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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분할법 도입 日 황혼이혼 사태 우려


일본에서는 은퇴한 남편을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퇴직 이후 인생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아내 주위만 맴도는 모양을 구두 뒷굽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에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좀 지나친 표현으로 들리는 이 말은 2007년 일본이 맞이할 커다란 사회변화를 예고한다.

1947~1950년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가 60세를 맞으면서 올해부터 대규모로 정년퇴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3년 개정된 연금법이 4월 시행에 들어가면 황혼이혼이 무더기로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사회가 곧 직면할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해 참고가 될 수 있어 주시해볼 만한 사안이다.

단카이세대는 격렬한 학생운동과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쳐 일본을 최고 선진국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그러나 직장을 위해 가정을 등한시하는 가부장적 남편들과 살며 평생을 참아왔던 일본 아내들의 반란이 ‘황혼이혼’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 EBS TV가 방영한 BBC의 다큐멘터리 ‘젖은 낙엽-은퇴남편 증후군’은 남편의 정년퇴직을 전후해 ‘은퇴남편증후군’에 시달리는 일본 아내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오사카의 데라카와 부인은 남편과 같이 집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통과 피부발진에 시달린다. 남편과 자신의 옷을 함께 세탁하지도 못하며 수백 개의 봉제인형을 모으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달랜다. 그는 “어떤 때는 먹은 걸 모두 토해내기도 했다. 남편하고 같은 방에 있기만 해도 몸이 아팠다”고 말했다. 

도쿄 교외의 아오야마 부인은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너무 막막해 퇴직을 미루도록 남편을 설득하고 젊은 가수에 빠져 스트레스를 푼다. “정상적인 대화도 할 수 없고,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얼마나 끔찍한 생활을 하게 될지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4월 시행되는 노령후생연금 분할제는 그동안 남편이 전액을 차지하던 연금을 아내도 최대 절반까지 가져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혼하고 나서 재산을 분할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자동 재산분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연급법이 통과된 2003년부터 이혼이 감소했다고 한다. 2005년에 26만2000건으로 2002년보다 2만8000건이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금분할 시행을 앞두고 일본 여성들이 이혼을 ‘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단카이세대의 퇴직이 불러올 경제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급격한 노동력 감소와 막대한 연금지급이 큰 부담이 된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이들의 넉넉한 씀씀이가 경기를 진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관광 레저와 취미산업 등의 시장규모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황혼이혼이 갑자기 증가한다면 사회적인 충격이 만만찮을 게 뻔하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하고 기업들이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제도’ 또는 ‘정년 규정의 폐지’ 등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 노력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2007년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우리에게도 이미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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