 풀어가면서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 전반의 진전을 봐가면서 양측의 득실을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 분야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측은 그동안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탐색했고, 핵심 쟁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밀고 당기기’도 치열하게 벌였다. 실례로 김 수석대표는 무역구제를 매개로 자동차·의약품 등 3개 분과의 협상을 잠정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우리 측은 올해 말까지 무역구제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기존 14개 요구사항 가운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큰 5가지를 추려 제시한 것이다.

 

상품·서비스·지적재산권 큰 진전
그러나 미국 측의 답변이 없자 ‘더 이상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무역구제 협상을 중단시킨 뒤 이와 연계해 미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의약품 분야도 문을 닫아버렸다. 결국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까지 한국이 제시한 요구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우리의 전략이 절반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한·미 FTA 5차협상에서 상당수 상품의 개방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 미국은 TV·카메라·피아노 등 206개 품목(6억 달러 상당), 우리 측은 플라스틱제품·스피커·음향기 등 204개 품목(3억6000만 달러 상당)의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했다.
이에 따라 품목 수 기준으로 즉시 철폐율이 한국과 미국은 각각 80.3%, 82.5%로 늘었다. 특히 미국은 외국화물에 0.21%의 금액이 붙는 물품취급 수수료를 철폐키로 함에 따라 우리 수출업계는 연간 47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분과의 경우 의사·간호사·수의사·건축사·엔지니어 등과 같은 전문직 자격증을 서로 인정해준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다룰 협의체를 구성키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법률서비스와 관련해선 외국인 자문업의 개방 시기를 ‘FTA 발효 직후’로 확정했다.
6차협상은 내년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협상단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최대한 실리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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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약품·농산품은 한·미 FTA 협상의 핵심 쟁점이다. 두 나라 간 FTA가 협상시한인 내년 3월 전 성공적으로 타결되려면 이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6차협상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주고받기식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6차협상은 핵심 분야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 양국은 섬유분야에서도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쟁점사항들을 모두 다뤘지만 한국이 양측 간 이견을 좁힐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 등에 대해 한국의 카드를 보여 달라는 의미다. 한국은 ‘세제개편 불가’라는 원칙을 반복하고 있으나 국내업계에서도 이를 반대하지 않고 있어 ‘빅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는 일단 보험약가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추후 합의사항은 추가로 반영한다는 우리 측 입장이 이미 전달됐다. 결국 5차협상에서 무역구제와 맞물려 조기 종료됐던 의약품과 자동차 분야의 이견이 6차 때는 상당부분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5차까지의 협상을 바탕으로 합의점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초 한·미 FTA에 의한 제도와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쌀이 최종 걸림돌… 정치적 타결 불가피
물론 무역구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더라도 다른 쟁점 현안 해소가 쉬울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자동차 분야도 쉽지 않다”며 “그러나 무역구제의 진행상황을 봐서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길 수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나라 수석대표는 5차협상 최종 브리핑에서 6차는 물론 7차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혀 최후까지 담판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수석대표는 “7차협상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차협상 직전 터진 ‘쇠고기 뼛조각 문제’는 긴장이 고조된 탓에 농산물 분야는 타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쇠고기의 경우 우리 측은 “농산물 분과든, 위생·검역분과든 FTA 협상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FTA 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기 위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겠다”며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수석대표는 최대 민감 품목인 쌀 역시 “앞으로 논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커틀러 수석대표는 “쌀에 대한 논의도 어느 시점에서는 개시될 것”이라면서 쌀을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계획임을 명백히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쌀 시장 개방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산물분야는 협상 막판까지 골칫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국 입장의 접합점을 찾으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섬유분과는 5차협상 당시 협상대표를 차관보급으로 격상해 별도 협상을 가진 결과, 앞으로 협상을 위한 만족할 만한 기틀은 마련했다. 우리 측은 관세 조기 철폐와 원산지 기준 완화를, 미국은 세이프가드 도입과 타국산 섬유제품의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세관당국 간 협력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6차협상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타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권영일 기자

 

쟁점 하이라이트

협상타결 새 변수로 등장한 ‘무역구제

한국, 미국에 5개 항목 요구… 양국, 연말까지 물밑 협상 계속


[SET_IMAGE]7,original,left[/SET_IMAGE]미국의 반덤핑 관세완화와 같은 무역구제 분야가 한·미 FTA 협상 타결의 새로운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낮추라는 우리 측의 요구에 대해 미국은 법 제·개정 사안이어서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백두옥 무역구제 분과장은 “실례로 우리나라가 미국 연안에서 해운업을 하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존스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꿈쩍도 않고 있다. 또한 전문직들의 미국 일시입국 허용에 대해서도 ‘이민법 개정사항’이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 측이 미국의 요구를 검토해 보기로 한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제 개편은 국내 관련세법을 여럿 고쳐야 가능하다. 우리가 도입키로 방침을 정한 동의명령제(기업이 법 위반 행위를 시정하기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는 제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무역구제 제도란 특정 물품의 덤핑수입, 외국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이나 장려금의 수령, 또는 특정 물품의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산업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관련 물품의 수입관세에 추가해서 덤핑방지관세 또는 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수량 등을 제한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5년간 대미수출의 6.8%인 373억 달러어치의 한국산 수출품이 덤핑 판정 등으로 무역제재를 받아 큰 피해를 봤다며 이런 제재 조치 완화를 이번 협상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무역구제의 변경사항은 미국의 통상법상 무역촉진권한(TPA)이 소멸되기 6개월 전인 올 연말까지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 측은 미국 측의 의회보고서에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올 연말까지 두 나라 간 치열한 물밑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근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협상이 이뤄졌으며 실무선에서도 잦은 접촉을 갖는 등 비공식 형태의 실질적인 협상이 이달 말까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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