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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호>한·미 FTA 3차 협상 결과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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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이 양측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진행되고 있다. 양국은 시애틀 3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하고 상호 관심사만을 명확히 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3차 협상에서 우리 측이 거둔 성과 가운데 하나는 FTA 협정문을 한글본과 영문본 모두 동일한 효력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 미국 측은 당초 ‘영문본 유일 원칙’을 주장했으나 우리의 강력한 이의제기로 한글본을 수용했다.
미국 측은 또 국내 재벌에 대해 별도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우리 측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렇지만 미국이 회의 도중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어떻게 보면 유연한 태도 변화라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합의가 이뤄진 사항
김종훈 한·미 FTA 한국 측 수석대표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제는 상호 유연성을 갖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대면·화상회의 등 추가 협의를 통해 협상 진척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3차 본 협상은 금융 분야에서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다. 양국이 국경 간 거래 인정 분야에 자산운용업을 포함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양국은 국책금융기관을 FTA 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했다. 보험의 국경 간 거래도 수출입 적하보험이나 재보험 등 일반 소비자와는 큰 관련이 없는 부분에 국한하기로 했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미국의 입장도 파악됐다. 이미 설립된 미국계 펀드에 한해 자산운용 위탁 허용에도 뜻을 같이했다.

지적재산권 분야의 경우 핵심 쟁점인 저작권 보호기간(한국 현행 50년 유지-미국 70년으로 연장) 문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지재권 침해와 관련, 집행을 강화한다는 데는 합의했다. 서비스·투자 분야도 한국이 주장한 전문직의 상호인정과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다는데 의견 차이를 좁혔다.

쟁점이 비교적 적은 노동과 환경 분야는 양국 정부가 노동권과 환경권을 보호하는 조직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또한 노동법 집행시 한 국가가 상대국에 법집행에 이의를 제기하면 상대국은 30일 이내에 협의해야 한다는 것에도 의견일치를 보았다.
원산지·통관 분야에서도 전자메일 등을 이용한 전자방식 원산지 증명의 유용성을 인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협상 마지막 날(9일) 양국은 쟁점이 된 무역구제 분과에서 통합 협정문을 작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리 측은 미국의 반덤핑 제도나 상계관세 제도, 세이프가드 등의 발동요건을 강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이 같은 입장차에도 통합 협정문이 작성돼 추후 협상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견 못 좁힌 주요 쟁점들
이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미국이 상품과 섬유에 대한 관세 철폐안 수정 카드를 하나 제시한 점이다. 당초 철폐 시한을 최장 10년으로 분류했던 900여 개 품목을 즉시 철폐 대상으로 완화시킨 것이다. 우리 측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추가 수정을 요구, 미국으로부터 “계속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농산물 양허안과 관련해 미국은 “섬유를 양보했으니 한국 측의 농업 수정 개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빅딜’ 대상임을 시사했다. 반면, 한국 측은 4차 협상에서 농업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버텼다.
결국 양국은 △한국의 농산물 품목 가운데 미국의 수출 비중이 크면서도 한국 국내 생산에는 영향이 적은 품목 △한국이 생산하지 않는 품목 △다른 나라에서 이미 수입하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개방 확대를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상품 분야는 이번에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공산품·섬유·농산물에 대한 2차 관세 양허안을 4차 협상 전에 교환해야 한다. 서비스 투자의 경우 협상 진행속도가 부진했다. 미국은 서비스 개방 요구 분야 12개 가운데 택배·법률·회계·통신·방송 등 5개 분야에 대한 개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 측은 미국에 항공·해운 서비스 개방과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전문직 비자쿼터 등을 요구했다.

의약품 분야도 역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4차 협상 이전에 화상회의 등을 통해 별도의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전만복 FTA 국장(의약품·의료기기 분과장)은 “끝없는 평행선만 달렸다”고 밝혔다.  

무역구제와 관련해 미국은 반덤핑 관세 남용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한국 주장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자국의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등 태도변화를 보였으나 제안 자체는 끝내 거부했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해 특례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정치적 성격으로 인해 논의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측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국산 인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미국 측이 관세·비관세 장벽 모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자동차 분야도 관세 철폐 일정과 배기량별 세제 폐지에 대해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한·미 FTA 4차 협상 전망
한·미 FTA 3차 협상이 별 진전 없이 끝나면서 10월 23일부터 5일간 우리나라에서 열릴 4차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차 협상에서는 3차 협상에서 양국이 각각 제출한 수정안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한·미 두 나라 간 상대방의 시장 개방단계를 줄이고, 개방이 아닌 경우 물품의 관세 철폐기간을 줄이려는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측은 협상시간이 많이 필요한 의약품·지적재산권 분과들을 중심으로 대면 및 화상회의 등을 별도로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과별로 ‘3.5차 협상’이 진행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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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전략을 들여다보니

미국, FTA 연내 타결에 강한 의지 

미국이 FTA 연내 타결 의지를 먼저 피력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9월 9일 3차 협상 결산 브리핑에서 “아쉬웠지만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연말까지 FTA를 끝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 협상 때까지 할 일이 많다”며 “FTA 진전이 공식적인 협상에서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4차 협상 전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하며 협상에 속도를 내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 미국 : “갈 길이 바쁘다”
3차 협상을 시작하면서 미국 측이 연내 타결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서 부여받은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6월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이에 따라 연말까지 공식적인 FTA 협상을 끝내고 내년 3월까지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보완한 뒤 의회의 비준을 받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협상팀은 이를 위해 큰 진전이 없었던 3차 협상 이후, 회의 진행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원산지와 지적재산권, 의약품 등의 분과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면회의나 화상회의를 열어 협상 속도를 올리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이번 3차 협상에서 상품·섬유 부분 개방안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우리 측이 항의하자 미국 측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애초부터 두 가지 안을 준비한 듯한 인상이었다.

