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를 가다
9월 7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예보 담당 연구사들이 모여 대기질 모델링 결과를 분석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전 11시 예보를 위한 회의가 이어졌고 예보 결정이 이루어지자 다들 한시름 놨다는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다음 예보를 준비하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가을이라 미세먼지 농도는 낮은 수준을 보이지만 늦더위와 함께 찾아온 불청객 ‘오존’이 문제였다. 이날 전국의 미세먼지는 ‘좋음~보통’의 수준을 기록했지만 오존 농도는 일부 지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오존주의보 발령 일수는 올해 8월까지 31일로 2015년(3일)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오존 고농도 시기로 꼽히는 5~8월 서울 지역의 오존 평균 농도는 0.044ppm으로 2000년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오존은 대기 중 배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해 생성된 2차 오염물질이다. 고농도 오존에 반복해 노출되면 기관지와 호흡기, 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오존까지 우리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매일 아침 기상 예보를 챙기듯 대기질 예보를 확인하고 있다. 대기질 예보는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오존(O₃) 예보를 포함한다. 미세먼지는 각종 유해물질을 머금고 대기 중에 있다가 피부, 호흡기를 통해 중금속을 우리 몸에 퍼뜨린다. 외출 전 날씨만큼이나 미세먼지 농도를 자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대기질예보통합센터는 대기질 예보를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대기질 예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8월 시범 예보로 처음 선보인 후 2014년 문을 연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전국 19개 권역으로 나눠 초미세먼지와 오존까지 포함해 하루 네 차례 예보하고 있다.
대기질 예보의 정확도 높이기 위해 총력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손정석 연구사는 “대기오염이 국민의 건강 및 산업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오염물질별 예보 등급 정보를 권역별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질 예보는 대기환경보전법과 미세먼지법, 재난안전법에 의거해 정기예보와 정책예보, 재난예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기예보는 19개 예보권역을 대상으로 오늘·내일·모레의 일평균 예보 등급과 원인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시적 고농도 발생으로 주의가 필요한 경우 추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책예보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운영에 필요한 예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화력발전 운영 시간과 양을 제한하는 데 필요하다. 재난예보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위기경보와 고농도 황사의 영향이 예상될 때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질 예보 과정은 ‘현황 파악-모델 예측-종합 분석 및 예보 확정-정보 제공’ 순으로 이뤄진다. 실시간 국내외 대기측정망 자료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기상 및 대기질 모델을 세운다. 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기상조건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대기 중 농도로 변환해 수치화한다. 이후 예보관이 관측자료와 모델 결과를 바탕으로 경험 및 과거 사례 등을 참고·분석해 예보를 생산한다. 결과는 에어코리아 누리집(airkorea.or.kr)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정책 담당자에게도 제공한다. 초미세먼지의 고농도 상황이 지속되거나 엄중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와 지자체, 언론보도를 통해 심각성을 알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매일 네 차례(오전 5시, 오전 11시, 오후 5시, 밤 11시) 정기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19개 권역별로 오늘·내일·모레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등급화하고 원인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일본, 몽골 등 각국이 공개하는 대기질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24개 수치모델과 3개의 인공지능(AI) 모델이 내놓는 결과를 예보에 활용한다. 미세먼지 예보에 참고하는 자료만도 10만여 개다. 중국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 35개 도시의 대기질 수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의 예보 정확도는 2015년 69%에서 2023년 83%까지 높아졌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더욱 세분화해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정보를 조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고농도 초미세먼지 예보 조기 제공 시기를 12시간 전에서 3일 전으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예보권역을 넓혀가고 있다. 장기적인 계절 예보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오존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오존 기간을 확대해 예측할 계획이다. 한·중·일 간 협력도 공고히 하고 있다.
손 연구사는 “AI를 고도화하고 위성과 지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모델 개발을 지속해가고 있다. 앞으로 AI 대기질 예보 캐스터가 미세먼지 예보를 하게 되는 날도 올지 모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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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