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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은 그동안에도 성공해 왔고 그리고 지금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8일 교육방송(EBS)에서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교육이 위기라는 일부 여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하는 근거는 외국에서 칭찬하는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의 성공이 교육의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고, 교육의 성공 없이 국가발전은 불가능했다는 논리다.

그리고 중등학생들에 대한 OECD의 학력평가 자료를 제시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흔드는 ‘교육위기론’이 진짜 우리 교육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12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41개국 약 28만명의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3)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들은 문제해결력에서 세계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함께 핀란드, 중국, 호주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2000년, 2001년 평가도 비슷한 결과여서 우리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우연히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닌 게 확인된다.  

2003년 미국은 문제해결력 17위, 수학 27위 등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독일, 일본 등에서는 교육위기론이 이는 등 파장이 만만찮았다.
우리 고교 1학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나다. 그런데 지난해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100대 대학에는 국내 대학이 한 곳도 없었다. ‘더 타임스’의 세계 200대 대학순위에서는 일본의 유명 대학들을 포함해 중국 베이징대나 칭화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이 서울대(63위)를 앞서는 것으로 발표됐다.

200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산업계 만족도는 더욱 충격적이다.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50위로 평가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교교육인가, 대학인가.

우리 고교 교육은 입시교육이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수업은 뒷전이고 학원 강의에만 매달린다. 이렇게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출세하는 게 보통이다. 거칠게 말하면 세계 1,2 등을 다투는 고등학교 1학년을 입시지옥에 밀어 넣고 대학에서 4년 동안 가르쳐서 세계 50등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교육정상화’의 당위성은 명확하다. 해방 후 50년 넘게 우왕좌왕해온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을 통해 1995년 결정된 5·31 교육개혁안이 꾸준히 추진해온 방향이다.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3원칙은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필수 과제다.

1970년대 초반까지 중학·고교·대학입시 등 오직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교육이 초중고 학생의 어깨를 짓눌렀다. 초등학교부터 과외에 매달리고 ‘4당5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의 성장발육마저 지장을 받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를 차례로 폐지하고 초등, 중등교육을 정상화했다. 그래도 고교 1학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특히 문제해결력 1위는 그간 우리나라의 높은 학업성취도가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결과이며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사라지게 했다.




 

대학의 문제점을 고교교육에 떠넘기는 꼴
현재 벌어지는 대학입시 논란, 특히 본고사 부활주장은 대학교육의 문제를 고교교육에 전가하는 꼴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지 못해 인재가 양성되지 않는 것처럼 호도한다. 어렵게 들어가기만 하면 편안하게 졸업하는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이 내놓는 주장이다. 세계 10위권에 드는 어느 대학도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의 평가와 우리 수능 비슷한 시험성적에 봉사활동 경력, 면접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고등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자료를 가지고 학생들을 뽑는다. 뽑는 일보다 가르치는 일에 더 치중한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4월 13일 한국언론재단 포럼에서 우리 중등교육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실을 들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질 관리 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호주가 우리나라 대학들 중 31개 정도만을 자국 대학 수준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솔직히 수치를 느낀다”며 “대학 총장들은 고등학교 걱정 그만하고 대학 출신들이 기업, 국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염려하고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교육 정상화 3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본고사 부활 공방으로 모아지고 있다.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에 대한 폭넓은 거부감과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초점이 본고사 부활에 집중된 것이다. 일부 대학총장들은 최근 대학자율로 본고사를 실시해 변별력을 높여 우수한 학생을 뽑아야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가계소득 수준에 따른 수능점수 격차를 지적하면서 학력대물림을 막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본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언뜻 그럴 듯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 근거나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학력대물림과 대학경쟁력 약화의 책임을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본고사 폐지에 전가할 뿐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세계 대학을 평가하면서 학자간 동료평가, 교수의 연구실적, 교수대 학생비율, 외국인학생비율, 외국인교수비율 등을 측정했다. 세계의 명문대학들도 본고사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대학경쟁력과 본고사가 무관하다는 증거이다.


논리적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주장
2008학년도부터 9등급 평가의 수능에서 언어, 수리, 사회 세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문과학생은 0.15%가 나오게 된다. 만 명 중 15명 비율이니 충분한 변별력을 갖는다.
수능과 학생부 자료만으로도 상당한 변별력을 가진 학업성취도 평가가 가능하다. 여기에 봉사활동 등 인성, 특성에 대한 자료를 참고하면 대학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다양한 선발을 할 수 있다는 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1994~1996학년도 본고사를 도입했을 때 언론은 ‘과목당 수백만 원의 고액족집게과외’ ‘국·영·수 위주의 학원성업’ 등의 표현으로 과외망국병이 도진다고 지적했다. ‘본고사가 당장 질 좋은 학생들을 확보하려는 대학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1994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출신 수험생이 대거합격했다. 그러나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도입된 1997학년도 이후 서울대 합격자의 특정지역 편중은 현저히 낮아졌다. 본고사가 학력대물림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더욱 부추긴다는 실례를 체험한 것이다.

