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세법개정안
25년 만에 상속세 개편이 이뤄진다.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되고 구간별 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과표도 조정된다.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년 유예돼 2027년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7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상속세 부담 낮춰 조세체계 합리화
이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국민 자산 증가세에 맞춰 50%에서 40%로 하향 조정된다. 2000년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린 이후 25년 만에 변동이 생긴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과표별 10~50%인 세율은 10~40%로 낮아진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세표준 구간은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 50% 세율이 부과되던 과표구간도 없애 10억 원 초과분에 대해 일괄 40%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자녀공제 금액은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늘린다. 기초공제 2억 원에 인적공제를 더한 금액과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상속세법상 유명무실하던 자녀공제의 실효성을 살린 것이다.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25억 원에 배우자 1명, 자녀 2명이 있다면 기존에는 배우자공제 5억 원과 별도로 일괄공제 5억 원만 받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공제 10억 원에 기초공제 2억 원을 더한 12억 원 공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공제액이 17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상속세액은 줄어들어 기존 4억 4000만 원에서 1억 7000만 원으로 2억 7000만 원 줄어든다.

가상자산 과세 2027년부터 시행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연기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가상자산 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으로 1000만 원을 벌었다면 750만 원의 22%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2년 유예해 2027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을 고려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22일 사전 브리핑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율하는 관계 법령의 시행 성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 과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했다”고 말했다.
취득가액 산정 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된다. 가상자산 양도에 따른 취득가액을 산정할 때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최대 50%까지 양도가액의 일정비율을 취득가액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관련 과세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국세청장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종업원 할인금액’에 대한 근로소득 비과세 기준도 마련된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는 종업원에게 일반소비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 혜택에 대한 명확한 과세규정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자사·계열사 제품과 서비스 할인 혜택 중 시가의 20% 또는 연 240만 원까지 비과세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4000만 원에 판매하는 자사 자동차를 25% 할인받아 3000만 원에 구입하면 할인 금액인 1000만 원 중 시가의 20%인 800만 원은 비과세하고 나머지 200만 원은 근로소득으로 과세한다.

저출생 추세반전을 위한 세제혜택 확대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세제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6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반전을 위한 대책’에 포함됐던 방안으로 결혼세액공제가 신설된다.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에게 50만 원씩 최대 1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2024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적용되며 생애 1회에 한정된다.
혼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도 확대된다. 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1세대 2주택자가 된 경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1세대 1주택으로 간주하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 1세대 1주택자로 간주되면 양도세는 양도가액 12억 원까지 비과세되고 종부세는 기본공제 12억 원에 고령·장기보유자 세액공제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결혼 가구에 주택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및 이자소득 비과세 대상도 늘어난다. 현재는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게 청약저축 납입액을 300만 원 한도에서 40% 소득공제한다. 여기에 총급여액이 3600만 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이 26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은 이자소득 500만 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이 적용되는 대상을 세대주의 배우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3월 5일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제기됐던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비과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근로자나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하고 2년 내에 최대 2회까지 지급한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한다.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확대된다.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8~20세 자녀·손자녀에 대한 자녀세액공제 금액을 첫째 15만 원·둘째 20만 원·셋째 30만 원에서 첫째 25만 원·둘째 30만 원·셋째 40만 원으로 늘린다.

