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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무참히 성폭행하고 영구 상해를 입힌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지난 2월 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다가구주택에서 실종된 여중생 이모(13) 양은 3월 6일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경찰은 3월 10일 이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 씨를 시신 유기 현장과 가까운 덕포시장 근처에서 검거, 김 씨에게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12일 구속됐다.

이처럼 끔찍한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 씨는 이미 두 차례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도 신상공개나 전자발찌 착용 등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등 허점이 있어 이를 보완할 강도 높은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최근 아동 성폭력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확대하고, 전자발찌 사후관리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물리적 거세까지 집행하는 등 강도 높은 성범죄 근절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성범죄자 사후관리와 성범죄 예방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이달 말 여야는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 공소시효 연장 등 성폭력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최근 합의했으며, 법무부는 아동 성폭력사범을 위한 집중 심리치료센터를 내년 상반기에 설치하기로 했다. 경찰청,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청소년 및 성폭력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모여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는 모임을 갖기로 하고 10일 첫 회의를 열었다.

이른바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은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다. 2008년 9월부터 도입한 전자발찌, 즉 ‘성범죄자 전자감독 제도’는 성폭력 전과자가 발찌와 함께 휴대전화와 비슷하게 생긴 교신장치를 지녀 이상 징후가 생기면 즉시 담당 보호관찰관의 개인휴대단말기(PDA)로 통보되는 것이다. 전자발찌의 위력은 컸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법 시행 이후 1년간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총 4백72명 가운데 1명만이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질렀는데, 이는 전자발찌 미부착 성폭력범의 재범률(35.1퍼센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효과가 입증된 전자발찌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 말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말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강력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최대 부착 기간을 종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최소 부착 기간(1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또 지금까지는 형기를 마친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하더라도 이동경로 확인 외에는 별도 관리를 받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부착 기간 내내 의무적으로 현장 방문 지도, 조사, 밀착 감독 등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및 음주 감경(減輕) 방지 법안도 강화된다. 지난 2월 국무회의는 만 13세 미만의 성폭력 범죄 피해아동이 만 20세가 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또한 새로운 수사기법의 발달로 성폭력 범죄 발생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더라도 범죄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DNA 증거 등 입증 증거가 확실한 경우에는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개정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조두순 사건에서 논란이 된 ‘심신미약 감경’ 관련 형법도 보완된다. 성폭력 범죄자가 음주나 마약을 사용한 상태에서 ‘심신마약 감경’을 적용받으려면 전문가의 감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죄질에 따라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치료 차원의 성폭력 범죄 재발 방지책도 마련됐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에 아동 성폭력 사범을 위한 집중 심리치료센터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설치하기로 했다.

심리치료센터에는 재범 위험성이 높아 심화 치료와 교육이 필요한 성범죄자 1백여 명이 입소해 6개월간 집중 치료를 받게 된다. 현재 출소예정일이 2년 이내인 아동 성폭력 사범을 대상으로 3개월간 90시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범죄 재발을 예방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법무부는 향후 경기 의정부, 경북 포항, 전남 목포에도 각각 심리치료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김길태 씨가 검거된 당일, 경찰청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성폭력 범죄자 관리 강화를 위한 협의 모임을 만들었다. 아동·청소년 및 성폭력 관련 공무원들이 만든 이 협의체는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전과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청 권현정 여성청소년과장은 “첫 안건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으면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성범죄자 알림e) 제도를 개선하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가 관할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단 한 명도 등록돼 있지 않다. 올해부터 범죄를 저지른 뒤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만 올리기로 한 탓이다. 협의체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인터넷 신상정보 열람 대상을 올해 이전 성범죄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1천17건이나 발생했다. 하루에 2.78명꼴로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2006년 이후 5년 동안 일어난 주요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 5건은 모두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조해 방과 후에도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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