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예측치를 보면 L자형의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브릭스(BRICs :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흥 경제5국) 같은 나라에서도 저성장세가 지속된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어느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자국에만 그치지 않고 도미노처럼 맞물려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경제문제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서 무역이나 수출을 주관하는 단체들이 출범해 대강 반세기의 역사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광고 ‘수출의 노래’ 편(한국일보 1964년 9월 1일)을 보자. 비주얼 없이 ‘수출의 노래 가사 콘테스트’라는 헤드라인 등 모든 메시지를 카피로만 구성했다.

“수출 실적 1억불을 돌파하는 날을 수출의 날로 기념하고 이를 계기로 수출 증진 사상을 전 국민에게 고취하기 위해 수출의 날 가사를 현상모집하니 적극 응모하라”는 내용이다.
주문한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 수출 진흥의 무드를 일반 대중이 노래를 통하여 조성 실감케 하고 둘째, 경쾌하고 진취적이어서 일반에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며 셋째, 가급적 일절(一節)로 작사하라는 것이었다. 1960년대에 ‘무드’나 ‘어필’ 같은 영어를 썼다는 점에서 이 광고 카피는 당시에 영어 좀 하는 어떤 직원이 썼으리라. 특히 수출 증진을 ‘사상’이라고까지 강조한 데서 지나친 계몽성을 엿볼 수 있다.
‘수출의 노래 가사 콘테스트 심사 발표’(경향신문 1964년 10월 8일)는 어찌된 영문인지 예고일보다 하루 늦었다. 당선작 없이 가작(김대식 씨)만 선정했는데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혜와 땀방울 함께 쏟아서 / 모두가 뛰어난 우리 제품들 / 만들자, 보내자, 벌어들이자 / 번영에의 외길은 수출뿐이다. / (후렴) 일터마다 거리마다 넘치는 활기 / 늘어가는 수출에 커가는 나라.”
이 정도의 가사라면 당선작으로 선정할 수도 있었으련만 심사위원들은 더 계몽적인 내용을 기대했거나, 수출 의지를 더욱 고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번영에의 외길은 수출’이라거나 ‘늘어가는 수출에 커가는 나라’라는 대목에서, 수출을 전 국민의 의식화 운동으로 전개하려 했다는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놀랍게도 입선자에게 마치 검찰에 출두하라는 듯이 “10월 12일 오전 10시까지 당 공사 선전과로 출두(出頭)”하라고 공지했다. 여기에서 그 무렵엔 관(官)이 위고 민(民)이 아래였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뿌리를 박고 지금까지 달려온 KOTRA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가사 공모 50주년을 맞이해 ‘수출의 노래 가사 콘테스트’를 다시 해 보면 어떨까. 계몽성을 배제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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