중견기업 규모 업종별로 조정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역동적인 경제를 위해 투자·고용 등을 촉진하는 방안도 담겼다. 먼저 국가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등의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을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이른바 ‘K칩스법’을 시행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상향 조정했다. 당해연도 투자액이 직전 3년 연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증가분’으로 보는데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증가분은 4%, 일반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증가분은 3% 공제되고 있었다. 이를 10%로 올린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규모를 업종별로 달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은 3000억 원, R&D 비용 세액공제를 적용했을 때에는 5000억 원이다. 이를 업종별로 중소기업 기준의 3배, R&D 비용 세액공제는 5배로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운수창고업의 경우 중소기업 기준이 800억 원이므로 매출액 2400억 원을 올린 기업이 중견기업이 된다. 또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은 최대 7년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고용을 늘리면 고용주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인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고용 유인효과를 높이기 위해 근로기간 등 특성을 반영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시근로자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상시근로자는 기간제·단시간제 등을 제외한 근로자 혹은 기간제 중 고용기간이 1년 이상, 단시간 중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를 포함한다.
정부는 이를 계속고용과 탄력고용 개념으로 바꿔 지원하기로 했다. 계속고용에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1년 이상 계속해 근무한 통상 근로자가 포함되고 탄력고용에는 1개월 이상 기간제와 단시간 노동자 전체가 포함된다. 혜택은 다르게 적용된다. 계속고용의 경우 지원액을 확대하고 2년간 집중 지원한다. 탄력고용은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인건비 지출 증가분에 대해 일정비율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주환원촉진세제 신설해 자본시장 활성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공제하는 주주환원촉진세제가 신설된다.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한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신설한 것이다. 직전 3년 평균값에 비해 주주환원금액이 5%를 초과하면 증가분에 대해 5% 공제율을 적용한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현금배당의 일부를 분리과세한다. 분리과세 세율은 14%에서 9%로, 종합과세자 세율은 최고 45%에서 25%로 낮춘다.
2025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된다.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면 해외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현행 주식 등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부동산 투자회사(리츠)의 배당가능이익에 대한 범위도 수정된다. 법인세법상 소득공제의 대상이 되려면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한다. 그동안 리츠는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평가손실만큼 유보하고 배당해야 했는데 법인세법에서는 평가손익은 제외하고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하도록 한 것과 배치된다. 이중과세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리츠의 배당가능이익에서 자산의 평가손익을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가업승계 지원 위해 기회발전특구 가업상속세 0원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세제혜택 방안도 담겼다. 기회발전특구에 창업하거나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 밸류업·스케일업 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소기업·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밸류업 기업이란 5년간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액 비율이 업종별 평균 120% 이상인 기업이다. 스케일업 기업은 5년간 매출액 대비 투자액 또는 R&D 지출액 비중과 증가율이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하고 5년간 고용을 유지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공제한도를 300억~600억 원에서 600억~1200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
기회발전특구에 창업·이전하는 기업은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는 폐지된다. 현재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는 기업 경영권이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해 해당 주식의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제도다. 이에 최대주주의 주식에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60% 세율로 과세하게 돼 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운기업의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 특례(톤세) 적용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한다. 현재 해운기업은 해운소득에 대해 선박의 톤(t)수와 운항일수 등을 고려한 톤세를 내고 비해운 소득에 대해서만 일반기업과 같은 법인세를 낸다. 이 톤세는 해운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네덜란드 등 주요국에서도 톤세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2005년 도입됐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대책도 나왔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2023년 시행됐다. 하지만 현행 세법은 창업주가 현금이 부족해 보유 중인 회사 구주를 현물 출자해 복수의결권 신주를 받을 경우 이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창업주가 구주를 회사에 팔아 차익을 올리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복수의결권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까지 과세를 미루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제 정비로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
각종 비과세·감면 정책은 정비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정책효과가 떨어지거나 필요성이 줄어든 세제혜택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먼저 신용카드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율이 조정된다. 현재 소매업이나 음식점업 등 소비자 상대 업종 중 전년도 공급가액 10억 원 이하인 개인 사업자는 신용카드로 결제받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한 금액의 1.3%를 부가가치세에서 공제받는다. 신용카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된 만큼 매출액 5억 원 초과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제율을 1.3%에서 0.65%, 2027년 이후에는 0.5%로 하향 조정한다.
전자신고가 정착된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대한 전자신고 세액공제도 폐지를 추진한다. 전자신고율이 종합소득세의 경우 99.5%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자신고 비율이 50%에 머물러 있는 양도소득세 세액공제는 유지한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2025년부터 향후 5년간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상속·증여세가 4조 565억 원, 소득세가 4557억 원, 법인세가 3678억 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부가가치세는 3656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총리는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 4000억 원의 세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계속고용
정년을 채운 뒤에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퇴직 후 재고용, 법적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의 방법이 있다.
*유턴기업
인건비가 저렴했던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복수의결권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가업상속공제
10년 이상 운영한 기업이 원활히 상속될 수 있도록 상속재산의 일부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주식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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