 

◈ 한국 : 협상속도 조절 두 마리 토끼 잡기
우리 측은 미국과는 달리 협상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앞서 열린 협상에서는 문구 하나만 합의를 이뤄내도 큰 진전이 있는 것처럼 협상 속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3차 협상에서 우리 측은 농산물이나 섬유·서비스·금융 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음에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며 전체적인 협상에 대한 평가를 절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했다. 본격적 주고받기 협상에 앞서 타결을 서둘러야 하는 미국의 사정을 십분 이용하겠다는 것.
여기에 반대 여론 무마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은 그동안 FTA를 반대하는 측으로부터 “타결 시기가 연말로 정해져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비판 여론에 대한 논리를 잠재우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림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우리 측 협상단이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운 3대 목표는 △미국 1차 관세 양허안의 개선 요구 △서비스·투자 유보안 및 개방요구 목록의 세부내용 파악 △협정문과 관련된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해 향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현재로선 이 3가지 목표 가운데 우리 측이 딱히 이루지 못할 것은 없어 보인다.  

 

화제 인터뷰┃김종훈 & 커틀러

불꽃 튀는 장외 신경전으로 목이 탄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한·미 FTA 협상이 반환점을 돌면서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양국 수석대표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2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상대방 제안이 보수적이다” “어렵지만 잘될 것이다”는 식의 외교적 수사로 일관했으나 이번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망했다” “전략적으로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등 직설화법을 구사하며 상대방을 압박했다.
강행군에 다소 지쳐 부지불식간에 감정적 반응이 표출된 탓도 있겠지만 그간의 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 고도의 장외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3차 협상을 마친 김종훈·웬디 커틀러 양국 수석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위험수위’를 가까스로 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을 은근히 자극했다. 하지만 양측 대표는 이제는 제자리걸음을 할 때가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확실히 주고받았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

“미 찔끔찔끔 협상전략… 쉽지 않아”

“이제 유연성을 갖고 서로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탐색전을 마치고 막상 힘을 써보니 쉽지 않다”며 “미국도 우리가 그동안 FTA를 체결해온 작은 나라들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 미국이 수정해서 보낸 상품 개방안을 봤나.
“일반 상품의 경우 900개는 넘고 1000개에는 미치지 못하는 품목의 관세개방 계획을 기준 10년에서 ‘즉시 철폐’로 앞당겼다. 그러나 우리 기대는 훨씬 더 크다.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계속 노력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있었다.”

⊙ 미국의 협상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이 협상 초기에 보수적 상품·섬유 양허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적절한 양허안은 아니다’라고 봤다. 개방 수준이 미국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았다는 게 나의 평가다. 미국은 무슨 문제가 제기되면 그때마다 찔끔찔끔 내놓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

⊙ 재벌규제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은 ‘재벌규제’라는 문구가 짧게라도 FTA 협정문에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우리도 공정거래법 등 대기업을 상대로 엄격히 집행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과거 우리 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연내 협상 타결은 가능할까.
“수석대표로서 연내 타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좀더 진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마찬가지 심정인 것 같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

“연내 타결 목표로 노력”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은 매우 ‘도전적’이었지만 올 연말까지 성공적 타결을 목표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의 농산물 개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나.
“한국의 제안에 많이 실망했다. 미국은 FTA 정신을 바탕으로 유효한 협상을 위해 관세철폐나 제거를 요구했다. 한국 입장에서 아주 민감한 품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농업 분야는 미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부문이다.”

⊙ 주고받기 식 협상이 이뤄진 분야는.
“지적재산권·환경·노동·투자·서비스 분야에서 아주 유용하고 좋은 주고받기 협상이 이뤄졌다.”

⊙ 무역구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나.
“양측이 이 문제를 충분히 협상했지만 우리는 한국이 요구하는 반덤핑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농산물과 섬유를 맞바꾸는 것 아닌가.
“(웃으면서)동의 안 한다. 수정안 교환은 계속되는 협상 과정이다. 우리는 자동차·섬유 분과 등에서 한국이 협상안을 수정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자동차 분과에서 우리는 한국시장 진출을 희망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으로 80만 대 이상 자동차를 수출하지만 미국은 겨우 4000대를 수출한다. 한국은 8% 관세는 물론 각종 비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막고 있다.”

⊙ 일정대로 5차 협상을 통한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연내 끝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지금보다 좀더 빨리 진전되기를 바란다. 오는 10월 말 4차 협상 전에 원산지·서비스 등 많은 분과가 대면 협상이나 영상회의 등 다양한 의사소통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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