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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아이티’… 정부·국민 다 함께 도움의 손길






 

푸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가 1월 12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으로 최악의 재난 현장으로 변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본 아이티를 돕기 위해 1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한 파병을 결정하고 현지로 긴급구호팀을 급파했다.

정부는 1월 21일 아이티 지진사태와 관련해 유엔의 요청에 따라 아이티 치안 유지와 복구 지원을 위해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MINUSTAH·United Nations Stabilization Mission in Haiti)에 공병 위주로 편성된 2백여 명 규모의 병력을 국회 동의를 얻어 파견키로 했다. 연이은 지진과 국가 시스템 붕괴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아이티의 조속한 안정과 복구 필요성을 감안해 국회와 유엔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파병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아이티 현지에는 각국에서 차출된 9천여 명의 군과 경찰인력이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에 파견돼 치안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여군 이선희(43) 소령이 파견돼 활동 중이다.

정부는 1월 18일 아이티에 대한 1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하루 뒤인 19일 아이티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민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열고 2차 긴급구호대 파견과 유엔이 발표한 ‘긴급지원요청(Flash Appeal)’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아이티 지진 발생 사흘 만인 1월 15일 정부의 1차긴급구호대가 아이티로 출발한 데 이어 1월 20일 2차 긴급구호대가 아이티 지진 피해 현장으로 파견됐다.

유엔의 ‘Flash Appeal’은 국제 사회의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피해 현황 평가를 기반으로 유엔 및 여타 인도적 지원 기구들이 공동으로 인도적 사업 지원을 긴급 요청하는 재원 조달 시스템이다. 정부는 ‘Flash Appeal’이 제시한 분야 중 지원이 시급한 △식량 △식수 및 위생 △임시 주거 및 비식품 구호품 △조정(Coordination) 분야에 집중하여 전체 아이티 지원금 1천만 달러 가운데 1백2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더욱이 아이티에 대한 민간 지원이 잇따르고 있어 우리나라의 실제 지원금 규모는 1천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1차 긴급구호대는 한국국제협력단,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대한적십자사 등의 의사와 간호사, 구조요원 등 35명으로 구성됐다. 의약품과 구조장비, 구조견 등을 동반했으며 현지에서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 등 긴급 구조활동을 펴고 있다.

2차 긴급구호대는 국립의료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한국국제협력단의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18명으로, 아이티와 국경을 맞댄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 도착한 후 육로로 이동,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차 해외긴급구호대와 교대해 의료지원, 구호활동 등을 수행하게 된다.

아이티 현지에서 활동 중인 119구조대원들은 각국의 참사 현장을 누빈 베테랑 구조대원들로 이들 가운데 25명은 매몰된 생존자와 부상자를 구조하고, 방치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해외긴급구호협의회는 아이티에 대한 단기 긴급구호 외에도 아이티의 중·장기적 복구와 재건을 위해 전력망 복구, 식수 공급망 개선, 이동식 병원 운영 등 피해 복구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를 통해 정부와 민간은 아이티 지원 활동에 있어 상호 정보 공유와 협조 필요성에 공감하고, 아이티를 비롯해 향후 국제적인 긴급구조 상황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해외긴급구호협의회는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 주재로 개최됐으며 국무총리실, 국방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가족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와 대한적십자사,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 등 민간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천 차관은 “아이티 지진이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이후 처음으로 접한 국제적 재앙으로, 글로벌 코리아의 인류애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우리의 국격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원과 인도적 파병으로 한국은 지난해 11월 OECD 산하 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처음 DAC 회원국으로서 국제원조 의무를 수행하게 됐다. 한국은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 50년간 국제사회의 각종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아 경제개발을 추진해왔으며 1995년에야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명단에서 빠졌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자리를 바꾼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정부는 2008년 5월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 피해와 중국 쓰촨(四川)성을 함몰시킨 대지진 피해 때 각각 2백50만 달러와 5백48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일대가 지진해일 피해를 보았을 당시 5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한 바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국제협력담당관실 김진숙 사무관은 “이번에 아이티에 파견된 의료진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시행한 해외 재난 발생 때 보건의료 지원 관련 교육을 이수한 우수한 의료진으로, 부상한 아이티 국민의 긴급 의료처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과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 당시 현장 구조경험을 통해 긴급구호의 사전교육 필요성을 절감했으며 지난해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해 5주간 긴급구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50명의 의료진이 교육을 이수했다.

1월 12일 오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약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월 20일에도 규모 6.1의 강진이 덮쳐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또다시 건물이 흔들리고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번 강진으로 아이티 인구의 3분의 1인 3백만명이 지진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아이티는 인명 피해는 물론 대통령궁부터 재정부, 문화통신부 등의 주요 관공서들이 붕괴되고 감옥이 무너지면서 탈옥수들이 거리를 누비고 다녀 고통과 굶주림, 치안부재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병원들도 붕괴된 데다 의료진과 의약품, 장비,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 의료 서비스 부재와 2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구 9백60만명, 1인당 국민소득 5백60달러로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최저인 극빈국 아이티는 지진 참사 이전에도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굶주린 아이들이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진흙과 식용기름을 버무린 진흙과자를 먹는 형편이었다.

아메리카 대륙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독립한(1804년) 아이티는 오랜 독재정치와 내전으로 피폐해졌으며 2008년에는 허리케인이 6차례나 내습해 1천3백여 명이 사망하고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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