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연극을 즐길 수 있을까?’ ‘서너 살 어린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은 없을까?’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빙빙빙(Being Being Being)’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48개월 이하 시각장애를 지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참여공연으로 관객은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가 비닐을 만지고 바람을 느끼고 드론 소리를 좇으며 공연을 즐긴다. 언어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도, 시각 감각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도 누구나 가능하다.
‘빙빙빙’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영유아를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을 통해 제작됐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2018년부터 영유아 공연 활성화를 위해 관련 창작과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빙빙빙’은 창작그룹 ‘노니’가 2022년부터 연구한 작품으로 2023년 쇼케이스를 통해 첫선을 보인 후 올해는 시범공연으로 관객을 맞는다. 극의 공동창작자인 김경희 연출가는 “그간 우리가 제작한 공연은 매우 ‘시각적인 작업’이었다”며 “시각 감각을 사용하지 않는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늘 과제로 남아 있었다. ‘빙빙빙’은 그 해답이다”라고 밝혔다.
맨발로 무대 누비며 ‘빙글빙글’
‘빙빙빙’ 공연에는 객석이 없다. 대신 관객들은 거대한 비닐과 천으로 장식된 무대 위를 맨발로 자유롭게 누빈다. 풍선처럼 부푼 비닐 위를 퐁퐁 뛰어다닐 수도, 여러 개의 비닐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길을 요리조리 찾아다닐 수도, 제 몸을 감싸는 천 아래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앞을 보지 못하는 관객들은 촉각과 청각에 집중한다. “부스럭” 소리를 내는 비닐을 만져보며 형태를 파악하고, 무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날아가는 비닐을 좇는 식이다.
무대에는 드론도 등장한다. “위이잉” 소리를 내며 드론이 나타나면 관객은 더욱 소리에 집중한다. 드론이 어디쯤 있는지 파악하는 데 귀를 기울이고, 양팔을 뻗어 비행물체를 잡으려 연신 점프를 한다.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동시에 스스로 공연을 완성해나간다. ‘빙빙빙’이란 작품 제목은 이같이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도는 아이들의 행동에서 착안했다.
앞서 제작진은 시각장애 가족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워크숍 등을 진행한 뒤 아이들의 놀이를 재구성해 이 같은 공연을 구상했다. 김 연출가는 “영유아가 참여하는 공연인 만큼 언어가 아닌 ‘감각’을 이용한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며 “‘빙빙빙’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비닐이 바람에 따라 변화하고 관객이 이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즐기는 경험을 하도록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말해도 만져도 울어도 괜찮아”
이 공연에는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시각장애인은 낯선 곳에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때문에 무대 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영유아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또 낯가림을 하는 아이들은 미끈거리는 비닐의 촉감을 이상하게 생각해 처음에는 만지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이 같은 영유아의 특성을 역으로 활용해 공연의 반전을 유도한다. 처음에는 행동하기를 주저하던 아이들이 차츰 적응해가면서 낯가림을 호기심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 공연의 핵심이다. 김 연출가는 이를 ‘벽을 넘는다’고 표현했다.
“시각장애 영유아 관객은 처음 만져보는 비닐이 어색해서, 낯선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하면서 점차 상황을 놀이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공연을 통해 자신의 벽을 넘는 것이다. 이 무대 위에서는 말을 해도, 무엇이든 만져봐도, 울어도 괜찮다.”
‘빙빙빙’은 7월 27~28일 양일간 진행된다. 시각장애 영유아는 물론 36개월 이하의 비장애인 영유아 가족, 보호자가 시각장애인인 가족도 영유아 자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티켓은 가족 단위로 판매한다. 공연 시간은 30분으로 공연 전후로 20분씩 놀이가 진행된다. 김 연출가는 “지난해 쇼케이스 때 태어나 처음 공연장에 와봤다는 시각장애 아이를 봤다. 더 많은 어린 관객이 이 같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영유아 참여 공연 ‘빙빙빙(Being Being Being)’
공연 | 일정7월 27일(토) 오후 2·5시 7월 28일(일) 오전 11시, 오후 2·5시
장소 | 모두예술극장(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7)
참여 대상 | 48개월 이하 시각장애 영유아 가족, 36개월 이하 비장애 영유아 가족, 보호자가 시각장애인인 영유아 자녀 동반 가족
소요시간 | 30분
참가비 | 가족당 3만 원(보호자 최대 2인까지)
예매 |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인터파크티켓, YES24, 네이버 등
문의 | 국립극단(02)327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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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