 







학교 발전을 위해 유무형의 기여를 한 인물이나 그 자녀에게 입학 때 혜택을 주는 제도가 기여입학제다.
1986년 정부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심의위원회가 사학발전대책의 하나로 기여입학제를 공식제기 했으나 국민 정서상의 이유로 유보됐다. 2002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비전 2011’에서 기여입학제 허용을 건의했으며 2005년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한적 기여입학제 도입을 제의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사립대학도 재정난 타파의 출구로 기여입학제를 주장했으나 여론과 교육당국의 반대로 포기했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입시제도나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넘어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제도다. 아무리 세련되게 만들어도 금전적 대가와 대학입학 기회를 교환하자는 것으로 계층 간 교육기회 격차를 제도화하게 되고 사회통합을 해치게 된다.


민주 헌법의 평등권 침해 … 초법적 발상
우선 헌법과 교육기본법상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 정신을 저버리는 발상이다.
법률적인 문제를 제외해도 사회에 미칠 심각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중·고등학생들이 일류대 진학을 목표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시에 매달리고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실력이 부족해도 돈을 내면 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이 제도는 부모의 재력이 학벌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적나라한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돈 없고 힘없는 학부모들과 자녀들이 느낄 분노와 박탈감은 어쩔 것인가. 돈이면 못할게 없다는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대입제도마저 무너지면 그 결과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만한 사안이다. 또 대학서열화가 굳어진 현실에서 일부 상위권 대학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 대학들은 오히려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교육혁신위원회 정홍섭 위원장은 “과도한 사교육비가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현실에서 기여입학제까지 허용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적 저항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부작용을 생각하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크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양극화로 비통한 심정에 빠진 민중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고교등급제는 학교 간 학력격차가 심하니 각 고교의 수능성적 분포나 과거 진학실적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놓고 일류고 출신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학교를 성적순으로 한 줄로 세우고 그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발상이다.
학교 자체를 등급화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선발이라는 기본원칙을 훼손하게 되고, 지난 1960~1970년대 경험했던 중 · 고교 서열화와 과열 진학경쟁 등 부작용의 재발이 예상된다.

고교등급제가 신판 연좌제라고 불리는 것은 어느 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것이 결코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시행돼 자리 잡은 고교평준화를 전제하면 앞뒤가 맞지 않아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고교평준화 정책은 핀란드 등과 함께 모범적인 공교육제도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정지역 학생에 특혜 … 공교육 파행
일류대학 입학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 현실에서 고교등급제는 필연적으로 고교입시 부활을 불러오게 된다.
특정 고등학교가 대학입시에서 가산점을 받아 일류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면 모든 중학생이 그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들어가려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자격을 놓고 다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고교입시를 부활하지 않고 다수가 수긍하는 선발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국 고교등급제가 도입되면 고교입시가 부활돼 이 땅의 중학생들이 다시 입시경쟁에 매달리는 풍경이 재현될 것이다. 같은 논리로 머지않아 중학교입시까지 부활되어야 하고 초등학생들이 과외공부로 허덕이던 먼 과거의 입시지옥이 등장하는 수순을 밟게될 것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장은 고교내신등급제에 대해 “교육환경이 좋은 부유한 동네나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사는 학생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학교 출신 자체로 불이익을 당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 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과학고, 외고 등 특목고들이 이미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벗어나 입시학원화 된 마당에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면 공교육에 파행을 초래하고 특정지역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인적자원부 박융수 기획총괄담당관은 “고교평준화에는 수긍하면서 고교등급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그 이치를  알법한 분들이 왜 이렇게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는 15차례 대규모 변화를 겪었다. 대학별 입학시험에다 연합고사, 국가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 다양한 시험이 등장했다. 학사부조리를 예방한다며 교육당국이 입시를 주도하다가 대학자율을 명분으로 선발권을 대학에 넘기는 등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고 광복 후 10년 이상 지속된 제도가 없다. 처음 등장한 입시제도는 대학별 입학시험이었다. 1945~1 953학년도에 대학별로 필답고사, 신체검사,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했다. 지원자 부족으로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했으나 곧이어 무자격자에 대한 입학허가가 남발됐다.


광복 후 10년 이상 지속된 제도 없어
1954년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자격시험인 대학입학연합고사가 도입됐으나 시험결과 백지화  해프닝을 겪은 뒤 무효화됐다. 다시 대학별 입학시험(1955~1961)이 실시되고 내신 성적에 의한 무시험전형이 병행됐다.

5·16 군사정부는 1962학년도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를 도입했고 1963학년도는 대학 본고사를 병행했다. 대학 자율성 침해논란이 벌어지자 2년 만에 대학별 입학시험(1964~1 968)으로 돌아갔다가 문란한 대학정원 관리를 바로잡는다며 다시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1969~1980)가 등장했다. 이어 예비고사(학력고사)와 내신(논술)을 함께 실시(1981~1987)하고 대학정원 대폭 확대 및 졸업정원제가 도입됐다. 다시 선지원 후시험 방식(1988~1993)이 나오고 학력고사 과목을 대폭 줄였다. 객관성과 신뢰성 문제로 논술고사는 폐지되고 면접고사가 치러졌다.

드디어 수능+내신+대학별 고사(1994~현재) 병행방식이 등장한다. 1997년부터는 논술을 제외한 대학별 고사가 폐지됐고 내신도 학교생활기록부로 대체됐으며 전, 후기 2회로 제한하던 지원기회를 4~5회로 늘렸다.
2002학년도부터 학생선발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를 내세워 모집시기가  특차, 수시, 정시 등으로 다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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