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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호>자동차 갖고 싶으면 허가 받아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각자 형편에 맞는 교통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 증가를 억제하고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묘안을 짜내며 버스전용차선제나 요일제, 도심통행료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교통 혼잡을 비롯해 자원낭비, 대기오염 등 승용차 증가가 초래하는 문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섬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특이하게 1990년부터 차량등록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교통혼잡을 덜기 위해 차량 증가를 철저하게 억제하는 제도다.

정부가 일정대수만 등록을 허가하고 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입찰에 응해 COE(차량등록허가증)를 구입해야 한다. 차를 갖고 싶은 사람이 많더라도 정부 마음대로 차량수를 조절하는 일방적인 제도다.

따라서 COE, 즉 신규차량 등록허가 입찰에 응찰하여 최고가로 낙찰 받는 사람들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으며 낙찰 값이 상당히 높다. 싱가포르의 자동차 가격이 비싼 이유다. 입찰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비싸지며 대부분 자동차 판매대리점이 미리 COE를 사들여 이를 포함한 가격으로 시장에 자동차를 내놓는다.

COE는 2004년 우리 돈 1500만 원 정도로 무척 비쌌으나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허용 대수를 늘려 최근 700만 원대로 떨어졌다. 2007년 1월 배기량 1600cc 이하 승용차의 낙찰가는 약 664만 원이었고 2월에는 약 718만 원으로 조금 올랐다. 

COE 유효기간은 10년이고 등록된 차량을 계속해서 사용하려면 다시 등록허가를 얻어야 한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도 COE 유효기간이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이처럼 자동차 소유를 철저하게 억제하는 것은 교통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통행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도 싱가포르의 특징이다. 러시아워 때 교통이 혼잡한 지역을 통행제한 구역으로 정하고 통과 차량에 약 2000원 정도의 진입료를 부과한다. 

주말용 자동차 가격은 일반 차량의 70%정도인데 통행시간을 어기면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만약 일반 승용차로 전환하려면 나머지 30%를 지불해야 한다. 또 차량 소유 및 운행에 들어가는 보험금, 도로세, 야간주차비, 연료비, 유지관리비 등과 같은 비용도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이 잘 구비돼 있는데 차를 갖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는 나라 중 하나이다. 주차 위반, 속도위반, 음주운전, 일반통행 위반이 거의 없고 교통혼잡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면적 인구 약 424만 명, 국민소득은 3만 달러수준이다. 전체 차량이 약 73만 여대이며 개인소유 승용차는 39만 여대. 서울이 면적 605㎢에 인구는 1000만 명이 넘고 전체 차량등록대수가 287만 여대에 개인 소유 승용차가 200만 대를 넘는 것을 보면 크게 비교된다. 특히 수도권 차량을 합하면 서울을 통행하는 차량은 500만 대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전영선 소장은 “싱가포르의 차량등록허가제는 교통혼잡을 막는 효과가 크다. 홍콩도 높은 세금 등으로 차량증가를 억제한다”고 소개한다. 전 소장은 “대중교통이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 교통혼잡, 자원, 환경, 교통사고 등을 감안해 우리도 차량억제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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