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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창설된 ‘대양해군’의 주역 제7기동전단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7기동전단은 대한해협에서 필리핀, 말라카 해협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 수출입 물자의 해상수송로 보호 작전, 국제 분쟁지역의 유엔 평화유지활동 지원 작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기동전단이 커지면 기동함대가 된다. 왜 대한민국은 기동함대를 가져야 하는가.

가난한 나라는 감히 바다를 지키지 못한다. 바다를 지키려면 큰돈이 들어가는 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는 해안에 설치한 포(해안포)로 바다를 건너오는 적을 막는다.

19세기 말의 조선이 이런 경우였다. 신미양요와 병인양요는 강화도 해안에 포진한 조선군(육군)이 바다로 들어온 미군 및 프랑스군과 싸운 전투다. 지난 1월 말 북한군은 서해 5도 일대에서 해안포를 쐈는데, 이것도 이런 연습을 해본 것에 해당한다.

함정에 설치된 함포의 능력은 해안포보다 못하다. 해안포는 단단한 육지에 설치돼 있기에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지만, 함포는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 실려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 해안포는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으나 함포의 크기는 배 크기에 따라 결정되므로 함포의 위력은 대체로 해안포보다 작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의 작은 해군은 해안포가 화력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연안에서만 작전을 하기에 ‘연안해군’으로 불린다.

힘센 나라는 해안포가 지원해주지 못하는 먼바다로 나가 바다를 건너오는 외적을 막는다. 먼바다는 풍랑이 크기에 큰 배가 있어야 한다. 몇 달 동안 먹고 쓸 식량과 연료와 탄약을 갖고 있어야 하니 덩치 큰 배는 필수품이다.

먼바다로 나가 작전할 수 있는 해군을 ‘대양해군’이라고 한다. 대양해군 중에는 그 세력이 워낙 커서 상대 해군을 궤멸시키고 상대국에 상륙해 쳐들어갈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해군은 막강한 함정은 물론이고 적 해안 세력을 초토화할 수 있는 화력, 그리고 적지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지상전 부대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초대형 대양해군은 현재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연안에서 12해리까지를 영해(領海)로 하기에, 세계에는 넓고 넓은 공해(公海)가 펼쳐져 있다. 미 해군은 공해에 항공모함을 필두로 한 함대를 배치해놓고 있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대양해군 능력을 가진 나라는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정도이고 인도와 중국, 한국, 스페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같은 대양해군이라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대양해군을 ‘호위함대’로 부르는데, 호위함대의 규모는 한국 기동전단의 4배가 넘는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해군은 중소형 항공모함을 갖고 있어 대양을 건너가 적국 해안에 지상군을 상륙시킬 수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은 세계 제일의 조선산업과 전자산업 등이 있기에 기동전단을 만들어 해양 강국 반열에 명함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기동전단은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의 기동전단은 2척(율곡이이함은 하반기 배치)의 이지스 구축함과 6척의 일반 구축함, 그리고 10대의 헬기로 구성된다(최대 16대까지 가능). 여기에 대대 규모의 해병대 병력에 16대의 헬기와 공기부양정, 수륙양용 장갑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상륙함 ‘독도함’을 붙이고, 10일 이상 잠항이 가능한 1천8백 톤급의 잠수함 4척을 더하면 소규모 상륙작전도 감행할 수 있는 세력이 된다.

기동전단의 핵심인 두 척의 이지스 구축함은 ‘한국형 토마호크’인 현무-3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미사일은 5백여 킬로미터 밖에서 발사돼 5미터 이내의 오차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초정밀 무기다.

원유, 곡물, 원자재 등 전략물자가 들어오는 해상수송로 보호를 위해서도 기동전단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기동전단은 남해 한복판 제주에 만들고 있는 기지를 모항으로 사용한다. 이 기지에서 정비한 후 식량과 연료를 보급받아 말라카해협이나 대만해협까지 나가 작전하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면 동해나 서해로 들어와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다.

기동전단이 두 배, 세 배로 커지면 기동함대가 된다. 기동함대가 만들어진다면 한국은 일본이나 영국에 버금가는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글·이정훈(동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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